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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의 문장들
격정의 문장들
  • 최승우
  • 승인 2022.11.17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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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지음 | 푸른역사 | 308쪽

여성을 넘어 아낙의 너울을 벗고
권력과 시류에 맞서 정론을 외치다

묻히고 잊혔던 ‘절반’의 목소리를 되살리다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사실을 알게 되어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게 생긴다. 조선 시대의 상언과 근대 계몽기의 여성 독자들이 쓴 독자투고를 톺아본 이 책 또한 그 같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가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국법을 어기고 편법을 행했다고 당당하면서도 간절하게 호소한 양반 부인의 상언上言, 시집을 향해 온몸을 다해 항변한 원정原情을 보면, 유교 가부장제 사회의 강요된 부덕婦德을 지켜야 했던 여성상과는 다른 모습을 본다.

여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대궐 앞에 엎드린 부인들,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여성 신문 독자, “첩이 부인만 못하리까, 슬프다 대한의 천첩된 자들아”라고 외친 첩들의 목소리 역시 묻혀 있고 잊혔던 존재들을 떠올리게 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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