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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열전 상, 하
물리 열전 상, 하
  • 최승우
  • 승인 2022.09.23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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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지음 | 사이언스북스 | 706쪽

한국 과학의 풍경이 보인다!
우리 과학의 계보,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보여 주는 초대형 인터뷰 프로젝트, 그 첫걸음

과학에 푹 빠진 문과 출신 기자가 전하는
지금껏 몰랐던 진짜 ‘과학자’들의 삶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을 가진 ‘문송합니다.’가 유행하는 2022년, 과학 전문 출판사인 ㈜사이언스북스에서 문과 출신 기자의 책이 출간되었다. 《주간조선》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 보건 의료 전문 정책지인 《더메디컬》의 편집장으로 재직 중인 최준석 기자의 『물리 열전』 상하권과 『천문 열전』이다. 「최준석의 과학 열전」이라는 시리즈의 1, 2, 3권이다. 정치부 기자로, 해외 특파원으로, 국제 전문 기자로, 시사 주간지의 편집장으로 40년 가까이 취재 현장에서 예리한 필봉을 휘둘러 온 베테랑 기자가 대한민국 과학계를 대표하는 물리학자와 천문학자 62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취재한 기록을 책으로 담은 것이다.

인터뷰이의 목록이 화려하다. 한국 출생 여성 물리학자로 현재 전 세계 물리학계의 최정상이라고 할 미국 물리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기 시카고대 교수부터 시작해, 미래의 핵심 에너지원이 될 핵융합 연구의 국내 최고 전문가인 유석재 한국 핵융합 에너지 연구원 원장은 물론이고, 전 세계 천체 물리학계 대부분의 학자가 동의하는 암흑 에너지 연구에 대해 과감하게 반론을 제기하고 그 연구에 노벨상을 준 노벨상 위원회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이영욱 연세대 교수까지 성별, 나이, 세대, 지역을 불문하고 현대 과학의 최전선에서 궁극의 질문을 던지고 있는 물리학자와 천문학자 들을 만났다.

최준석 기자는 뒤늦게 과학에 푹 빠져 과학 교양서에 대한 독후감을 모은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라는 전작으로 과학 짝사랑을 고백한 바 있다. 그 후 2022년 6월 정년 퇴직할 때까지 「과학 연구의 최전선」이라는 제목으로 《주간조선》 지면에 과학자 인터뷰를 연재했다. 물리학자와 천문학자에서 시작했지만, 화학자, 수학자, 생물학자로 그 분야를 확대해 갔다. 그리고 정년 퇴직 이후에도 온라인 과학 전문지 《헬로디디》(대덕넷)에서 「수학자 열전」을 연재 중이다.

“재밌다! 과학이.”이라는 말을 달고 다니는 최준석 기자는 과학책을 읽고 과학을 취재하고 과학자들의 만나면 만날수록 이상한 것들이 생겼다. 과학자 하면 떠오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등 모두 외국 과학자들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과학은 어떨까. 한국에는 어떤 과학자들이 있고, 그들은 무엇을 연구하고 있을까? 「최준석의 과학 열전」 시리즈의 첫 3권의 책은 이 두 가지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여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과학에 문외한이었다는 것은 취재의 장벽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현장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잊고 있는 근본적인 연구 동기, 그들의 출발점이기도 했던 궁극의 질문들을 캐치할 수 있게 해 주는 지렛대이기도 했다.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던진 정곡일침(正鵠一針)의 과감한 질문과 엄밀한 팩트 체크, 학계에서 화제가 되는 인물이라면 그가 해외에 있든, 지하 1,000미터 아래 지하 실험실 안에 틀어박혀 있든 찾아가 만난 과감한 취재력은 그동안 과학 교양 콘텐츠가 보여 주지 못한 우리 과학자와 연구 현장 들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과학이 도달한 지점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유럽 입자 물리학 연구소 CERN, 페르미 연구소와 같은 세계적 위상을 자랑하는 연구소에서 당당히 활약하고 있는 국내 입자 물리학자들, 반도체 강국의 미래를 좌우할 물질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구글이나 애플과 경쟁하며 반도체, 양자 기술 등을 발전시켜 나가는 물리학자들, 천문학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외계 행성과 우주의 기원을 찾아 나가는 한국의 천문학자들까지. 때로는 서로 경쟁하고, 때로는 함께 연구하며 전 세계 석학들과 어깨를 겨루는 한국의 과학자들을 두루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 정선 예미산 지하 1,000미터 지하에 건설된 암흑 물질과 중성미자 검출 실험실 ‘예미랩’, 대전에 건설 중인 중이온 가속기 라온(RAON) 건설 현장,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외계 행성 탐사 성과를 보여 주며 ‘제2의 지구’를 찾는 KMTNet 망원경 프로젝트 등 세계 수준의 국내 연구 시설을 보여 주며 이러한 실험을 준비하는 과학자들은 누구이며, 이곳에서 어떤 연구를 할 수 있는지, 지금 한국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연구와 실험은 물론이고, 과거와 미래에 준비할 연구에 대한 계보까지, 「최준석의 과학 열전」 시리즈의 첫 책들인 『물리 열전』 상하권과 『천문 열전』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도 않는 것들과 미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학자들의 꿈과 현실

「최준석의 과학 열전」 시리즈의 첫 책들은 주로 물리학과 천문학 분야의 과학자들을 다룬다. 1권인 『물리 열전 상』에는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를 찾고, 표준 모형의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하는 입자 물리학자 24명의 인터뷰를 담았다. 양자 역학을 바탕으로 반도체 같은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물질 물리학자 23명의 인터뷰는 2권인 『물리 열전 하』에 모았다. 3권인 『천문 열전』에는 우주의 기원과 블랙홀의 비밀을 추적하는 천문학자 15명이 등장해 천문학계의 현실과 희망을 들려 준다.

물리학자 47명, 천문학자 15명. 한 사람당 평균 인터뷰 시간 4시간. 현직의 과학자들을 만나 질문과 답을 주고받은 시간 총 248시간이 이 책에 그대로 담겼다. 과학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온 저자의 시선은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일반 대중들의 시선과 비슷하다.

저자는 과학계를 몰랐기 때문에 더욱 객관적으로 질문할 수 있었고, 세상이 바라보는 커다란 관점 안에서 과학계의 풍경을 조망했다.

저자는 한 명의 과학자를 만나기 위해서 서울에서 대전, 포항, 울산, 부산 등 전국 어디라도 서슴없이 달려갔다. 연구년을 보내기 위해 일본 교토에 가 있는 김윤호 교수를 만나러 일본행 비행기도 탔다. 첫 인터뷰 시간이 너무 짧았을 때에는 두 번째, 세 번째 인터뷰 약속을 잡았고, 어려운 경우에는 화상 회의 프로그램이나 전화 인터뷰, 이메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과학자들과 접촉했다.

또한 책에는 과학자들이 최준석 기자에게 설명하기 위해 제공한 사진이나 도표와 같은 자료들도 함께 실었다. 인터뷰에 응한 과학자들이 냈던 첫 박사 논문, 그리고 이들의 주요 연구 성과를 담고 있는 논문과 간략한 소개도 담겨 있다. 한정훈 교수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직접 노트에 써 준 ‘방정식’, 그리고 자신의 연구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가득 채운 이성빈 교수의 칠판, 현재 건설 중인 예미랩을 둘러보기 위해 현장을 방문하여 찍은 사진들이 생생한 현장감을 더한다.

이 책은 한국 과학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과학계 현실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 과학책 시장에 부족한 한국 과학자들을 집중 조명하고, 각 연구 분야마다 이어지는 연구자들의 유기적인 관계까지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과학계를 이루고 있는 사람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도 연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연구 문화는 어떠한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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