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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모르는 지자체가 ‘대학 혁신’ 주도
대학 모르는 지자체가 ‘대학 혁신’ 주도
  • 강일구
  • 승인 2023.01.0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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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 
지자체 주도 ‘RISE’ 사업 시범 추진
교육부는 2023년을 교육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4대 개혁분야와 10대 학심정책을 정했다. 지역 맞춤형 교육개혁 추진을 위해 5개 내외 지자체와 RISE를 시범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교육부

2023년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 지자체 주도 ‘RISE’ 사업 시범 추진 교육부가  본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대학지원’ 권한을 이양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서 열린 ‘2023년 연두 업무보고’에서 교육부의 10대 핵심정책을 발표하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RISE는 지역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을 확대하고 선택과 집중에 의해 지역 대학에 재정 투자를 추진하는 정책이다. 구연희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기존  지자체-대학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Regional Innovation Strategy)은 대학의 발전계획이 지역 발전과 연계되도록 하는 사업이다. 반면에 RISE는 지자체가 중심이 돼 발전계획을 세우고 대학을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RISE는 그동안 추진돼 온 ‘지방대 특성화’ 사업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온 것이다. 구 정책관은 “그간 지방대특성화 사업은 다양한 이름으로 진행해 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대학의 특성화 계획과 지역의 유망 사업이 일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3월 감사원은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교육·일자리 분야)’를 발표하며 “지역사회의 수요가 높은 지역연계학과의 입학정원이 적정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고, 수도권 보다 지방대에서 입학정원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축했다”라고 평가했다. 교육부에 대해서는 “대학의 학과별 입학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김에 따라 지역사회 수요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대학 여건만 생각했다”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은 RIS와도 닿아 있다. 구 정책관은 RIS의 한계에 대해 “대학이 대학발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지역 발전을 생각하다 보니 대학이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RISE는 지자체가 중심이 돼 발전계획을 세우고 해당 발전 방향에 따라 대학을 성장시키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올해 의지와 역량이 있는 지자체를 선정해 RISE 사업을 추진하고 2025년부터는 전 지역으로 확대한다. RISE는 5개 내외 지역에서 시범 추진할 계획이다. 시범 지역을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으로 지정하고,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한편 지역주도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권한도 위임한다.

임도빈 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는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넘겼을 때 대학의 자율성 훼손을 우려했다. 임 교수는 “지자체장은 지역의 실정을 잘 알고 있기에 보다 효율적인 행‧재정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장은 소통령이라고 할만큼 지역에서 막강한 권한이 있다. 선출직이기에 정파성을 띠었다”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어 “지역 산업이 살아나고 대학도 살아나는 선순환은 그것 자체로 올바른 현상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지원을 통해 대학의 자율성도 침해할 수 있다. 대학의 자율성과 지역 발전이란 두 목표를 모두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밀실에서 쏟아져나온 설익은 대학혁신 정책들

RISE 사업과 함께 지자체와 교육부는 지역발전 전략과 연계해 글로컬 대학 육성도 나선다. 구 정책관은 “학령인구만 줄고 있는 게 아니라 인구 자체가 줄고 있고 지역 산업의 성장도 필요하다”라며 “지역산업도 국제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는 산업 자체가 갖춰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식이나 기술이 있는 대학이 이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어떤 분야의 글로컬 대학을 육성할 것인지는 지역의 대학이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안현식 부산경남사립대 교수회연합회장(동명대)은 이번 발표에 대해 “정부가 지방대에 손을 떼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그간 대학에 대한 지원사업이 실패한 데에는 서류를 통한 평가에 몰입했기 때문이었다”라며 “대학이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보고 질적평가를 해야 한다. 기존 중앙정부가 해왔던 획일적인 방식으로 지자체가 대학을 평가하면 유사한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저출생과 수도권 집중화로 2046년에는 지역대학이 50% 이상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던 이동규 동아대 교수(기업재난관리학과)는 교육부가 지역 사정을 모른 채 내놓은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MZ세대가 가고 싶은 회사가 지역에 얼마나 있겠나. 지역은 여전히 제조업 기반이다. 또한, 지역대를 글로컬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것도 지역 자체에서 아직 글로벌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통섭과 융합을 강조하지만, 그동안 등록금 동결과 교육부 평가에 의해 학과기반 자체가 무너진 상태다. 융합교육을 할 기반이 없다”라고 말했다.

지역대에 대한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로 위임하며 정부에서 검토했던 (가칭)지역고등교육위원회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구연희 정책관은 “교육부가 지자체에 탑다운 방식으로 ‘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만들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지자체가 각계각층의 주체들을 참여시켜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은 염두하고 있다”라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RISE와 연계한 대학정책은 교육 개혁 현장 지원을 위해 시‧도 교육개혁지원관을 파견할 계획이다. 지자체에 대학에 대한 컨설팅을 교육부가 제공함으로서 협력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 전면개정 추진

교육부가 연두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10대 핵심정책 중 고등교육과 직접 연계된 정책은 RISE를 포함해 5개다. △과감한 규제혁신 및 권한이양을 통한 지역과 대학의 자율성 보장 △첨단분야 인재양성 체제 본격 운영 △교육개혁 입법화 추진 △지역 활력을 되찾기 위한 학교시설 복합화 지원 △교사혁신 지원체계 마련 등이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을 완료해 총정원 내 학과 신설과 정원 조정을 완전 자율화할 계획이다. 신규 캠퍼스 설치와 대학 통합 시 규제도 완화하는 등 ‘대학규제 제로화’를 추진한다. ‘사립학교법 시행령’과 ‘대학 혁신지원사업 사업비 집행 및 기준’도 올해 개정해 사립대의 재산 처분을 유연화하고, 일반재정지원사업 집행 시 각종 규제를 없애 재정운영에 자율성을 강화한다. 

경제자유구역 내 고등외국교육기관의 설립‧폐지 승인과 지도‧감독 등의 권한도 지자체에 이양하기 위해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도 개정해 지역대와 지역인재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 수립 권한을 지자체에 넘긴다. 캠퍼스 내 설치 가능 편익 시설을 확대하고 유휴 재산의 수익성을 높여 등록금 외 다양한 경로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올해 하반기까지 마련한다.

대통령이 의장인 ‘인재양성 전략회의’가 오는 2월에 출범하고 범부처 인재양성 추진체계를 확립한다. ‘국가인재양성기본법’ 제정을 통해 핵심 첨단분야 인재도 육성한다.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되는 첨단분야 인재양성 정책은 올해 2월에 그 기초전략이 나온다. 이후 바이오헬스, 환경‧에너지, 항공‧우주, 첨단소재 등의 핵심분야가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인류적 난제 해결의 기반이 되는 ‘기초 학문분야’ 핵심 인재육성을 위해 균형 있는 인문사회‧기초과학 분야 투자도 확대한다. 지난해에 비해 531억 원 증액된 2천414억 원을 인문사회 기초연구에 지원하고, 100억 원 증액된 5천290억 원은 이공학학술연구기반구축에 투자된다.

교육대와 사범대를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교육부는 ‘교육전문대학원 시범운영 방안’을 올해 4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교사들이 미래역량을 함양하고 교육현장 연구·실습을 기반으로 대학원 수준의 교원을 양성한다는 것이다. 수여학위는 전문석사학위 또는 전문박사학위로 할 예정이며 자격은 정교사 1급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운영에 있어 적정 양성규모와 전문화 목표만 제시하고 운영 자율성을 보장할 계획이다. 

한편,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을 놓고 전국 교대 교수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교수총회가 오는 18일 열린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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