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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세상이 성큼 다가왔다…마음, 내 몸의 한계를 넘게 하다
아바타 세상이 성큼 다가왔다…마음, 내 몸의 한계를 넘게 하다
  • 김소연
  • 승인 2022.10.19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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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첫 번째 주제 몸④ 신체 소유감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첫 번째 주제 ‘몸’에 대한 네 번째 글을 싣는다.

몸에 마음이 잠식당할 수 있을까?

내 마음을 아는 것은 어렵다. 몸과 달리 마음이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런데, 나는 내 몸을 잘 알고 있을까? 몸이 먼저일까 마음이 먼저일까? 내 몸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영화 「아바타」(2009)를 기억하는가? 언제적 아바타인가. 그런데 그 「아바타」라는 영화를 HDR(High Dynamic Range)로 리마스터링한 「아바타 리마스터링」 버전이 2022년 9월에 개봉하였다. 그뿐이랴. 개봉한 첫 주 전 세계 박스오피스 탑5에 등극했다고 한다. 

2009년에 개봉한 「아바타」는 그 개념 자체가 그야말로 신선했다. 외계인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하여 원격 조정을 하다니. 그런데 그러한 아바타(몸)에 인간의 의식(마음)이 잠식당하여 본인이 누구인지 헷갈리게 되는 주인공이라니? 그게 가능해? 

최근 부활한 영화 아바타. 실제로 우리의 마음은 몸에 의해 잠식당할 수 있을까.

절단된 팔을 부활시키다

필자의 생각을 물어본다면, 그것은 가능해 보인다. 흔히들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하지만, 인간의 몸과 마음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2009년보다 15여 년 전인 1995년, 라마찬드란(Ramachandran) 등의 연구진은 한쪽 팔이 절단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연구를 하였다. 환자들의 절단된 팔을 가린 후, 온전한 팔을 거울로 비춰 마치 절단된 팔이 부활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는 연구였다. 연구 결과, 환자들은 실제로 온전한 팔을 만졌을 때, 절단된 팔을 만지는 것과 같은 착각을 느꼈다. 

이 유명한 현상은 ‘환각지(phantom limb)’라고 알려져 있다. 환각지를 겪는 많은 환자들이 신체가 잘려나간 부위에서 고통이 느껴지는 착각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러한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한 치료로 ‘거울 치료법(mirror therapy)’이 많이 사용되어 왔다. 특히 이러한 치료는 군부대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들에게 많이 사용되어온 치료법이다.

그러나 거울을 사용한 방법은 부상을 당한 신체와 대칭이 되는 신체 부위가 온전해야하며, 환자가 거울 뒤를 보는 경우 환각(illusion)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제한적인 치료이다. 그렇다면, 거울이 아니라 나와 비슷하거나 똑같은 신체를 가진 가상의 대상에게 내 몸을 투영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이젠 거울대신 아바타에 나를 투영한다

「아바타」 영화 이후 10년이 지난 2020년, 가상현실이라는 화두가 많은 학자들을 매료시켰고, 내가 몸담고 있는 심리학 분야에도 이러한 유행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아바타에게 내 몸을 투영시키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그 몸이 내 몸이다”, “내꺼야!”라는 ‘신체 소유감(body ownership)’이다. 어렵게 들리는 용어일 수 있지만, 쉽게 말하면 내 몸에 대한 주인 의식, 그리고 가상의 대상이 내 몸이라는 주인 의식이 그것이다. 

실제로 최근 많은 심리학과 정신의학, 그리고 컴퓨터 공학 연구자들이 가상의 아바타를 만들어 나의 몸의 한계를 확대시킨다.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를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Metaverse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의 합성어를 의미한다. 그런데 심리학이 여기에 왜 관련이 있을까?

아바타와 나의 연결고리

다시 「아바타」 영화로 돌아와 보자. 「아바타」 영화에서 주인공이 가상의 나비족인 ‘부캐(부 캐릭터)’와 자신을 완전히 동일시시켜 나비족으로 동화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본인의 의식적 활동이 아바타에 완전히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우리와 같은 행동을 하는, 다시 말해 행동이 완전히 ‘동기화(synchronize)’된 대상에 동일감을 느끼기 쉽다. 나와 따로 움직이는 그림자를 생각할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 자신의 그림자가 나의 의지와 완전히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에 그림자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가상의 아바타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최근 발견한 바에 의하면, 나의 몸과 동시에 움직이는 아바타를 본인의 몸이라고 착각하는 현상이 가능하며, 특히 이러한 경우 연구 참가자들은 가상의 아바타와 참가자 자신의 신체 사이즈가 동일한 경우, 신체 소유감을 강하게 느끼며 가상현실에 대한 멀미나 부정적인 감정을 적게 느낀다.

메타버스에서 신체 소유감을 조작하다. (Kim et al., 2020에서 발췌) 

메타버스에서의 신체 소유감

이러한 연구들이 우리 생활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보자. “몸이 먼저일까? 마음이 먼저일까? 내 몸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인간이란 참으로 묘한 존재이다. 심리학을 연구하는 필자는 인간이라는 대상에 많은 매력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심리는 그대로 몸에 드러나며, 신체적인 불편감은 그대로 심리로 투영된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다.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고 짜증이 난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를 잘 파악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가상의 세계로 넓혀 무한한 제2의 나, 즉 부캐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한 부캐가 회의에도 참여하고 사고 싶은 옷도 입어보는 그러한 세상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 

최근 많은 의학자와 심리학자들은 ‘디지털 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가상의 아바타를 창작해 환자 대신 불안을 겪게 하거나 환자의 부캐로 상담을 하고, 가상현실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피드백으로 주는 치료 등이 그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치료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나 역시 이러한 치료법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심리학을 공부하는 나 역시도 항상 생각해야하는 것은, ‘가상의 나’에게 잠식당하지 않는 것. 신체 소유감의 주체가 사람임을 인지하고, 나의 신체를 메타버스의 세계로 확장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상현실에서 존재하는 부캐의 몸과 그것에 대한 신체 소유감. 이것의 주체는 ‘나’라는 본캐 임을 잊지 않는다면, 가상의 ‘몸’은 실제의 ‘몸’에 매우 유익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소연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
덕성여대 발달지원상담센터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며, 아동과 청소년의 인지 및 정서 발달, 신경발달장애와 관련된 인지신경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이다. 인간의 전생애 발달에 관한 융합 연구를 수행하며, 유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주의, 기억, 정서 문제와 관련된 뇌 기능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VR과 메타버스 방법론과 심리 평가 및 치료를 접목시킨 연구를 아동, 성인, 노년을 대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발달심리사와 인지학습심리사 1급 자격증을 기반으로 전문가 양성과 발달장애치료 프로그램 개발, 인지노화방지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실의 삶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며 즐겁고 유쾌하게 사는 것을 소망하며 실천하는 심리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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