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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노쇠에 대한 관념을 뒤집은 고야의 ‘결혼’
성장·노쇠에 대한 관념을 뒤집은 고야의 ‘결혼’
  • 김재호
  • 승인 2022.10.17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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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나이 듦-2)

박정호 서울대 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고야의 ‘결혼식’과 나이 듦의 알레고리」를 발표했다. 박 교수는 “고야의 「결혼」은 결혼식 뒤의 행렬 모습을 담은 그림”이라며 “이 작품은 신랑의 재산만을 보고 딸을 시집보내는 행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해석되어 왔다”라고 설명했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는 청장년기에 정점을 찍고 노년기로 낮아지는 인생의 단계를 「결혼」에서 뒤집었다. 그림 맨 오른쪽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노인은 꼿꼿한 모습이다. 그림=위키피디아

 

‘인생의 다리’에 묘사된 삶의 단계 뒤집어 표현

박 교수에 따르면, 「결혼」의 전체적인 구성은 유년기에서 노년기까지 인생의 각 단계를 보여준다. 「결혼」은 그 당시 스페인에서 유행하던 「인생의 다리」(1770년경)와 정반대 구도를 갖는다.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생의 다리」에 묘사된 삶의 단계가 청장년기에서 정점에 도달했다가 점차 내려가는 것과는 반대로, 「결혼」의 인물들이 표상하는 인생의 단계는 유년기에서 청장년기로 갈수록 낮아졌다가 노년기로 가면서 다시 올라가는 모습이다. 이는 성장과 노쇠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을 뒤집은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박 교수는 “고야의 이 그림에서 인생의 저점은 청장년기인데 이 시기를 대표하는 인물은 화면의 중심에 묘사된 신랑과 신부”라고 밝혔다.

「결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노인이다. 화면 오른쪽 끝,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노인은 꼿꼿한 모습이다. 자세히 볼수록 눈길을 끈다. 박 교수는 “노인은 수동적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병약한 존재가 아니라 지혜와 평정심을 얻어 세상에 휘둘리지 않는, 인생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라며 “그는 어리석음과 헛된 욕망으로 인생의 가장 낮은 단계에 있는 신혼 부부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고야는 평생 자신의 많은 작품에서 사회적 통념에 도전했다”라며 “「결혼」에서 40대 중반의 지혜로운 ‘노인’ 고야는 당시 결혼 풍조를 빌려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었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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