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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기, 괴담의 문화사
수신기, 괴담의 문화사
  • 최승우
  • 승인 2022.12.01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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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쪽

공자님이 말하지 말라던 ‘괴력난신’의 세계,
그러나 진 무제 사마염도 조선 선비들도 밤이면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동아시아의 판타지 백과사전!
매혹적이고 기이하고 낯선 존재들을 총망라한 문화콘텐츠의 원류를 찾아서

기기묘묘한 옛날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졌는가?

장화張華가 진晉 무제武帝 사마염에게 『박물지博物志』 400권을 바쳤을 때의 일이다. 책을 읽은 무제는 공자가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했다며, 귀신 이야기와 기이한 사건들을 다 빼고 『박물지』를 다시 정리하라고 했다. ‘괴력난신’이야말로 현실 사회의 질서를 중시하는 유교적 사유에서 이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가장 위험한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4세기 중반, 『진기晉紀』 20권을 쓴 사관 간보干寶도 ‘신神’들을 ‘수집하여[搜]’ ‘기록한[記]’ 책 『수신기』를 썼다. 세상에 버려지고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들이 사라지는 것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간보가 모아들인 신들은 위대하고 신성한 신에서부터 유유자적하는 신선, 영험한 능력을 지닌 인간,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귀신, 변신하는 동물, 요괴가 깃든 사물 등에 이르는 모든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다 수집하여 정리하고 보니, 아이코,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 기이한 책을 무엇이라고 정의내릴 것인가? 그래서 『수신기』를 ‘팔략八略’과 ‘미설微說’이라는 단어로 소개하였다.

기존에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장르라는 의미로 당시 서적 분류법이었던 칠략七略이 아닌 여덟 번째 장르 곧 ‘팔략’이라고 소개하고, 또 쓸데없고 잡다한 이야기 모음집이라는 의미로 ‘미설’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미微’는 작고 자질구레하다는 뜻이니, 미설은 곧 작은 이야기 ‘소설小說’과도 의미가 통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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