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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모인 독서 모임, 세상을 바꾸는 인큐베이터가 되다 
책으로 모인 독서 모임, 세상을 바꾸는 인큐베이터가 되다 
  • 최승우
  • 승인 2022.11.02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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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읽기를 넘어 같이 읽기의 힘│신화라 지음│보아스│234쪽 

스마트폰을 위시한 미디어의 발달로 독서인구는 사실상 사멸에 가까워진 것이 사실이다. 오늘 날 독서인은 ‘소수민족’과 다름없다. 철학이 다양한 학문으로 분과돼 힘을 잃은 것처럼 책 역시 정보창구의 다변화가 되면서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유튜브와 sns시대, 책의 의미

한때 종이에 인쇄된 활자가 정보의 모든 것이던 시절이 있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했고 책장을 ‘넘겨’야만 했다. 그러나 현 시대에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구매하는 경우는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 이제는 유튜브와 검색창만 두드려도 알짜정보가 무료로 쏟아진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의 홍수로 판단력이 마비될 지경이다. 모바일 시대에 책의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 존립 가능성마저 불투명해 보이는데 말이다. 

여기 독서의 ‘대멸종’시대에 “독서를 하고 나아가 독서모임을 만들자”라고 외치는 이가 있다. 『혼자 읽기를 넘어 같이 읽기의 힘』의 신화라 저자가 그렇다. 그의 독서계기는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그저 육아를 잘 하기 위해 육아서를 읽다가 자기계발서로 건너가면서 독서에 눈을 뜬 케이스다. 독서를 하다보니 같은 취향을 가진 이들과 소통하고픈 욕망이 생겼다. 

“독서 모임은 책 후기에 대한 살아있는 이야기의 현장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혼자 읽던 책을 다른 이의 입으로 듣게 되면 한번 더 읽게 되는 효과가 있다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은 책을 다시 읽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독서모임의 가장 큰 차별점은 소모적인 수다가 아니라 유익한 수다를 열 수 있다는 데 있다.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자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 

독서 모임 어떻게 하는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홀로 독서 모임을 꾸려가며 얻은 경험을 공유한다. 일종의 분투기와 같다. 엄마들이 모인 맘까페에서 처음 사람을 모았고 시간도 최대 두 시간을 넘지 않게 시간을 정했다. 독서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 선정이라는 귀띔도 잊지 않는다. 운영규칙도 세웠다. 책은 최대한 읽어오되 2/3 정도는 읽기, 돈 거래는 하지않기, 발언시간 지키기, 사담 자제하기, 불참시 미리 연락하기 등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단순해 보이지만 세세하게 많은 것들을 신경 쓰고 준비해야 했다. 그의 도서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토론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 것, 회원에게 도움이 될 것, 다양한 분야일 것, 구하기 쉬운 책일 것. 모임의 첫 시작은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책이 좋다. 모임의 시작은 ‘아이스 브레이킹’을 사용하는데 새 사람을 만났을 때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를 깨는 방법이다. 

독서모임진행은 주제와 관계없는 이야기로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그는 여기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말문이 트여 두세 시간씩 말할 기세의 회원을 만난 것이다. 경험에 의하면 그런 회원들은 수다를 풀 곳이 필요한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독서모임의 분위기를 위해 리더가 따로 걸러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독서모임은 수다의 장이 아니라 목적의 모임이라고 확실히 못을 박는다.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다양한 방식도 흥미롭다. 그중에 하나가 저자 초청 강연 이벤트인데 대개 작가들이 무료로 강연을 해줬지만 모임에서 약소한 선물을 준비했다. 책을 책에서만 끝내지 않고 영화와 접목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테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영화 「컨텍트」를 보는 것이다. 책으로만 접했다면 어려웠을 내용이 영화를 통해 쉽게 이해된다. 독서 모임의 중요한 효과 중 하나는 소위 ‘벽돌 책’이라는 두꺼운 고전 책을 격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어』나 『총균쇠』같은 벽돌 책은 혼자 읽기에 어렵지만 여러 사람들과 읽다보면 한결 수월하게 넘어설 수 있다. 읽기에서만 끝나지 않고 쓰기도 한다. 책을 읽다보면 쓰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인데 저자는 “글을 쓰고 싶다면 독서모임으로 책을 만들고 그 중 마음이 맞는 책 친구들과 책을 쓰고 출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충고한다.

책을 통해 건전한 삶 누리기

지식을 추구하고 지향하는 독서모임의 역할중 하나는 문제의식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해결방법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무브먼트’적 성향까지 있다. 그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소모임인 것이다. 

저자가 아이 엄마다 보니 ‘아이와 함께하는 책 읽기의 교육적 효과’라는 챕터도 있다. 필자를 포함한 싱글이나 딩크족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내용일수도 있겠으나 간략히 소개해본다. 어린이 독서모임은 완벽한 자녀교육 중 하나다. 독서와 공부를 강요하지 않아도 책을 읽는 부모를 통해 자연스레 독서습관을 기를수 있다. 비싼 사교육을 들이지 않고 교육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본서는 ‘독서모임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는 일종의 ‘실용서’다. 어떻게 사람들을 모으고 적당한 규율로 통제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독서 모임의 주체, 즉 리더의 입장에서 쓰여있다. 리더는 모임이 샛길로 빠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주제 선정도서가 도서관에 있는지, 책을 버거워하거나 맞지않는 사람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대목에 이르면 리더가 얼마나 섬세해야하고 막중한 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생각까지 든다. 

모임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독단과 리더십을 구분할 줄 알아야한다. 리더의 생각으로만 밀고가면 독단이요, 다양한 의견이 분분할 때 방향을 설정한다면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현 모임에 매몰되지 않고 타 독서모임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법도 있다. 일종의 벤치마킹인데 저자는 재테크 독서모임을 통해 경제 제반 지식을 얻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고 고백한다. 여기서 중요한 키포인트는 ‘남’의 모임을 통해 ‘우리’ 모임에 노하우를 적용하는 것이다.

마지막 단원은 ‘독서모임 만들기 실전편’이다. 현실적이고 알짜배기 지식을 담고 있다. 모임공지를 할 때는 sns를 활용한다. 사전에 내가 읽은 책의 리뷰를 올리며 공신력을 쌓는 것도 좋다. ‘이 사람이 하는 모임에 나가봐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 역시 이 방식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경험상 독서모임은 시작이 반이란다. ‘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눈이 확 뜨일만한 대목도 있다. 정적인 모임이라고만 여겨지는 책 모임으로 부수입을 올릴수도 있다는 점, 실제로 여러개의 독서모임을 통해 1인 기업을 운영하는 분도 있다하니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sns에 모임후기를 꾸준히 올리다보면 경력이 되기도 한다. ‘리더십은 지식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것은 그가 몸으로 체득한 정보다. 모임 리더는 몇 달간의 일정을 계획한다. 지루하지 않게 이벤트도 만들고 발품을 팔아 가보기도 한다. 기획, 마케팅, 홍보, 회원모집 등 모든 것을 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한다. 경험을 통해 쌓은 리더십은 더 많은 경험을 갖게되는 선순환을 낳는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면

책 읽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들은 온갖 미디어가 난무하는 시대에 마지막 남은 ‘소수민족’이다. 절멸 직전의 희귀종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이제는 조금은 특별한 사람들이 됐다. 남들보다 더 다양한 시각, 섬세한 감각을 훈련하는 이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독서 모임은 그런 인연들을 만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자발적으로 만든 인연을 통해 치유를 받고 성장해 나갈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독서모임은 생각을 나누는 책 친구를 찾을수 있고 그들과 많은 것을 함께하며 삶의 가치를 찾고 만들어 나갈수 있다”라고.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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