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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격동·혼돈’의 중동…올해 정세는 어둡다
[글로컬 오디세이] ‘격동·혼돈’의 중동…올해 정세는 어둡다
  • 성일광
  • 승인 2023.01.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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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였다. 지난해 중동이 그랬다. 역내 불안정이 증가하는 것과 별도로 다양한 경제협력 시도가 동시에 이뤄지는 혼돈의 시간이었다. 불안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강대국의 영향력 다툼과 강대국 진영 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 그리고 이란 내 혁명 상태의 지속 때문이다. 여기에 이스라엘에 극우파를 포함한 새 정부가 들어서 중동 평화에 암운을 드리운다.

 

2020년 9월 15일,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됐다. 사진 왼쪽부터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 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UAE 외무장관이 백악관에서 서명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지난해 초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소식은 역내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아프가니스탄 탈출은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 경쟁을 위해 중동보다 중국포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미국의 철수는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역내 친미국가로 하여금 자국 안보를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시작된 미국 자국 중심주의와 고립주의 정책은 중동지역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러시아와 중국, 두 국가와 우호 관계를 다져온 이유 역시 대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안보와 경제 다각화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자국의 역할을 대신해 줄 국가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아랍 국가와 정상화를 중재했다. 2020년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은 UAE, 바레인과 정상화에 합의하고 이후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정상화했다. 

미국은 중국을 방어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정책을 펴고 있고 중동지역 국가들은 자국 이익에 따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랍 국가와의 끈끈한 연대를 과시했다. 여전히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UAE는 미국의 반대에도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와 5G 통신 공급 계약을 맺고 스텔스 기능을 가진 미국 전투기 F-35 도입을 중단하고 프랑스 라파엘 전투기를 구매했다. UAE는 또 미군의 방어 시스템이 예멘 후시 반군의 드론 공격을 완벽히 막지 못하자 최근 이스라엘제 요격 무기를 배치했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으로 침공하면서 중국과 미국의 전략 경쟁에 이란과 러시아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역내 러시아의 입지 강화는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아사드 정권을 군사적으로 원조하면서 시작됐다. 이처럼 러시아는 중동지역 우호국에 병참 지원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 아사드 정권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정권 붕괴를 막았고 이집트에 원전 건설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세가 불리해지자 이란과 무기와 병참을 포함한 활발한 군사협력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고 한다. 러시아는 이란의 드론을 지원받아 우크라이나 전투에 투입하고 있고 대가로 오래된 경제 제재로 낙후된 이란의 공군 무기체계를 돕고 있다. 러시아는 수호이 전투기(Su-35)를 이란에 공급하고 이란 공군 조종사의 조종 훈련도 지원하고 있다. 

이란이 적극적으로 러시아를 도우면서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 전망도 어두워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대리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는 이란과 핵 협상을 재개할 명분이 부족하다. 국내 여론도 문제지만 주권국가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는 이란을 향한 국제 여론도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이란은 현재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반정부 시위로 인해 백척간두에 서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세워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되는 신정정치 국가이다. 국가의 주요 대사는 대통령이 아니라 현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가 결정하고 엘리트 군조직인 혁명 수비대의 수장도 맡고 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녹색운동 주도의 시위가 2017년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반정부 시위가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2019년 휘발유 가격 인상에 반대한 시위 중에 경찰과 보안군의 유혈 진압으로 약 1천5백 명이 사망한 바 있다. 미국과 EU는 자국민을 잔인하게 탄압하는 정권과 핵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선거를 치른 이스라엘에서 강경 정부가 출범하면서 팔레스타인과의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역내 긍정적인 변화는 소다자주의를 이용한 경제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I2U2 즉 인도, 이스라엘과 미국, UAE 간 경제협력이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은 이스라엘, UAE와 함께 3각 경제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대형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회는 항상 위기와 함께 오는 법, ‘중동 붐’에 휩쓸리지 말고 사업 타당성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강대국의 주도권 쟁탈전, 불투명해진 이란 핵 협상과 이스라엘 강경 우파정부의 등장은 올해 중동 정세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전 세계가 에너지와 식량 공급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우리도 나비효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불확실성 시대를 타개하는 법은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정보취합과 최악을 대비한 선제 대응이지 않을까.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 이스라엘 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Mamluks in the Modern Egyptian Mind: Changing the Memory of the Mamluks, 1919-1952』 (Palgrave MacMillan, 201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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