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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부모 재산’ 때문에 청년들 불안…계층사다리 복원해야
‘취업·부모 재산’ 때문에 청년들 불안…계층사다리 복원해야
  • 김재호
  • 승인 2022.11.2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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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의 시대: 사회정책의 재도전’ 학술대회

2022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 ‘균열의 시대: 사회정책의 재도전’에서는 청년, 노인, 젠더, 시민사회, 디지털 전환, 베버리지 보고서 등 사회복지에 관련한 풍성한 논의가 이어졌다. 청년들은 대부분이 부모의 재산 수준, 취업 실패,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이 때문에 불안 해소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보가 시급하다. 노인들 역시 1인 위기가구로서 기본 생계에 위협을 받으며 우울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젠더 관계에선 기존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벗어나 생활동반자 개념으로 상호돌봄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이 사회를 급격히 전환하고 있는 시기에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시간의 인간화, 도시공간 권리 회복 등이 요청된다.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라는 용어를 대신할 개념이 필요하다. 특히 활동가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사회복지학의 뿌리가 되는 「베버리지 보고서」(1942)는 현재도 보편적 국민복지를 위한 기본 개념을 제시한다. 

 

 

“청년 중 85.7%가 사회적 불안을 인식하고 있었다.” 변금선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이혜림 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는 「청년세대 사회적 불안의 격차」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5∼29세와 30∼34세의 연령대의 불안 수준이 가장 높았다. 25∼29세 집단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의 불안정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30∼34세는 IMF 시기에 아동, 청소년기를 보내고, 노동시장에 진입해 안정적 지위를 획득해야 할 상황에 코로나19를 경험한 집단으로 분석된다. 발표문에 따르면, 부모의 재산 수준이 하위에 속하면, 상위에 비해서 불안하다고 인식할 확률이 10% 높았다. 따라서 “불안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계층사다리의 복원과 더불어 성인초기 청년을 위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배은경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젠더 균열과 가족」을 발표했다. 배 교수는 ‘가족’과 ‘돌봄’의 의미 재구성과 새로운 사회적 합의 창출을 강조했다. 배 교수는 “가족은 경제적 부양과 돌봄의 책임과 의무를 상호 공유하는 생활공동체”라며 “생활동반자 개념 등 가족구성의 계기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가족구성원 모두에게 상호부양과 상호돌봄의 공동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배 교수는 돌봄의 인정과 돌봄관계의 제도화를 위해 유급돌봄노동의 확대와 ‘좋은 일자리’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웹·지역 기반 플랫폼 노동자 30명 인터뷰

김수영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변화에 대한 시공간적 의미」를 분석·발표했다. 웹과 지역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노동자 3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기존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은 근대 산업사회의 생산관계와 고용계약 개념을 준거로 도출됐다”라며 “플랫폼 노동자가 경험하는 시공간 구조를 고려한 정책 고안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공간 정책 관련, 김 교수는 지역기반 플랫폼 노동자를 위해 “플랫폼 기업의 운행 정보 빅데이터 공유를 통해 도시 공간에 대한 권리를 회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웹기반 플랫폼 노동자들은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의 원격화로 인한 괴리가 발생한다. 그래서 김 교수는 “디지털 노동조합과 같은 온라인 가상세계에서 웹기반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 지원”을 제안했다. 시간 정책에 대해 김 교수는 “네트워크 노동은 늪과 같아 노동자 개인이 혼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라며 “네트워크 시간, 디지털 테일러리즘에 플랫폼 노동자들의 정신과 육체가 잠식돼 노동시간의 인간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시민사회 활동을 위한 실천 과제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균열과 연대」를 발표했다. 신 교수는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들 38명을 대상으로 총 23회의 개별심층면접과 3회 초점집단면접을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10가지를 제안했다. △다양성: 활동의 목표, 의제, 조직형태, 방식, 인적 구성 △정체성: ‘시민사회’, ‘시민운동’, ‘시민단체’라는 표현이 갖는 한계 △개인성-자발성-주체성 △네트워크형 사회운동의 약점:조직의 안정성과 활동의 지속가능성의 어려움 △시민사회 내의 세대 갈등 △폐쇄적 조직문화 △활동가들의 노동인권과 기본적인 소득보장 △민관협력 거버넌스의 한계: 성과주의·관료주의 및 사이비 시민단체의 공공재정 부당 취득 △시민사회와 정치의 관계 설정 문제: 정치-운동 선순화 경로 개척의 가능성 △지속가능한 시민사회 활동을 위한 실천 과제 :사람에 대한 지원 확대. 

 

사회의 5대 거악, 무지-불결-질병-나태-궁핍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노동경제학)가 사회를 맡아 ‘복지국가의 새로운 부활을 꿈꿔야: <베버리지 보고서> 출간 80주년을 맞이하여’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공공정책대학)와 장우혁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초빙연구원(이하 김 교수)은 「‘베버리지 보고서’의 사회 개혁과 역사적 의의」를 발표했다. 「베버리지 보고서」(이하 보고서)는 1941년 영국 전시내각이 창설한 ‘사회보험 및 관련 서비스에 관한 합동위원회’가 다음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 「사회보험 및 관련서비스」이다. 당시 위원장이었던 윌리엄 베버리지(1879∼1963)가 단독으로 작성해 「베버리지 보고서」라고 불린다. 

영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사회보장 제도 확립이 필요해졌다. 김 교수는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와 빈민, 고아 등이 나타났고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기존의 구빈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나치 독일과 힘겨운 전쟁을 벌이던 영국 정부로서는 영국 국민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한 정치적 지지를 필요로 하였고, 그 반대 급부로서 전후 독일보다 나은 생활수준을 보장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베버리지는 보고서 8항에서 사회문제를 사회의 ‘5대 거악’인 무지, 불결, 질병, 나태, 궁핍으로 규정했다. 특히 보고서의 핵심 개념은 사회보장, 즉 궁핍을 해소하기 위한 최저소득의 보장이다. 보고서 권고안의 기준은 △종합적: 출생에서 죽음까지 빈곤에 관련된 모든 문제에 적용 △보편적: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제공 △기여: 임금에서 기여금을 납부 △자산조사 반대: 지불 능력이 없어도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제공 △의무적: 모든 노동자가 기여이다.

김 교수는 “「베버리지 보고서」의 원칙을 따른 영국의 복지 입법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보편적 복지국가의 원형이 되었다”라며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의 사회보장 제도 확립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1990년대 후반 김대중 정부가 등장하면서 「베버리지 보고서」가 제안한 보편적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한 복지국가가 탄생했다”라며 “하지만 한국의 복지국가에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많고 공공부조의 제한으로 제한적 복지 제도에 머무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과 주택 시장에 대한 공적 지원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교수는 “한국의 ‘약한 복지국가’가 사회적 위험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여 국민의 불안감이 크며 선진 산업국가들 가운데 삶의 만족감이 낮은 편”이라고 비판했다.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와 보편주의 원칙

김 교수는 21세기 복지국가를 위해 다음을 주장했다. 첫째, 21세기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도 「베버리지 보고서」가 제안한 ‘고용을 통한 적절한 수준의 임금’, 국민보험의 ‘보편주의 원칙’, 보편적 보건서비스와 아동수당 등 기본적 가치와 목표는 여전히 중요하다. 둘째, 보편적 기본소득은 시민권의 차원에서 논의되지만, 보건서비스, 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 셋째, 20세기 후반 이후 탈산업화, 근로빈곤, 가족 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한 ‘새로운 사회적 위험’의 시대에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넷째, 산업 구조조정의 시기에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과 직업훈련의 공적 제공이 중요하다. 아동 돌봄의 제공과 여성 친화적 사회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다섯째, 21세기 대전환의 시대에 적합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효과적, 실험적, 창의적 국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김 교수는 “‘국민최저선’과 함께 ‘보편주의’와 ‘인간다운 삶’을 위한 국가 책임을 강조한 「베버리지 보고서」의 이상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원칙과 기준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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