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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처럼 능력 연결하고 상인처럼 희망을 팔아라
지휘자처럼 능력 연결하고 상인처럼 희망을 팔아라
  • 서영식
  • 승인 2023.01.19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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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역사로 본 21세기 공공리더십 ㊹_피터 드러커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지도자를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 유했다. 구성원의 능력을 조화시키고 가시적인 목표 이상 의 무언가를 산출하는 리더라는 것이다.사진=위키피디아

흔히 리더십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으로 묘사되곤 한다. 즉 리더십은 사실상 결과적인 개념이며, 일반적으로 업무상의 가시적인 성과나 생산성 향상 여부를 통해 리더십의 성패가 결정된다. 

그렇지만 리더십을 논할 때는 결과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의식에 기반한 가치판단과 실천 능력’이라는 당위적 성격 역시 결코 좌시되지 않아야 한다.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독재자가 집권 초기에 경제와 산업의 영역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리더로 평가받을 수 없는 이유이다.

필자가 보기에 특정 조직이나 사회를 이끄는 리더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리더의 스킬이나 테크닉을 의미하는 좁은 의미의 리더십이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올바른 마음가짐과 헌신적인 태도이다. 진정한 리더라면 단지 조직의 경영이나 관리 기술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긍정적인 변화와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태도와 실행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리더에게 요구되는 정신’(leaderspirit)이란 구성원들이 지금 여기서 가장 필요로 하는 바, 즉 조직과 사회가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새로운 공유 비전으로 형상화한 후 다시 구성원과 더불어 성취할 수 있는 자세와 실천적 역량으로 규정할 수 있다. 진정한 리더의 모습은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비전을 새롭게 발굴해서 공유하며 함께 도달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자세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나폴레옹이 “리더는 희망을 파는 상인”이라고 말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데 21세기의 리더가 세상에서 꿈과 희망을 파는 모습은 역사 속의 위대하거나 유명했던 리더들의 방식과는 현저히 달라야 한다. 왜 그런가? 현대는 지식과 정보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는 사회인 동시에 민주주의가 제도와 의식 속에서 보편화된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한편으로 소수의 지배층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특수한 지식을 수단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따라서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평가받는 세상이 도래했음을 함축한다. 

다른 한편, 민주사회의 리더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지배(참여와 봉사)와 피지배(양보와 타협)의 의미를 이해하고 실천할 줄 알아야 한다. 누군가 오늘은 리더의 역할을 행하더라도 내일은 팔로워의 위치에 설 수 있으며, 그 역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리더라면 이끄는 동시에 섬기는 자세를 내면에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20세기 중반에 미래의 큰 변화를 선구적으로 예측하고, 리더의 역할 역시 확연히 달라져야 함을 역설한 사람은 바로 피터 드러커(1909∼2005)이다. 그는 21세기의 사회상을 단적으로 성공적인 오케스트라의 활동에 비유하였다. 개별 단원들은 최고의 능력을 갖춘 분야별 전문가(지식노동자)이고, 악보는 한 사회가 지향하는 공유 비전이며, 지휘자는 구성원의 능력을 조화시킬 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바탕으로 가시적인 목표 이상의 무언가를 산출하는 리더라는 것이다.

특히 21세기의 리더는 급속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융합적 지식노동자’로 활동할 수 있는 지성과 실천력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주지하듯이 지식노동자란 드러커가 처음 고안한 개념이다. 지식과 정보라는 새로운 차원의 경제적 자원을 통해 노동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근로계층을 일컫는다. 

21세기 이후 20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볼 때, 사회의 유지와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계층은 지식노동자임이 명확해 보인다. 따라서 이제 리더는 자신의 지적 역량을 현실적인 자산으로 확대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또한 그는 구성원들의 개별 능력을 서로 연결하고 숨은 잠재력까지 끄집어내어 조직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역량도 지속적으로 계발해야 한다. 

스스로 노력함으로써 끝없이 발전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인물만이 자긍심과 세상을 보는 안목을 토대로 조직의 매니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나아가 창의성을 바탕으로 공동체 전체를 위한 그림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번 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필자들과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서영식 충남대 교수·리더십철학

스위스 루체른대에서 서양고전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충남대 리더스피릿연구소장과 출판문화원장을 맡고 있다. 또한 한국동서철학회 편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저서로 『공공성과 리더스피릿』(공저, 2022), 『고전의 창으로 본 리더스피릿』(공저,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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