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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1] 뒤안서 놀던 굴뚝새 모습, 굴뚝처럼 그립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1] 뒤안서 놀던 굴뚝새 모습, 굴뚝처럼 그립다
  • 권오길
  • 승인 2022.12.0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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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새
사진=위키미디어

내 어릴 적에 우리 집은, 방을 드나들 때도 고개를 숙이는, 야트막한 지리산 자락의 한 초가집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지게꾼이 됐으니, 봄여름엔 풀 베고 소먹이며, 겨울이면 지게 목발(지겟다리) 두드리면서 뒷산에 올라 땔감을 하는 나무꾼(초동, 樵童) 노릇을 뼈 빠지게 했다. 작은방 부엌에선 소죽을 끓이기에 겸사겸사하여 군불을 땐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 나무가 잘 타게끔 부지깽이로 들추거나 밀어 넣는데, 바람이 세게 불거나 하면 불길이 거꾸로 흘러 까치집 머리를 태우고, 생솔가지를 태우는 날이면 검은 연기를 둘러써서 ‘굴뚝새’가 되기 일쑤였다. 

그리고 굴뚝이 있는 둥 마는 둥 하여 연기가 처마 밑은 맴돌았고, 게다가 처마가 나지막한 뒤꼍(뒤안)은 굴뚝새의 놀이터였다. 뒤뜰 가까이에 울창한 대밭이 있었고, 겨울에는 모질게 추워서 따신 굴뚝 곁, 그을음이 그득 묻은 처마에 집이 있거나 몸을 녹이느라 그을음을 잔뜩 뒤집어썼었다. 그렇게 몸이 새까맣게 그을린 놈들이 짹짹거리며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자취를 감춘 굴뚝새, 인기척에 놀라 쏜살같이 숨어버렸던 굴뚝새의 수줍은 모습이 새삼 그립구나.

굴뚝새란 이름은 굴뚝에서 놀다 나온 것같이 온몸이 새까매서 붙은 이름이고, 유라시아에서는 굴뚝새 과의 유일한 종이다. 사진=위키미디어

굴뚝새는 참새목 굴뚝새과(科, family)의 소형 조류이다. 영어로는 Eurasian wren이라고 하며, 우리나라의 텃새(유조, 留鳥, resident bird)이다. 굴뚝새란 이름은 굴뚝에서 놀다 나온 것같이 온몸이 새까매서 붙은 이름이고, 유라시아에서는 굴뚝새 과의 유일한 종이다. 소형 조류에 들고, 벌레를 주로 잡아먹으며 사는 식충동물(insectivore)이며, 일부다처제이고, 수컷은 일정한 영역 안에 보통 서너 채의 집을 지으며, 집을 많이, 잘 짓는 수놈을 암컷들이 좋아한다. 

굴뚝새(Troglodytes troglodytes)는 유라시아와 오늘날의 북아프리카지역인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를 아우르는 마그레브(Maghreb) 지역에서 볼 수 있다. 굴뚝새는 몸길이가 약 10cm로 작은 편이며, 등 쪽이 다갈색이고, 몸 아래쪽은 붉은 회갈색이며, 가슴에는 검은색 가로무늬가 있다. 여름에는 산지(山地)에 지내고, 겨울에는 인가 주변으로 내려와서 덤불 사이나 숲의 바닥으로 다니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거미, 파리 등의 곤충류를 잡아먹고, 5~8월에 알을 낳는데, 알은 흰색에 엷은 적갈색 반점이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서식한다. 찍찍 작은 목소리로 우는 명금류(鳴禽類)며, 세계적으로 약 20개 속에 80여 종으로 이루어져 있다. 

굴뚝새는 둥근 날개와 치켜세운 짧은 꽁지(꼬랑지), 짧은 목, 상대적으로 긴 부리(bill)를 가지며, 몸길이 9~10cm, 날개 편 길이(wingspan) 13~17cm, 몸무게 10g이고, 부리는 흑갈색, 다리는 엷은 갈색,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으며, 뒷발가락이 크다. 참새 소리를 내고, 암수가 비슷하다. 부척(跗蹠, 새의 다리에서 정강이뼈와 발가락 사이의 부분)은 16.5∼18.5㎜이다. 깃털 색은 굴뚝에서 바로 나온 듯한 흑갈색이며, 짧은 꼬리를 위로 올리는 특징이 있다. 번식 형태는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 polygyny)인데, 1부2처(一夫二妻, bigamy)나 일부3처(trigamy)가 대부분이고, 4마리의 암컷을 거느린 것이 기록이라 한다. 

인가의 처마 밑, 암벽 틈, 교목의 뿌리, 나무 구새통 등에 둥지를 짓는데, 보통은 지면에서 약 1.5m 이내의 높이에 올린다. 둥지 재료는 이끼류(蘚苔類, moss), 풀, 지의류(地衣類, lichens), 죽은 풀로 만들며, 둥지는 둥근 돔(dome) 모양이고, 입구는 옆에 있다. 한배에 5~6개의 알을 낳고, 포란 기간은 14∼15일이며, 육추(育雛, 부화한 조류의 새끼를 키우는 일) 기간은 약 16∼17일이다. 새끼들은 곤충, 거미, 다른 무척추동물을 먹인다는데, 아주 어린 새끼는 수컷 아비가 먹이를 먹이지 않으나 깃털이 날 즈음이면 수컷도 먹이를 잡아 먹인다. 먹이는 주로 딱정벌레목의 유충과 성충, 나비목의 유충, 거미나 파리 종류의 알이다.

굴뚝새 작고 귀여운 외모와 달리 영역(텃세) 욕심이 강하여 영역 주변의 새나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등 상당히 난폭하다고 한다. 수컷이 번식할 둥지를 만들며, 수놈들은 날개와 꼬리를 반쯤 연 상태에서 노래를 불러, 노랫소리로 암컷을 유인하며, 암컷이 수컷이 만든 둥지 안에서 짝을 맺게 되고, 이후부터 모든 번식 활동은 암컷이 맡아 한다. 다시 말해서 수컷이 여러 개의 둥지를 만들어 놓고 암컷들과 짝짓기하는데, 좋은 둥지를 짓고 멋진 노랫소리를 부르지 못하는 수컷은 암컷을 만날 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굴뚝청소부가 있었고, 서양에도 굴뚝청소부가 있었다. 사진=위키미디어

나는 진주(晉州)에서 고등학교 유학을 했다. 그런데 그때는 굴뚝 청소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왕대나무를 쪼개서 끝에 검정 헝겊을 둘둘 감은 솔 뭉치가 달린 굴뚝 쑤시개를 어깨에 걸머지고, 커다란 징을 두드리며, 목청 높여 ‘뚫어~, 뚫어~’ 외치며 다녔던 굴뚝 청소부가 말이다. 종일 이 동네 저 동네를 걸어야 하는 고단한 직업이다. 굴뚝 소제(청소)와 막힌 아궁이는 물론 방고래 수리도 해줬다. 서양에도 있었던 굴뚝 청소부(Chimney sweeper)는 굴뚝 내벽에 붙은 재와 검댕을 털어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말 급격히 진행된 도시화와 주택개량, 난방시설의 고급화로 그 직업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매우 바라거나 그리워하는 마음이 몹시 간절할 때 “굴뚝같다.”라고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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