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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교육부 장관  
이상한 나라의 교육부 장관  
  • 박혜영
  • 승인 2022.09.27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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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박혜영 논설위원 / 인하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박혜영 논설위원

교육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정말 이상한 나라다. 부모의 교육열은 높지만 자녀의 공부 열정은 낮다. 배움을 향한 열망으로 보자면 청소년보다 오히려 노년층이 더 높다. 또 우리나라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교사 지망생은 많지만 아이들을 낳고 싶다는 여성은 적다.

올해 서울지역 초등학교 임용고사 합격자 대부분이 미발령일 정도로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는 교육부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할 정도로 교육을 중시하는 사회지만 40여일이 넘게 교육부장관이 없는데도 교육 쪽이나 사회 쪽에서 위기의식은 나오지 않는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온 가족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로 바로 낙마했다. 두 번째 후보자는 도덕적 흠집에도 불구하고 장관에 취임했지만 만 5세 취학을 비롯한 학제 개편으로 한 달간 사회적 물의만 일으키다 지난 8월 자진 사퇴했다. 세 번째 후보지명은 40여일이 지난 현재 아직 발표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종합하자면 사실상 새 정부 출범 후 140여 일 동안 제대로 된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없는 행정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교육과 사회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는 기사가 나오지 않으니 정말 이상한 일이다. 두 명의 부총리 가운데 교육, 사회, 문화 현안에 관여하는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실제로 이토록 길게 없어도 되는 존재일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사실 교육은 어느 국가나 사회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다. 가령 세계 1위의 교육성과를 자랑하는 핀란드도 그렇다. 핀란드 교육부장관은 핀란드 교육의 최고 성과는 학교 간 학업성취 격차가 낮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누구에게든 동등한 기회와 질적 평등이 제공된다는 점이 핀란드 교육이 자랑하는 성공이자 핀란드 사회가 자랑하는 복지라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는 교육이 실제로 좋은 사회 만들기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따라서 교육부장관이 실제로 사회부총리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의 목표가 좋은 사회 만들기에 있고, 좋은 사회는 교육의 질과 평등을 개선함으로써 가능하니, 교육이야말로 핀란드를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만든 일등공신이라 할 만하다. 

물론 사퇴한 우리의 전 교육부 장관도 사회부총리답게 교육격차를 줄이자고 했다. 다만 그 방안으로 만 5세부터 학교에 가는 조기교육을 주장했다. 그러나 학령을 앞당겨 격차를 줄이겠다는 발상으로 과연 사회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 그보다는 핀란드처럼 학교 간 격차를 줄이고, 대학 간 격차를 줄이는 질적 평등을 통해 사회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 더 교육자다운 발상이 아닐까?

우리사회가 교육열은 높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이 낮은 이유는 조기교육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교육을 계층상승의 사다리로 보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도 어린 나이부터 사교육에 시달리기 때문이며, 대학경쟁이 극심한 이유도 수도권과 지방대학 간의 격차가 너무 벌어지기 때문이다. 교육격차가 사회격차의 첫 단추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비밀인데 아무도 모른 척 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이상한 나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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