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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를 알고, ‘무리수’를 두지 말아야
‘분수’를 알고, ‘무리수’를 두지 말아야
  • 김병희
  • 승인 2023.01.09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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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나는 중고생 시절에 수학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학을 못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수학 시간에 배웠던 몇 가지 수(數)가 생각난다. 나는 그 수의 명칭을 대학교수 생활의 소중한 지침으로 삼았다.

아주대의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를 지낸 주철환 PD도 어떤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분수를 지키고 무리수를 범하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라도 경우의 수를 찾아라.” 분수, 무리수, 상수, 경우의 수 같은 수의 명칭에서 나도 깊은 울림을 얻었다. 아재개그 같지만 수학이 가르쳐준 인생의 지혜 같은 것이었다. 수의 명칭별로 수학에서 말하는 정의를 살펴보자.

분수(分數)는 분자 A를 0이 아닌 분모 B로 나눈 몫을 의미한다. 분수를 의미에서 정의하면 분자와 분모가 각각 정수인 경우만을 지칭한다. 분수의 종류에는 가분수, 진분수, 대분수, 번분수, 연분수가 있다. 수학에서 말하는 분수를 인생에 적용해보면 자신의 처지에 맞는 한도를 뜻한다. 우리들은 각자가 도달할 수 있는 한도가 있는데 그 경계를 넘는 순간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무리수(無理數)란 실수 중에서 분수로 표현할 수 없는 수를 뜻한다. 유리수가 아닌 수가 무리수인데, 유리수(有理數)는 실수 중에서 분모가 0인 경우를 제외하고 분자와 분모가 모두 정수인 경우의 수이다.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도 무리수인데, π값(3.1415926…)은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이므로 무리수이다. 수학에서 말하는 무리수를 우리네 인생에 적용하면 절대로 무리수를 두지 말라는 뜻이 된다. 

상수(常數)는 수시로 변하는 변수와 달리 값이 변하지 않고 항상 일정한 값을 갖는 고정된 수를 뜻한다. 예를 들어 이차함수 f(x)=ax2+bx+c에서 계수인 a, b, c는 변하지 않는 상수이며, 특히 c는 상수만 있는 상수항이다. 수학에서 말하는 상수를 인생에 적용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바뀌지 않는 인생의 중요한 지침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사랑과 행복은 인생에서 결코 바뀌지 않는 상수가 아닐까?

경우(境遇)의 수(數)란 어떤 사건이 일어날 방법이 m가지일 때, 사건이 일어날 경우의 수는 m가지라는 논리다. 경우의 수에는 두 사건 A나 B에서 각각 발생할 경우를 m+n 가지로 보는 ‘합의 법칙’과, 두 사건 A와 B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를 m×n 가지로 보는 ‘곱의 법칙’이 있다. 수학에서 말하는 경우의 수를 인생에 적용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헤쳐 나갈 경우의 수를 궁리해야 한다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교수 생활을 하다 보면 분수, 무리수, 상수, 경우의 수를 자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자기 분수를 모르고 무리수를 두다 인생이 망가지는 경우를 자주 목도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때로는 어떤 욕심을 부릴 수 있다. 그런데 자기 분수도 모른 채 과욕을 부리다 보면 분자가 분모와 같거나 분모보다 분자가 큰 가분수(假分數) 인생이 될 수도 있다. 가분수가 가짜 분수이듯, 자신의 분수를 과도하게 넘어서면 가짜 인생이 될 수 있다.

자기 분수에 충실하며 무리수를 두지 않을 때 교수로서 어쩌면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이란 상수를 믿고 경우의 수를 찾아보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도 정말로 필요하다. 우리 앞으로 언제 어떤 일이 닥쳐올지 모르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의 명칭에 대한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분수를 알고 무리수를 두지 말되,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이란 상수를 믿고 경우의 수를 찾아보자.” 수학 시간에 배웠던 분수, 무리수, 상수, 경우의 수에서, 나는 교수생활이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알찬 지혜를 얻었다. 네 가지 숫자가 독자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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