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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밝힌 전문인용은 표절일까?
출처 밝힌 전문인용은 표절일까?
  • 김재호
  • 승인 2022.11.2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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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연구윤리 포럼…‘연구자 연구윤리 이해 현황’

박사과정생 A 씨는 다른 연구자의 한 문단을 통째로 자신의 논문 서론에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출처를 표기했다. 이런 경우 표절일까? 표절이다. 전문인용이란 타인의 글을 몇 문장 이상을 그대로 복사해서 본인 글에서 소개하는 경우다. 전문인용은 맨 끝에서 출처표시를 해주었다고 해도 표절이 된다. 읽는 사람이 출처표시가 있는 맨 끝의 문장말고도 그 위의 다른 문장이 타인의 글이라는 것을 모르고 읽게 되기 때문이다. A 씨는 결국 논문을 철회 당했다.

 

지난 17일, 학술 건정성 확보와 책임 있는 연구문화 조성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2022 연구윤리 포럼이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번 포럼은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고,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학총)가 주관했다. 이날 황은성 서울시립대 교수(생명과학과)는 「우리 연구자들의 연구윤리 인식과 이해 현황」을 발표하며 위의 사례를 제시했다. 황 교수는 지난 9월 12일부터 30일까지 한국학총 회원인 684개 학회를 대상으로 연구윤리 이해 현황을 위한 설문을 실시했다. 교수 104명을 포함해 총 200명이 답했다.

지난 22일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황 교수는 “우리 학계 연구자의 대부분이 연구윤리 교육을 통해 자신은 부정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실수로 연구부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7년차 이상 교수들은 위 전문인용 사례에서 66.2%만 제대로 표절을 판단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진지하게 연구를 하고 있는 높은 열의도를 가진 연구자들임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황 교수는 “교수들에게 사례에 기반한 맞춤형 연구윤리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교육 이수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자연과학 연구자들이 데이터 진실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수치를 제외해 상관관계를 만드는 것은 데이터 변조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연과학 분야 연구자들은 타분야에 비해 데이터 변조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데이터 진실성에 대해서 자연과학 분야 연구자들은 측정하여 나온 수치들을 임의로 삭제하고 상관관계를 만드는 것에 대해 59.7%, 몇 개의 측정치를 없애고 P값 분석(통계적 유의미성을 파악하는 기법)을 제시한 경우 64.6%만 데이터 변조임을 인식했다. 사회과학이 각각 68.5%, 71.4%, 인문학이 76.9%, 69.2%인 것에 비하면 자연과학 분야의 데이터 진실성에 대한 이해는 낮았다.

설문조사 결과, 93%는 연구에서 ‘발견의 기쁨’, ‘정보 창출의 희열’을 경험한다고 답했다. 이들의 연구윤리 문제에 대한 이해도는 억지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나머지 7% 그룹에 비해 높았다. 황 교수는 “연구에 열의를 갖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이를 진작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서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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