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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스위치 ‘프럭토스’, 어쩌다 비만·당뇨병으로 이어졌나
생존 스위치 ‘프럭토스’, 어쩌다 비만·당뇨병으로 이어졌나
  • 유무수
  • 승인 2022.10.0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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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자연은 우리가 살찌기를 바란다』 리처드 J. 존슨 지음 | 최경은 옮김 | 시프 | 424쪽

당류 ‘프럭톡스’, 동물의 지방 저장에 도움
만성적으로 생산되면 결국 노화에도 영향

의사이자 임상과학자인 리처드 J. 존슨에 의하면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심장 질환 등이 과거에 수천 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흑사병이나 스페인독감처럼 미국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러한 ‘비전염성 질환’이 이전의 유행병과 다른 점은 감염을 통해 전파되지 않으며 질환에 걸린 자가 수십 년에 걸쳐 죽어간다는 점이다. 1890년 당시 미국에서 성인 비만 인구는 3퍼센트, 당뇨병 환자는 인구 10만 명당 2∼3명으로 미미했으나 현재 비만인구는 30∼40퍼센트, 당뇨병 환자는 10∼12퍼센트 수준이다. 비만의 원인이 지난 수십 년 동안 흔히 얘기해왔듯이 “많이 먹고 적게 운동하기 때문”이라면 쉽게 치료됐어야 한다. 저자는 질문했다. 1970년대 이후 유병률이 계속 증가하며 건강수명을 감소시키는 이 새로운 유행병에 대해 어떤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해볼 필요성이 있을까? 

 

저자의 연구에 의하면 ‘프럭토스(fructose)’가 비만의 원인을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1800년대 의사들이 설탕이나 과일이 통풍발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1990년대 후반까지도 과일, 꿀 등에 들어 있는 당류인 ‘프럭토스’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 이런 당류는 영양학적 가치가 거의 없지만 해롭지 않은 ‘빈 칼로리(empty calories)’라는 가설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저자의 플로리다대 연구팀이 2004년 무렵에 요산(uric acid)을 연구하던 중 프럭토스가 비만을 유발하는 과정에 요산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를 관찰하면서 프럭토스에 주목했다. 프럭토스가 대사증후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저자의 연구팀에 탐구가 필요한 미스터리였다. 저자는 전통적 생리학·유전학·운동의학·영양학부터 역사진화·자연에 관한 연구 등 의학 이외의 분야까지 관련 영역을 살펴보아야 전체 그림을 충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상상했다.

 

프럭토스는 일반적인 당류로서 생존 스위치를 촉발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픽사베이

현대 인간의 관점에서 비만은 나쁜 것으로 인식되지만 자연의 관점으로 보면 오히려 비만은 생존의 힘이었다. 야생동물들이 가을에 과일과 꿀의 섭취를 늘리는 이유는 이런 음식에 함유된 프럭토스가 생존 스위치를 촉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남극의 수컷 황제 펭귄도 알 품기 한두 달 전부터 지방을 축적하여 평소 몸집의 두 배로 살을 찌워야 영하 40도 이하에서 알을 품는 동안 먹이를 먹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저자의 연구팀이 밝혀낸 ‘생존 스위치’에는 일반적인 당류인 ‘프럭토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스위치의 한 특징은 동물이 지방을 저장하도록 돕는다. 인류가 음식을 구하기 어려웠던 수렵과 채집 시기에 프럭토스의 작용으로 지방을 저장하고 살이 찌는 것은 오히려 생존에 필요했다.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프럭토스의 작용 시스템은 후손에 계승됐고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비만과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는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연구결과는 “동물과 인간 모두 프럭토스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고 대사증후군이 발생”이다.

지방을 늘리는 것은 몸에 해가 되는 대가를 치르게 한다. 건강을 바란다면 프럭토스 생산과 지방축적에 연관되는 음식은 줄일 필요가 있다. 당류가 포함된 청량음료, 혈당지수가 높은 탄수화물, 입맛을 돋우는 달고 짜고 감칠맛 나는 음식 등은 줄여야한다. 프럭토스가 만성적으로 생산되면 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 저칼로리 소식의 식단을 따르는 동물과 사람이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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