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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은 교실 밖에서, 실천은 교실 안에서…소통하는 교사를 위하여
이론은 교실 밖에서, 실천은 교실 안에서…소통하는 교사를 위하여
  • 장성민
  • 승인 2022.10.25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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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⑭ 장성민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
장성민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

국어교육과는 자국어(L1) 예비교사를 양성하는 특수 목적 학과이다. 전국 38개 사범대학에 국어교육과가 설치되어 있으며, 졸업생 가운데 다수가 중등 임용고사를 치러 교사로 진출하고 있다.

국어교육과 교수로서 한 학기 수업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던지게 되는 질문은, 예비교사로서 수강생들에게 어떤 역량을 길러주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교사로서 수강생들의 가치관과 신념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둘 것인가, 훌륭한 교수법을 갖추어 흡입력 있는 수업을 이끌어가는 기술을 숙달하는 것에 초점을 둘 것인가, 그도 아니면 예비교사들에게 눈앞에 놓인 ‘임용고사 통과’라는 과업을 달성하는 데 우선순위를 설정할 것인가? 사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소홀히 다룰 수 있는 것은 없다.

가령 ‘화법교육론’ 수업에서라면, 예비교사가 화법 지식(내용)과 화법 지식을 가르치는 방법(교수법)을 배우고 익히도록 하는 것부터 모든 교수 행위를 뒷받침하는 토대로서 교육적 가치관과 신념을 갖추도록 하는 것까지 모두가 교원양성기관에서 도맡아야 할 책무가 된다.

비대면 기술·플립러닝, 학생 학습부담 줄여 

이러한 고민을 갖고 매 학기 수업을 준비하던 중 코로나 시대가 도래했다. 갑작스레 불어닥친 뉴노멀의 바람 속에서 고민의 범위는 한층 더 깊어졌다. 애초의 고민은 비대면 수업을 통해 이전까지의 대면 수업에서와 유사한 수준의 학습 효과를 어떻게 거둘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다 비대면 수업에 차츰 적응하면서부터는, 비자발적으로 마주한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강의 방식들을 통해 기존 수업의 제약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것으로 관심의 초점이 옮겨갔다.

코로나 시대 전까지는 전공 지식을 전달하고, 그에 대한 교수법을 익히며, 교사로서의 가치관과 신념을 기르는 것까지의 모든 활동을 교실 안에서 75분 또는 150분의 시간내에 온전히 소화해야만 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가 도래한 후에는 새롭게 익힌 비대면 수업 기술들을 바탕으로 이론적 지식의 전달은 플립러닝 영상을 통해 교실 밖에서, 교수법 실천이나 가치관, 신념 등의 확산적 사고, 문제중심학습(PBL) 활동은 교실 내에서 진행하는 이원화된 방식으로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매주 수업 전에 플립러닝 영상을 시청하고 주차별 강의 주제에 맞는 에세이 과제(생각쪽지)를 작성해 수업 이틀 전 자정까지 사이버클래스에 제출하도록 한 다음, 수업중에는 토의와 발표, 수업 시연 등을 진행하여 상호작용 활동이 폭넓게 이뤄지도록 수업을 조직 했다. 

주차별 수업의 구성: 문제중심학습(PBL)과 플립러닝(FL) 방식을 결합한 방식으로, 장성민 교수는 2020년에 이러한 방식의 효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논문을 게재해 주목을 받았다. 사진=장성민 교수

비대면 수업 기술과 플립러닝 방식을 병행함으로써 얻게 된 가장 큰 효과는, 이론 학습의 부담을 줄여 학생들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여유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교원양성기관에서 예비교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곧 미래 교단에서 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 소통하는 교사를 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비교사로서 수강생들이 한 주 동안 생활하며 성찰한 바나 해당 주차의 플립러닝 영상 강의를 시청하며 느꼈던 점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함으로써, 이들에게도 그러한 교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자 했다. 학생들과의 소통은 교실 수업 외에 사이버클래스, 카카오톡 메신저 등 다양한 경로 를 통해서도 이뤄졌다.

수강생이 제출한 생각쪽지에  대한  피드백 예시: 장 교수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모든 수강생에게  개별적으로  일대 일 피드백을 제공하며, 수강생들의 의견을 이후 수업에 반영하고 있다. 사진=장성민 교수

필자의 수업 가운데 교내외에서 가장 많이 소개된 활동으로, ‘화법교육론’ 수업에서의 MBTI 검사를 활용한 집단상담을 꼽을 수 있다. 단체로 진행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강생 스스로의 의사소통 성격을 이해하고 이론적 지식과 연결해 보는 활동이다.

방역의 어려움으로 인해 비대면으로 운영한 학기도 있었지만, 이 활동만큼은 수강생들의 요청에 따라 거의 매년 대면으로 진행해 왔다. 물론, 교수자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성과는 아니다. 대학 학생상담실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검사를 실시하고, 학교에서 3면이 화이트보드인 강의실을 보수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여러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화법교육론' 수업에서의 MBTI 검사를 활용한 집단상담 장면: 대중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MBTI 검사 결과를 전공 수업에 활용해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고, 이론으로만 접한 전공 지식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살피는 기회가 된다. 사진=장성민 교수

상담실‧강의실 등 교육 위한 대학지원 중요 

우리 대학의 장점 가운데 한 가지는, 학생들에게 좋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하여 지원을 아낌 없이 한다는 점이다.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우수교육 프로그램 공모, 플립러닝 교과목 개발 사업 등을 포함한 다방면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사범대학 자체적으로도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미래형 교수학습모델 개발지원사업에 공모하거나 국내 최초로 실습학기제를 도입하는 등 괄목할 만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성민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
서울대 국어교육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서울문영여자고등학교 교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자국어(L1) 의사소통(화법·독서·작문) 교 육과 다문화 교육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인하대에서 지난 2 년간 좋은강의상과 교육혁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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