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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마오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중국은 마오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 조대호
  • 승인 2022.11.07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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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학은 지금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세기의 주목을 끌었던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가 얼마 전 폐막했다. 역대 20차례 있었던 당대회 가운데 이번 회의는 중국공산당의 역사상 새로운 변곡점에 진입을 한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때와 비교하면 조용했다. 여전히 중국 각지에서는 봉쇄가 지속되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와중 오직 한 군데만이 예외였다. 수도 북경의 인민대회당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중국공산당 19차 중앙위원회 7중전회가 20차 당대회 바로 직전에 개최됐다. 7중전회는 새로운 당대회에서 발표할 보고를 수정‧검토하고 다음 대회로 이행하기 위한 전초대회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주목할 지점은 지난 2019년 7월에 처음으로 제기된 ‘양개유호론(兩個維護輪)’이 당 헌법 수정안에 들어가는지의 유무였다. 양개유호론은 시진핑 총서기의 당중앙과 전(全)당의 핵심지위를 옹호하며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 통일적 영도를 견지해야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지난날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후계자였던 화궈펑(華國鋒)이 주장한 양개범시론(兩個凡是輪)과 매우 유사한데 양개범시론은 마오가 결정한 사항이나 지시는 모두가 견지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를 회고하면 마오 이후 지도자들은 마오식 철권통치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필요하다면 마오가 행했던 방식을 그대로 본따 중국을 통치했다. 이는 레닌주의를 계승해 폭력과 전정(專政)으로 정권을 장악한 중공이 여전히 통치에 있어 일변도(一邊倒)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며칠 뒤 20차 당대회가 개최됐다. 선전에 능한 중국은 초장에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보따리를 먼저 풀지는 않았다. 개막 첫날에는 ‘대만을 향해 무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례 없는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3일에 걸쳐서는 여러 차례 중화민족의 부흥을 강조하고 ‘중국식 현대화’를 이루겠다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데 주력했다. 대외적 메시지는 전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들었다. 이윽고 대회 폐막과 다음날, 차기 지도자와 그와 함께 5년 동안 일을 할 주요 인원들을 발표했다. 연임은 당연지사, 기존의 관례대로라면 공청단(共青團)과 상해방(上海幫) 그리고 태자당(太子黨)이 자리를 나눠 차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6명 모두 시진핑 세력이 장악했다. 그중 두 명은 올해 고강도 방역을 실시해 북경과 상해 시민에게 원성을 산 인물이었는데, 얼마 전 북경시 당서기 차이치(蔡奇)는 제로코로나 정책은 적어도 5년 이상 지속해야하지 않느냐는 망발을 한 적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시진핑 개인에 대한 충성심은 대단했고 이들이 실행한 방역정책은 지난날 마오시대에서나 볼 법한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중공의 본질적 속성을 이해했다면 20차 당대회 인선은 사실 그렇게 놀랄만하지 않다. 개혁개방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덩샤오핑(鄧小平)도 1989년 6월 4일 학생들의 정치개혁 목소리를 탱크로 짓밟았고 이에 호응한 장쩌민(江澤民)을 총서기로 만들었다. 반면 유약했던 총서기 자오즈양(趙紫陽)은 숙청돼 죽을 때까지 가택연금을 당했다. 이번 시진핑의 인선도 89년과 다를바가 없다. ‘인민지상(人民至上: 인민을 가장 위에 두어 섬긴다)’는 중공의 선전구호를 무색하게 만든 리챵(李強)과 차이치가 대폭 승진했다. 이는 중공의 본질은 결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은 확실히 마오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 중국과는 달리 국제사회에서 목소리가 이미 커졌고 이제는 미국과 전면적으로 대립하는 모양새다. 따라서 이번 20차 당대회만으로는 ‘역사의 진보냐 아니면 퇴보냐’하는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평가 기준 역시 그 잣대가 서방식이냐 중국식이냐에 따라 극명하게 결과치도 달라진다. 이와 같이 공전절후(空前絕後: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것)한 사례는 아마도 ‘역사의 진화’라 해야 알맞지 않을까? 싶다.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내용으로는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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