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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너머의 역사
역사학 너머의 역사
  • 최승우
  • 승인 2022.11.24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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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봉 지음 | 문학과지성사 | 328쪽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후 위기와 팬데믹까지
인간과 비인간이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어가는 오늘날,
우리의 자기 인식으로서 역사는 어떻게 새로워져야 하는가

지도 밖으로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뉴노멀 시대,
‘온고지신’ 역사학에서 미래 문명의 ‘내비게이션’ 빅히스토리로


사극, 역사소설 등 대중 역사문화 전반에 걸쳐 역사비평을 수행하고, ‘역사학의 역사’ 연구로 역사학의 경계를 꾸준히 탐문해온 역사학자 김기봉이 이번에는 ‘빅히스토리’라는 화두를 역사학에 던진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역사학 너머의 역사?빅히스토리, 문명의 길을 묻다』를 통해서다. 저자 김기봉은 전작 『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에서 근대 거대 담론 역사가 종말을 고한 오늘날에도 “진보의 과정으로서 역사”에 대한 믿음을 설파한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어제의 역사학’으로 비판하는 한편,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모색한 바 있다. 이 책 『역사학 너머의 역사』 또한 저자가 그간 수행해온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면서도 한발 더 나아가 빅히스토리를 깊이 살펴봄으로써, 인류세라는 문명사적 위기를 맞아 역사가 나아갈 방향을 그려본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학은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류의 과거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동안 인간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역사라는 ‘삶의 지도’를 통해 현재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비정상이 새로운 정상(뉴노멀)이 되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문명사적 변화를 앞두고 “지도 밖으로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우리 시대에는 전혀 다른 역사가 요청된다. 과거 인간만을 중심에 두고 쓴 ‘온고지신 역사’를 넘어, 문명의 새로운 길을 찾는 ‘내비게이션 역사’가 그것이다.

역사란 과거 인간이 살아온 집단적 삶의 기억을 이야기로 편집하여 집대성한 아날로그 데이터다. 그것은 오랫동안 삶의 지도로서 유용했다. 하지만 이는 인간 기억을 중심으로 모은 주관적 정보라는 한계가 있다. 〔……〕 인간중심적으로 집단 기억을 축적하는 지식 체계로서 역사학의 한계 지점에 봉착한 것이다. _190쪽에서

이 책은 과학으로 학문 패러다임이 전환된 오늘날, 역사학이 과학을 지렛대 삼아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역사는 시간, 공간, 인간이라는 3요소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이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플롯으로 쓰이는데, 자연과학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시간을 138억 년으로, 공간을 지구와 우주 차원으로,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라는 생물 종으로 넓혀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역사학 또한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근대 역사학은 인류 역사를 자연사로부터 구분하고, 비인간 존재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확장하는 근대화를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는 인류세에 이르러 위기를 맞았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인류세에 접어들며 인간과 비인간은 역설적이게도 동등한 행위자로서 더욱 밀접하게 얽혀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 단적인 예다. 팬데믹을 겪는 동안 우리는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백신을 통해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듯 지금껏 본 적 없는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며, 포스트휴먼 같은 비인간 존재나 기후 위기까지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이제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의 ‘동맹의 집합체’로서 역사학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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