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3:40 (화)
자신의 부족한 자아개념 충전…자아도 강하게 단련
자신의 부족한 자아개념 충전…자아도 강하게 단련
  • 황승현
  • 승인 2022.10.05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_ 첫 번째 주제 몸③ 뭔가 다른 MZ세대의 몸만들기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첫 번째 주제 ‘몸’에 대한 세 번째 글을 싣는다.

최근 MZ세대들에게 몸만들기(Body Shaping)는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인데, 기성세대(40~50대)와 비교하면 뭔가 다른 모습임을 느낄 수 있다. 과거에는 중년의 남성과 여성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헬스장과 수영장을 이용하거나, 운동 클럽의 문화 속에서 사회적 관계형성을 위한 목적으로 무릎, 어깨 등의 부상 위험에도 불구하고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축구 등과 같은 활동에 참여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현재의 건강한 신체를 좋게 만들고자 하는 동기가 더 높아, 꾸준한 운동과 식단조절을 통해 일구어낸 몸(Body)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경제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몸과 신체적 자아개념 

왜 이러한 변화가 시작된 것일까. 다양한 구성요소로 설명되는 자아개념(Self-Concept)에서 중요도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자아개념이란 ‘자신을 설명하는 스스로의 관점’으로 유아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기에 이르기까지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감정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쳐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시 스포츠는 귀족들만 즐길 수 있는 특권이었다. 제임스 월리스의 「A Game of Tennis in Battersea Park」(1904)

자아개념의 구성요소는 각각의 이론과 모형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가 있지만 심리학적으로 중요하게 설명되는 것이 신체적 자아개념(Physical self-concept)이다. 신체적 자아개념은 자신의 신체건강, 운동능력, 신체 외모, 신체상(Body image)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신체건강과 운동능력의 하위 요소로는 신체기능인 근력, 스피드, 유연성, 지구력, 협응력 등이 있다. 운동을 통해서 경험하는 신체 기능(예, 힘이 세지고, 몸이 가벼워지고, 유연성이 증가되고, 심장활동이 건강해지는 것)과 신체상의 변화는 신체적 자아개념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자아개념을 긍정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외의 많은 연구결과는 운동행동의 참여가 심리적 안정감과 더불어 삶의 만족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지하고, 그 중심에 건강한 자아개념의 형성이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즉, 최근의 몸만들기 유행은 신체적 건강 외에도 자기 자신의 마인드와 삶을 스스로 조각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잃어버린 청소년기 체육 활동

모든 상황을 단정 지어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점은 하나 있다. 건강한 자아상 형성에 큰 도움이 되는 운동을 성인기에 경험한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와 학업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운동이라는 환경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유치원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남녀구분 없이 공 던지기, 달리기, 점프하기 등과 같은 단순한 신체활동에도 매우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신체기능을 강화하고 유능감을 통해 신체적 자아개념을 성장시키는 것은 자아를 만족시키는 매우 본능적인 행동이란 생각이 든다. 

신체를 활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인생일대의 미션임에도 불구하고 학업에 집착하는 사회 속에서 청소년기에 운동을 하는 것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운동할 시간이 없을뿐더러 운동을 하게 되면 땀을 흘리게 되고 피곤해서 공부에 방해되는 요소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사실 운동을 통한 근육량의 증가는 청소년기의 신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뇌기능과 혈류량을 증가시켜 인지기능 향상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이 다수의 연구에서 발표되고 있다. 

청소년에게 체육 활동을 돌려줘야 한다. 사진=경북교육청

고갈된 신체적 자아개념의 보상체계일 수도

어쩌면 지금의 유행은 청소년기의 고갈된 신체적 자아개념의 보상체계일 수도 있으며 자신의 부족한 자아개념을 충전시켜 신체뿐만 아니라 자아를 강하게 단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운동을 통한 신체의 변화는 삶에 대한 자신감,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감, 경쟁 속에 지친 자신을 회복시켜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운동한 만큼 정직하게 반응하고 변화됨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운동은 가성비와 가심비가 좋은 선택으로 노력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MZ세대들에게는 추상적인 개념과 미래에 있을 법한 결과보다는 눈에 보이는 확실하고 현실적인 것에 투자하는 경향성과 어울리는 대목이다.

사실 우리들은 노력에 대한 배신을 많이 당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성적, 대학입시, 취업, 승진, 연봉 등과 같이 무한 경쟁의 연속선상에서 치열하게 노력하지만 노력 대비 얻는 것이 불만족스럽거나 불분명한 것 같다. 운동을 통한 몸의 변화는 노력 대비 얻는 성취감이 확실하고, 자신에게 유익하다는 점에서 MZ세대의 수요와 딱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몸만들기는 마음만들기이다

현재의 몸만들기(Body shaping)는 심리적 만족을 충전시키는 마음만들기(Mind shaping)인 것이다.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다이어트, 체중감량, 프로필 사진과 같은 외적인 목적성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심리적인 변화에도 초점을 맞추기를 희망한다. 외적인 동기달성은 운동의 지속성보다는 목표 달성 후 운동을 그만두는 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성취감과 자존감과 같은 자신의 내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흥미요소를 찾아 나아간다면 운동은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해 나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어려운 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미루어두지 말고 좀 더 젊을 때 시작하고 더 많이 만들면 좋을 것이다. 

황승현 경북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한림대에서 심리학 학사를 마치고 스포츠심리학 전공으로 고려대에서 석사, 미시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NCAA Post-doc 연구원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경북대 레저스포츠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 TF위원, 문화체육관광부 학교체육진흥중앙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유소년 스포츠 활동이 심리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멘탈 코칭, 효과적인 팀 빌딩을 위한 리더십 및 정서지능 등의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