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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몸속에 네안데르탈인 DNA가 있다”…노벨생리·의학상 단독 수상
“당신의 몸속에 네안데르탈인 DNA가 있다”…노벨생리·의학상 단독 수상
  • 김재호
  • 승인 2022.10.0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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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전체학부터 양자역학·기능주의 화학까지 공로 인정
면역체계 감염, 암 치료제 등 의약품 개발 응용될 전망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박사가 “멸종한 호미닌의 유전체와 인간 진화에 관한 발견”을 한 공로가 인정됐다고 밝혔다. 호미닌은 현 인류의 조상 종족들을 뜻한다.

 

현 인류의 조상 종족들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DNA가 우리 몸속에 흐르고 있다. 이미지=노벨위원회

페보 박사는 약 7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후 현재 멸종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유전자 이동이 발생했음을 발견했다. 오늘날 인간에 대한 이 고대의 유전자 흐름은 우리의 면역체계가 감염에 반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생리학과 관련성이 있다. 고고학과 유전체학을 융합한 ‘고유전체학’을 확립한 것이다. 예를 들어, 데니소바인이 지녔던 ‘EPAS1 유전자’는 높은 고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하는데 오늘날 티베트인에게 일반적이다.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연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DNA가 화학적으로 변형되어 짧은 조각들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천 년이 지난 후에는 소량의 DNA만 남았고, 세균과 현대인의 DNA로 인해 대량으로 오염됐다. 페보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의 뼛조각과 데니소바인의 손가락 뼈를 구해서 유전자 염기서열분석(시퀀싱)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유럽인들의 유전자 중 1∼4%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래했다는 걸 밝혀냈다. 또한 데니소바인 DNA를 최대 6%까지 보유한다는 것을 멜라네시아 및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염기서열 분석으로 알아냈다.

 

노벨 물리학상은 4일 발표됐다. 공동수상자들은 알랭 아스페(75세) 프랑스 파리 사클레대 교수이자 에콜폴리테크니크 교수, 존 클라우저(80세) 미국 존 클라우저 협회 창립자, 안톤 차일링거(77세)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다. 이들은 양자 얽힘 실험으로 벨 부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벨 부등식은 영국의 물리학자 존 스튜어트 벨(1928~1990)이 1960년대에 제안했다. 벨 부등식은 숨은 변수가 있는 경우, 수많은 측정 결과들 간의 상관 관계는 특정 값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즉 숨은 변수로 인해 양자 역학의 모든 통계적 예측을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자 역학은 특정 유형의 실험이 벨 부등식을 위반하여 가능한 것보다 더욱 강한 상관 관계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천연 분자의 인위적 재현에 연결

노벨화학상은 캐롤린 버토지(56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모르텐 멜달(68세)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배리 샤플리스(81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교수가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클릭화학과 생체직교 반응은 화학을 기능주의 시대로 이끌었다”라고 강조했다. 클릭화학은 분자 구성성분들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합하도록 해 어려운 과정을 쉽도록 만든 것이다. 클릭화학을 유기체에 활용하도록 한 것이 생체직교 화학이다.

오랫동안 화학자들은 점점 더욱 복잡한 분자를 만들고자 했다. 이런 과정은 제약 연구에서 의약의 특성을 지닌 천연 분자를 인위적으로 재현하는 것과 연결돼 암 치료제 같은 신약개발에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 즈음 샤플리스 교수는 클릭화학의 개념을 고안했다. 즉 반응이 빠르고 원치 않는 부산물을 피하는 단순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화학의 한 형태를 만든 것이다. 그 후 멜달 교수와 함께 각각 독립적으로 ‘구리 촉매 아지드-알킨고리 첨가 반응’(the copper catalyzed azidealkyne cycloaddition)을 개발했다. 이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우아하고 효율적인 화학 반응이다. 의약품 개발, DNA 매핑, 목적에 더욱 적합한 물질 생성에 활용된다.

버토지 교수는 클릭화학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세포 표면에는 중요하지만 파악하기 어려운 생체 분자 ‘글리칸’이 있다. ‘글리칸’을 매핑하기 위해 버토지 교수는 살아있는 유기체 내부에서 작동하는 클릭 반응을 개발했다. 이러한 생체직교 반응은 세포의 정상적인화학 반응을 방해하지 않고 일어난다. 이로써 전 세계적으로 세포를 탐색하고 생물학적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생체직교 반응을 사용해 연구자들은 임상 시험에서 테스트 중임 암 의약품의 표적화를 개선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상금 1천만 크로나(약 13억780만 원)을 받는다. 공동 수상인 경우는 상금을 나눈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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