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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적대시 했던 사이비 환경주의
‘탄소’ 적대시 했던 사이비 환경주의
  • 최승우
  • 승인 2022.12.29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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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㉛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4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 3일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가 「에너지와 지구의 미래」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32강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과)의 「한국에서 자유의 개념과 자유주의」, 제33강은 김경일 명예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의 「민족주의와 자유주의」, 제34강은 박명림 연세대 대학원 교수(지역학협동과정)의 「헌법,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가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탄소는 우리가 거부해야 할 악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선이다. 현대 과학과 기술의 가치와 성과를 분명하게 평가해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친탄소적이고, 친과학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너지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에너지가 그렇다. 화석 연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 효과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250년 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는 이미 섭씨 1.09도나 올라갔다. 

열에 들떠 신음하는 지구를 살려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노력도 필요하고, 기후 변화의 속도를 ‘완화’시키기 위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더욱이 2050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 이하로 억제하지 못하면 재앙적인 기후 위기가 찾아온다.

오늘날 에너지에 의한 지구 환경의 오염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화려한 인류 문명의 발달을 가능하게 만들어줬던 에너지가 이제는 불평등과 빈곤을 부추기고, 국제 사회의 갈등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는 여전히 인류의 생존을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기술이다. 에너지의 비효율적인 낭비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더욱 안전하고,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에너지 소비의 불균형도 해결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는 “인구 증가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는 미래 기술의 개발과 제도 구축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라며 “어설픈 ‘친환경’과 ‘무공해’의 구호는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탄소’는 억울하다

에너지가 처음부터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에너지는 인류가 지난 50만 년 동안 지구촌에서 찬란한 문명을 이룩할 수 있도록 해준 결정적인 기술이다. 

인류는 에너지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거칠고 위험한 야생에서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실제로 인간의 뇌가 3배나 커지고, 소화기관은 줄어들었다. 인간의 지능이 높아진 것이 에너지를 이용해서 음식을 조리한 덕분이라는 뜻이다. 청동과 철기의 등장도 에너지를 사용한 결과였다. 에너지가 인류에게 찬란한 문명을 이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산업혁명 이후 에너지 소비의 양상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19세기 후반에 전기와 석유가 등장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규모의 경제와 함께 생산과 소비의 분리를 통해서 경제성을 추구할 수 있는 신기술이었던 전기는 가정과 사무실의 조명에도 사용되고, 산업용 동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수단으로도 유용했다. 특히 전기를 사용하는 다양한 가전 제품의 등장은 여성을 힘겨운 노동에서 해방시켜줬고, 현대의 정보화 사회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농경목축 시대의 인간은 하루 5000㎉(킬로칼로리)의 에너지를 활용했고,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에는 하루 2만㎉가 넘는 에너지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하루 4만㎉를 사용하고 있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2배나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의 전 세계의 에너지 총소비량은 17.6만TWh(테라와트시)으로 1850년보다 무려 30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전 세계의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삶의 질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한 20세기 동안에는 에너지 소비는 더욱 가파르게 늘어났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에너지 소비량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탄소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심각하다. 탄소의 배출을 줄이자는 ‘저탄소’도 있었고, 탄소를 완전히 포기해버리자는 ‘탈탄소’도 있었다. 이제는 탄소를 아예 배출하지 않거나, 어쩔 수 없이 배출하는 탄소도 다시 회수해야 한다는 ‘탄소중립’이 대세다. 생명의 원소인 탄소는 인류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발전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원동력을 제공해준 문명의 원소이기도 하다. 

지구 온난화가 우리의 과도한 화석 연료 소비 때문이라는 지적이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오늘날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모든 경제, 사회, 정치, 문화적 문제가 탄소 때문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턱없이 부족한 억지일 수밖에 없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환경 문제를 소홀히 여기고 화석 연료를 마구 써버린 우리의 실수를 엉뚱하게 탄소의 탓으로 돌려버리려는 자세는 매우 비겁한 것이다.

어설픈 ‘무공해’ 구호는 경계해야

탄소는 우리가 거부해야 할 악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선으로 규정할 수 밖에 없다. 현대 과학과 기술의 가치와 성과를 분명하게 평가해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친탄소적이고, 친과학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속도의 조절이 필요하다. 지구촌의 현실이 암울한 것은 사실이다.

80억 명의 인류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풍요, 평등, 자유를 누리게 된 부작용이다. 환경의 측면에서는 인구의 감소가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그러나 환경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이웃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구가 감소하는 과정이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도 심각한 어려움이다.

결국 믿을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인구의 증가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는 미래 기술의 개발과 제도의 구축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어설픈 ‘친환경’과 ‘무공해’의 구호는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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