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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3] 큰새에도 겁먹지 않고 사람도 안 겁낸다. 작박구리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3] 큰새에도 겁먹지 않고 사람도 안 겁낸다. 작박구리
  • 권오길
  • 승인 2023.01.11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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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박구리
작박구리는 우리를 지어 짹짹 지저귀는 새로주로 극동 러시아, 중국 북동부, 한국, 일본, 대만 드지에 서식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지금도 글방(서재, 書齋) 베란다 밖에서 날씬한 새들이 휙휙 날면서, 삑삑거리고 있다. 직박구리(Hypsipetes amaurotis)는 몸길이 약 27.5cm이고,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 대만, 몽골 등지)가 원산지인 중형(medium-sized) 조류이다. 몸 전체가 잿빛(회색)을 띤 어두운 갈색이고, 머리는 파란빛이 도는 회색이며 귀 근처의 밤색 얼룩무늬가 두드러지고, 배에 무늬가 있으며 긴 꼬리를 가지고 있다. 무리를 지어 시끄럽게 짹짹 지저귀는(noisy squeaking calls) 새로, 극동 러시아, 중국 북동부,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북부에 널리 분포한다.

큰 특징은 귀덮깃(귀를 덮는 깃털)에 밤색(갈색)의 초승달 모양의 반점(‘귀 근처의 밤색 얼룩무늬’)이 있고, 거친 소리를 내질러서 귀가 찢어질 듯하다. 그리고 직박구리는 굴곡이 심한 파도형으로 날고, 몸이 날씬하며, 국내에서는 연중 관찰할 수 있고, 가끔 매우 많은 숫자가 관찰되기도 한다. 

직박구리는 참새목 직박구리 과(科)에 들고,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이다. 깃털은 뾰족하며 회색빛인데, 날개는 그보다 어둡고, 배 부분의 털은 끝이 흰색으로 얼룩무늬처럼 보인다.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나무가 있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하겠다. 12종의 아종(亞種, subspecies)이 있는데, 우리 직박구리의 서양 이름(common name)은 ‘Japanese brown-eared bulbul’이고,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Hypsipetes amaurotis amaurotis 이다.

여름철에는 암수가 함께 살고, 이동할 때는 40∼50마리에서 수백 마리에 이르는 큰 무리를 지을 때가 있으며, 주로 나무 위에서 살고, 땅으로 내려오는 일은 거의 없다. 겨울에는 보통 평지로 내려와 마을 부근 나무에서 3∼6마리씩 무리를 짓는다. 퍼덕여 날아오른 뒤 날개를 몸 옆에 붙이고 파도를 타듯이 곡선을 그리면서 날아간다. 잡목림이나 낙엽활엽수림 또는 키가 큰 관목림에 나무껍질과 뿌리로 둥지를 틀며, 5∼6월에 한배에 4∼5개의 알을 낳는다. 한국·일본·타이완 등지에서 번식하며, 원래 철새라 번식 후에 떼지어 남쪽으로 내려가 겨울을 난다. 이 새가 번식할 수 있는 우리나라 번식 한계선은 평안남도 이남 지역이라고 한다. 

직박구리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텃새 중 하나로, 비둘기보단 작고, 참새보다는 크며, 우는 소리가 매우 시끄럽다. 오죽 큰 소리로 울어댔으면 조류학자(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가 ‘떠버리 새’라는 별명을 붙였겠는가. 그리고 일반적으로 일부일처제로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같이 산다. 최대 5개의 얼룩덜룩한 알을 낳고, 암컷이 품으며, 보통 11~14일에 부화(孵化, incubation)하고, 새끼는 12~16일 후에 다 자라 집을 떠난다. 또 가끔은 뻐꾸기(common cuckoo)가 직박구리 둥지에 알을 맡기는(탁란, 托卵) 수가 있으니, 직박구리의 알과 새끼가 밀려난다. 

직박구리는 은근히 호전적인 성격을 지녀 다른 새를 공격하는데, 자기보다 큰 새를 보고 겁을 내지도 않을뿐더러 공격하기까지 한다. 평소에 사람도 잘 두려워하지 않아 우리 아파트뿐만 아니라 내가 낮에 틀어박혀 시간을 보내는 내 글방 앞 주변의 나무에도 자주 보인다. 조류는 보통은 아무리 자기가 강해도 인간 가까이에 잘 살지 않는데, 이놈은 아파트 단지의 나무 위에서 죽치고 앉아서 떼창(떼를 지어 노래를 부름)을 한다. 봄에는 진달래나 벚꽃들의 꽃잎, 나뭇잎 등을 먹고, 여름에는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다.

그런데 잡기 힘든 곤충보다 과수원의 과일이나 텃밭의 시금치 이파리 등을 먹기에 해론새로 분류된다. 다시 말해서 직박구리는 과일에서 씨앗, 꿀, 작은 곤충 및 기타 절지동물, 심지어 작은 개구리 등의 척추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이를 먹는다. 특히 과수원에서 과일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므로 작물 해조(害鳥)로 간주한다. 즉, 부리가 날카로워 과일을 몇 번 쪼아먹어도 과일에 상처가 나 상품 가치가 떨어져 버린다. 

우리 아파트에도 녀석들이 몰려다니면서 울어댄다. 겨울에는 아마도 아파트 정원수의 열매를 주식으로 할 것이다. 여기에 아파트에 사는 열매 나무를 모두 써본다:아로니아, 산수유. 매자나무, 남천, 쥐똥나무, 찔레, 덜꿩나무, 낙상홍, 흰말채나무, 사철나무, 작살나무, 마가목, 산딸나무, 산사나무들이다. 그리고 아파트 주변 단독주택들에는 집집이 감나무에 붉은 까치밥 홍시가 주렁주렁 달렸으니….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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