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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들의 의욕을 떨어뜨리지 마시길
동학들의 의욕을 떨어뜨리지 마시길
  • 김지호
  • 승인 2022.10.24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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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김지호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지난 2019년 기회가 닿아 대학원에 진학했다. 마침 모교가 있는 지역에서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 또 회사에서 학비도 일부 지원해 준다고 하니, 괜찮은 환경에서 대학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학부 졸업 후 약 5년가량 손을 놨던 전공책을 다시 펴보기가 결코 쉽지는 않았다. 취직과 동시에 졸업하면서 내가 다시 이 학교를 올 일이 있을까 생각하던 내가 지금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다니, 세상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학원의 전공도 학부 때와 같은 정치학을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입학생도 나 혼자, 수강생도 나 혼자였다. 대학원에서의 학문적인 맥(脈)이 사실상 끊겨 있었다. 학교 행정실에서는 수강생 한 명만으로는 강의 개설이 어려울 수 있다 했는데, 다행히 전공 강의가 개설되었다. 덕분에 입학 직전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한 1대1 과외를 받으며 첫 학기를 보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선배가 없으니 학사 관련 문제 등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교수님들께서 정성 어린 지도를 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첫 학기를 마쳤다. 다음 학기부터는 휴학생들이 복학해서 1대1 과외생 신세는 면할 수 있었다. 박사과정을 수료한 선배와도 연락이 닿아 이런저런 도움을 받으며 대학원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학과 특성상 현실정치와 관련된 분들이 대학원에 오시는 경우가 있다. 공부하시겠다는 분들의 뜻은 존중한다. 때로는 일선 현장의 목소리가 책보다 와닿을 때도 있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다만, 본인의 소속과 신념에 몰두한 나머지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때로는 “나는 공부는 필요 없고, 학위만 있으면 된다”라는 식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 분들이 있었다. 이게 내가 택한 전공 현장의 민낯인가, 학교와 전공의 품격이 이렇게 훼손되는 건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게 일상화가 된다면 대학은 그야말로 학위 장사를 하는 곳이 될 것이다. 안 그래도 ‘서울파’니 ‘해외파’니 하는 차별에 더해 지방대는 그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 뻔한데 말이다. 이 세상에  존재 이유가 없는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지방대는  지방대만의 장점과 강점이 분명히 있는데 말이다. 심지어 ‘지방대가 이 정도면 되지 뭘….’ 하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보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발언과 행동은 고생하는 동학들, 그리고 여러 학교 구성원들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철마(鐵馬)는 움직이니까

나는 우리나라의 철도사(鐵道史)를 연구하고 있다. 한반도의 분단에 철도가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밝히는 것을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썼고 지금은 철도와 근대국가의 관계를 찾는 것을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정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철도는 강대국들의 침략과 수탈의 수단으로도 쓰였다. 한반도의 철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침략과 수탈을 위해 부설된 한반도의 철도들은 광복 이후에 도 기존의 노선들이 거의 그대로 이용되었고, 국가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광복 이후 한국이 근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나마 제대로 갖춰져 있는 철도와 같은 시설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철도 없이는 국가나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을 이뤄나갈 수 없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분단과 전쟁이 발생하였고, 한국 철도는 세계사적으로도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남과 북은 각각 체제의 성격에 따라 철도를 재편하였고, 철도를 이용해 국가의 발전을 추구하였다. 그 과정을 상세히 밝히는 것이 내 목표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데 힘들지 않 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 내가 택한 길이기에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내 역할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이니까. 내가 선택한 길이 비록 험한 길이라 할지라도 꿋꿋하게 가고자 한다. 어디 나만 이런 길을 가고 있는가? 수많은 대학원 동학들도 아마 이럴 것이다. 그들에게 모두 희망과 기쁨이 있기를 기원해 본다. 아무리 거칠고 힘든 여정이 될지라도 철마(鐵馬)는 움직이니까.

김지호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영남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14년에 학사 졸업과 동시에 한국철도공사에 몸을 담게 되었다. 1940~50년대 한반도 의 철도정책을 중심으로 근대국가 형성 과정에서 철도의 역할을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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