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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묻다
생명을 묻다
  • 최승우
  • 승인 2022.09.23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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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현 지음 | 이른비 | 492쪽

“당신이 알고 있는 생명에 관한 과학적 지식들,
그것은 대부분 편견인지도 모른다.”
생물학적 결정론, 환원주의적 해석, 기계론적 생명관 …
현대과학의 한계 너머 ‘인간을 위한 생명’을 다시 묻는다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은 생명이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생명이 무생물로부터 우연히 생겨났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생명의 본질은 결국 유전자와 뇌로 환원될 수 있으므로, 이것을 분석하면 생명 전체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영혼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뇌 신경계의 적절한 연결과 조합이 인식과 정신을 만들어낸다고 본다. 따라서 유전자를 조작하고 마인드 업로딩을 성공적으로 이뤄낸다면 전대미문의 새로운 생명을 창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생명을 바라보는 현재의 이런 관점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것은 과연 과학적일까? 그렇게 생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우리는 현대과학이 생명을 올바로 설명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생명은 우연인가?’라는 민감한 질문을 시작으로, 생명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명은 어떻게 진화하는지, 그리고 생명에 어떤 법칙이 있는지 등 현대과학이 간과하기 쉬운 15가지 질문을 도발적으로 던진다. 궁극적으로 생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유구한 역사를 통해 인류가 이 물음들에 어떻게 답해 왔는지 하나씩 하나씩 살핀다. 30명의 걸출한 과학자, 작가, 사상가, 철학자들의 다양한 생각과 주장과 목소리를 담고 있다.

생명이란 우연한 존재인지 필연적인 존재인지에 대해 철학자 데카르트와 유전학자 자크 모노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생명이란 물질인지 정신인지에 대해서는 진화학자 리처드 도킨스와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의견을 들어본다. 생명에 과연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유전학의 아버지 그레고어 멘델과 노벨상 수상자 바버라 매클린톡의 말을 경청해본다.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는 생명은 결국 무엇이 되려 하는지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과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의견을 살펴본다.

그들의 생각이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비교하고 분석한다. 저자는 각각의 목소리에 어떤 모호함이 있고, 어떤 모순이 숨겨져 있으며, 어떤 점에서 그들의 주장에 실현 불가능성과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지 지적한다. 독자는 거기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 생각하면서 생명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게 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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