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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휘어잡은 감독, 49번 우승을 이끌다
악동 휘어잡은 감독, 49번 우승을 이끌다
  • 최승우
  • 승인 2022.11.16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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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역사로 본 21세기 공공리더십 ㉟_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 감독 중 한 명이다. 사진=위키피디아

영국 프리미어 리그는 지구촌에서 5억 이상의 인구가 시청하는 세계적인 축구 리그이다. 성적 부진으로 두 달 만에 감독이 경질되는 냉혹한 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알렉스 퍼거슨(1941∼ ) 감독은 28년간 감독직을 수행하며 우승컵 49개를 들어 올렸다. 퍼거슨 감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가장 성공적인 축구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다.

선수 중에 재능은 뛰어나지만 말썽부리는 악동들이 많다. 감독은 이런 악동들을 휘어잡을 수 있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퍼거슨의 카리스마 리더십은 이런 악동들을 휘어잡는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술을 같이 마시며 설득하기도 하고 다혈질로 퇴장당한 선수를 옹호하기도 했다. 유명한 악동인 웨인 루니와 콧대 높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퍼거슨에게는 절대 복종하면서 최고의 플레이를 펼쳐 보였다. 

퍼거슨은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냉정하게 선수를 내쫓거나 다른 팀에 팔아버렸다. 데이비드 베컴은 퍼거슨에게 혼나는 과정에서 대들었다가 퍼거슨이 찬 축구화에 이마가 찢어진 이후 레알 마드리드 팀으로 이적했다.

맨유 선수들이 공격수인 판니스텔로이 한 명에게 너무 의존하는 플레이를 펼치자, 퍼거슨은 그런 경기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 내리고 판니스텔로이를 레알 마드리드 팀에 팔아버렸다. 그의 유명한 말이 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하버드 경영대학원(HBS)의 애니타 엘버스 교수는 2012년 퍼거슨에 대한 사례 연구를 진행했다. “퍼거슨의 이야기와 그가 만든 청사진은 모든 기업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팀 빌딩, 기업문화구축 및 미래 계획을 볼 때 그의 사례는 훌륭한 조직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카리스마 리더십의 특징은 무엇인가? 

맨유의 레전드인 게리 네빌은 퍼거슨 리더십의 특징으로 정신적 강인함을 꼽았다. 리더십은 하나의 행동을 중심으로 에너지를 통합하고 동원하는 능력이다. 퍼거슨은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며 분발을 촉구했다.

퍼기타임(Fergie Time, Fergie는 퍼거슨 감독의 애칭이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는 선수들이 마지막 15분 동안 집중력을 잃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선수들을 독려하는데 실제 성과가 좋았다. 퍼거슨 감독이 시계를 두드리면 상대팀은 정신적 압박감에 힘들어 했다고 한다. 

둘째, 의사소통 능력이다. 퍼거슨 감독은 “의사소통 능력이 경영 성공의 열쇠”라고 주장한다. 리더는 올바른 메시지가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언어적 의사소통과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선수들은 쉽게 산만해질 수 있지만 그는 항상 선수들이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퍼거슨은 성적이 부진할 경우 소리치고 고함을 지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 모습은 헤어드라이어에 비유된다. 퍼거슨이 언성을 높일 때마다 당하는 선수의 머리카락이 드라이를 하는 것처럼 그의 입김에 날린다고 한다. 

셋째, 기초에 대한 믿음이다. 퍼거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소년팀을 육성했다. “나는 기초를 쌓는 것을 믿으며, 축구 클럽을 믿는다. 팀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초가 먼저다.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인재의 흐름이 있는 파이프라인이 나의 목표이다.” 유럽 축구 구단의 70%가 적자로 고생하고 있을 때 맨유의 구단 재정은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퍼거슨은 어린 유망주를 확보해 최고 수준의 선수로 성장시켜 이적시장에서 막대한 차익을 확보한 다음, 여분의 재정력을 선수와 구단시설에 재투자했다.  

넷째, 퍼거슨은 직업윤리를 중시했다. “나는 항상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이 직업윤리라고 생각한다.” 퍼거슨은 1986년 감독으로 임명된 날, 클럽에 변화를 주고 맨유를 유럽 최고 클럽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클럽 내에 심각한 음주 문화가 존재하던 시기에 감독으로 부임했다. 첫 주에 그는 총회를 소집하고 즉각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적응하지 않고 클럽의 성공과 위대함에 기여하지 않는 선수는 환영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퍼거슨은 클럽 내에서 시간 엄수, 규율 및 존중을 빠르게 확립했다. 

우리 사회에는 분쟁과 갈등이 곳곳에 많이 존재한다. 기후와 환경, 대체에너지 문제, 이념논쟁, 계층갈등, 교육문제, 외교분쟁, 빈부격차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사회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이렇게 산적한 분쟁과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는 바람직한 리더십 역량이 절실히 요구된다. 깨어있는 시민의식과 바람직한 리더를 갈망하며 알렉스 퍼거슨의 카리스마 리더십에서 지혜로운 통찰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정영기 호서대 창의교양학부 교수
고려대 철학과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민주시민교육의 인문학적 기반연구』(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학 독서토론 20선』(에이치북스), 『논리적 사고와 표현』(호서대 출판부), 『철학과 영상문화』(해피북스), 『과학적 설명과 비단조논리』(엘맨출판사), 『논리와 사고』(충남대 출판문화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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