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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K스토리텔링, 이젠 ‘지속가능성’이 숙제
20년 K스토리텔링, 이젠 ‘지속가능성’이 숙제
  • 서성은
  • 승인 2022.12.16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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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K-스토리텔링 1·2·3』 조민선 외 37명 지음 | 서성은 엮음 | 컴북스캠퍼스 | 1722쪽

2000년 이후 스토리텔링 논문 35편 추려
여섯 가지 물음(5W1H) 던지며 갈 길 진단

이 글은 『K-스토리텔링』의 서평이라기보다는 선집 제작후기 혹은 독자분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사실 편저자이자 공동저자에 이름을 올린 자로서 직접 서평을 쓴다는 것이 무색한 일이라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인지 알려드리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K-스토리텔링』은 스토리텔링 관련 논문 선집(anthology)이다. 국내에서 스토리텔링 관련 연구가 시작된 지 어언 20년 그간 축적된 주요 성과를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전체 지형도를 가늠해 보기 위한 책이다. ‘스토리텔링’을 키워드로 2000년 이후에 나온 수백 편의 논문과 아티클을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35편을 추려 실었다. 스토리텔링에 관한 분야별 책은 이제까지 무수히 나왔지만, 감히 스토리텔링의 전체 지형도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책이라고 자평할 수 있다. 

처음 출판사의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거절을 잘 못하는 필자지만 이 전화만큼은 단박에 ‘죄송합니다, 못하겠습니다’ 했더랬다. 논문을 선별할 만큼의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작업의 고됨보다도 그 엄중함에 겁이 덜컥 났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무거운 책임을 떠맡은 것은 스토리텔링을 넓게 보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사실 학부를 졸업하고 방송작가로 10년, 대학원에 진학한 뒤 디지털 스토리텔링 연구자로 다시 10년 넘게 달려왔지만 주 전공인 디지털 스토리텔링 외 스토리텔링의 전체 지형을 살펴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학부 저학년 대상 입문 강의를 맡거나 스토리텔링을 처음 공부하는 대학원생을 가르쳐야 할 때 난감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문화콘텐츠 혹은 미디어 관련 학생들의 관심사는 정말로 다종다양하기 때문에 이참에 공부의 넓이를 챙기자는 생각이었다. 

과정은 혹독했다. 스토리텔링 관련 전체 구성을 짜는 데에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체 지형도를 그리고 세부 목차를 정한 뒤에는 논문 선별 작업을 시작했다. 논문 검색 사이트를 쉴 새 없이 들락거리며 분야별로 2~3배수의 논문을 추렸다. 이 과정에 다시 6개월이 소요됐다. 처음에는 명문 선집을 만들어야 하는가 입문 선집을 목표해야 하는가 헷갈리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출판사 측에서 명문과 입문을 자유롭게 넘나들자, 난이도에 리듬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셔서 상당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어내는 것은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너무 방대했고, 너무 좋은 논문이 많았다. 출판사와 장고 끝에 어려운 선택을 한 이후에도 가독성이 떨어져 아쉽게 싣지 못한 연구도 있었고, 저자가 게재를 고사한 경우도 있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선별된 논문은 모두 35편. 책은 애초 기획을 넘어 무려 1천199쪽에 달하는 세 권짜리 세트로 만들어졌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을 둘러싼 여섯 가지 물음(5W1H)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스토리텔링은 무엇인가(개념), 둘째, 스토리텔링은 어떻게 하는가(방법론), 셋째, 스토리텔러는 누구인가(창작자와 사용자). 넷째, 왜 K-스토리텔링인가?(스토리텔링의 힘) 다섯째와 여섯째, 언제 어디서 스토리텔링을 만나는가(미디어와 스토리텔링). 이상 여섯 가지 물음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계를 넘어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K-스토리텔링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일부 사례로는 볼 수 없었던 전체 맥락을 볼 수 있고, 영역간의 연결 구조와 쟁점도 명확히 알 수 있다. 끝으로 서론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지난 20년간 스토리텔링의 연구 성과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종횡으로 엮으려는 이유는 결국 K-스토리텔링의 지속가능성을 찾기 위함이다. 지금 K-콘텐츠가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이 추세가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디지털 실크로드는 누구나 올라탈 수 있는 만큼 누구나 쉽게 잊힐 수 있다. 한때 홍콩영화가 인기를 끌었지만 똑같은 스토리, 똑같은 스타일을 반복하다 몰락한 것을 상기해야 한다. 일본의 망가와 아니메는 수십년간 세계 시장을 제패했지만 과거에 비해 그 영광이 쇠락하고 있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K-스토리텔링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집(選集)을 의미하는 영단어 앤솔로지(anthology)의 어원은 그리스어 앤톨로기아(anthologia)다. ‘꽃을 따서 모은 것', 꽃다발이라는 뜻이다. 이 모음집이 스토리텔링을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한아름 꽃다발같은 느낌으로 발견되고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서성은 
한경대 교수·문화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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