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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러의 침팬지 실험 “시행착오는 학습이 아니다”
퀼러의 침팬지 실험 “시행착오는 학습이 아니다”
  • 김재호
  • 승인 2022.11.04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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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재미있는 심리여행』 성미라 외 4인 지음 | 한올 | 304쪽

문제해결의 모든 요소 고려하고 통찰하는 게 학습 
절대성 도전하며 자동적 사고 벗어나려는 인지치료

여기 「루빈의 모형」(1915년 경)이 있다. 잘 보면 술잔이나 꽃병 같은데, 또 다르게 보면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사람의 마음이 갈대인 것처럼 지각되는 것 역시 심리상태에 따라 달라질까. 『재미있는 심리여행』은 이런 상황을 형태지각 차원에서 설명한다. ‘전경-배경 반전도형’이라는 것이다. 술잔이나 꽃병은 앞으로 드러나는 전경, 뒤로 물러나 보이는 사람의 얼굴은 배경이다. 전경과 배경은 뒤섞에 나타난다. 하지만 사람은 자극을 받으면 배경을 뒤로 하고 전경을 조직화 한다.

 

전경과 배경을 나누면 전경이라는 지각은 집단화된다. 기본 감각에 순서나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다. 자극을 집단화하는 규칙들은 △근접성 △유사성 △연속성 △폐쇄성 △연결성 등이 있다. 예를 들어, 폐쇄성은 그림에 틈을 채워서 완전한 대상으로 지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점선으로 그려진 삼각형을 완전한 삼각형으로 지각해 인지한다. “지각은 감각이 단순히 모인 것 이상의 어떤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감각을 조직화해 형태 혹은 전체를 구성하는 데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 ‘gestalt’는 독일어로 형태를 뜻한다.  

심리학(psychology)의 어원은 ‘프시케(psyche)’이다. 에로스 신화에 나오는 프시케는 “고난을 거친 후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정신의 상징”을 뜻한다. 에로스는 신뢰가 사라져 프시케를 떠났다. 프시케는 에로스를 만나기 위해 온갖 힘든 일을 감내한다. 심리학은 생물학적·행동적·인지적, 정신분석, 인본주의 접근 방법이 있다. 

『재미있는 심리여행』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가독성이 좋다. 심리학 개념을 한 번에 인지할 수 있는 그림이 실려 있다. 예를 들어, 퀼러(1887∼1967)의 실험은 침팬지들이 맛있는 사과와 바나나를 얻기 위해 귀엽게 애쓰는 모습으로 묘사돼 있다. 공저자들은 “침팬지들은 자극-반응 연합을 형성한 것이 아니라 문제 상황 전체에 통찰을 획득했던 것”이라며 “학습은 시행착오가 아닌 인지현상으로 학습자는 문제해결의 모든 요소를 생각해 보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여러 가지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적었다. 

 

볼프강 퀼러(1887∼1967)는 침팬지 실험을 통해 학습은 시행착오가 아니라 인지현상임을 밝혔다. 사진=위키백과

심리여행과 관련해 가장 궁금한 건 스트레스다. 책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stringer’가 어원인데, ‘쪼이다’, ‘긴장하다’라는 뜻을 지닌다. 스트레스의 원인과 영향은 각양각색이다. 중요한 건 어떻게 대처하느냐이다. 캐나다 요크대 석좌교수를 역임한 노만 엔들러(1931∼2003)와 제임스 파커 트렌트대 교수가 공동연구한 논문(1990)에 따르면,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대응척도는 과제 지향적 대처, 사회적 지지 촉구, 감정 지향적 대처, 회피 지향적 대처 4가지가 있다. 가령, 회피 지향적 대처는 게임, 술, 쇼핑 중독이나 폭식 등이 있다. 『재미있는 심리여행』에는 대학생활 스트레스 척도가 경제문제부터 학업문제, 친구와의 관계 등 50문항이 표로 나타나 있다. 표를 통해 자신의 스트레스 정도를 척도화 해 알아볼 수 있다.  

이 책은 2022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됐다. 대표저자는 성미라 용인예술과학대 교수(간호학과)이다. 고현남 진주보건대 교수(간호과), 김연실 두원공과대 교수(간호학과), 이수정 우석대 교수(간호학과) 등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성 교수는 “정신의학에서 다루는 많은 질병들은 마음의 고통 때문에 발생하므로 약물치료의 한계를 해결해 줄 심리치료와 상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라며 “의료의 측면에서 심리학은 대상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통제하며 예측할 수 있어 치료에 도움이 된다”라고 밝혔다.

책에는 정신과 의사이자 미국 예일대 교수였던 에런 벡(1921∼2021)의 우울증 환자 치료의 경험에서 나온 인지치료가 소개돼 있다. 인지치료는 “환자의 자동적 사고가 부정적 정서나 우울과 같은 정서장애와 연결되어 환자를 고통스럽게 한다”라고 간주한다. 구체적 기술로는 △특별한 의미 이해하기 △절대성에 도전하기 △재귀인하기 △인지왜곡 명명하기 △흑백논리 도전하기 △파국에서 벗어나기 △장점과 단점 열거하기 △인지 예행연습 등이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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