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7 07:20 (수)
프랑스 낭만주의와 세기병
프랑스 낭만주의와 세기병
  • 최승우
  • 승인 2022.11.18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도훈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392쪽

19세기 격동의 혁명들 속에서 다져진 프랑스 낭만주의,
그 자유주의적 열망과 좌절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하다.

이 책은 미학적인 접근만으로는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 연구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여, 역사적 맥락 속에서 프랑스 낭만주의를 재해석하고, 프랑스의 역사, 즉 프랑스 낭만주의자들이 경험한 세기로부터 프랑스 낭만주의의 변별적 자질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학적인 관점에서 프랑스 낭만주의는 1820년대부터 1850년대에 이르기까지 고전주의 미학을 거부하는 일군의 프랑스 작가들이 새로운 미학적 범주를 생산한 예술 활동을 지탱하는 사상이라고 규정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프랑스 낭만주의를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전반기에 이르는 유럽 사회의 ‘세계관Weltanschauung’의 변혁과 밀접하게 관련지어 규정하고자 한다.

낭만주의 미학을 지탱하는 감성 중심의 새로운 세계관이 계몽주의를 지탱하던 이성 중심의 세계관과 충돌했는데, 프랑스 낭만주의에 대한 연구가 역사적인 접근을 요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우리는 유럽 근대 사회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낭만주의의 특성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프랑스 낭만주의 변별적 자질인 세기병世紀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유럽 낭만주의의 보편성과 함께 프랑스 낭만주의의 특수성을 대별해보고자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특히 프랑스 낭만주의의 특수성은 역사 자체로부터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역사에 대한 프랑스 낭만주의자들의 자유주의적 대응 방식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내면세계를 탐구한다고 알려진 프랑스 낭만주의의 글쓰기를 사회와 유리된 개인의 내면으로 함몰되는 퇴행적 행위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 간의 관계를 정립하는 능동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자유주의 정신이 프랑스 낭만주의의 지배적 이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낭만주의자들은 세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역사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자 했으나 역사가 낭만주의자들을 배신했고, 이로 인한 집단적 정신적 외상이 바로 세기병이라는 이 책의 가설이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19세기 전반의 혁명적 역사 속에서 다져진 프랑스 낭만주의의 특성을 살펴보고, 2부에서는 그러한 프랑스 낭만주의의 특이점인 ‘세기병’에 대해 자세히 논한다.

프랑스 낭만주의 작가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과 동시대인이 겪는 세기병을 진단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살펴보고, 이러한 자아의 글쓰기가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퇴행적 글쓰기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새롭게 재현하려는 능동적인 글쓰기임을 확인해보고자 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