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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자기연민
청소년을 위한 자기연민
  • 김재호
  • 승인 2023.01.16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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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블루스 지음 | 사광·나의현·곽영숙·원승희 옮김 | 학지사 | 208쪽

끊임없이 내면에서 들려오는 비판의 목소리
청소년기의 괴로운 마음을 진정시키는 하나의 기술 자기연민!
내면의 비판아, 비켜 주겠니? 자기연민아, 반가워!

“저에게 초를 치는 건 결국 저 자신이에요.” 치료를 찾아왔던 한 청소년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꺼냈던 이 말에는 많은 청소년 여러분의 고민이, 나아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담겨 있었다. 학교, 부모님, 또래로부터 받는 압력만으로도 여러분의 마음에는 생채기가 끊이질 않는데, 내면의 비판은 마치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아플 자격도 없다고 여러분을 몰아세우곤 한다.

게다가 24시간 끊임없이 흘러가는 온라인 세상은 내가 누구인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고요하고 차분하게 들여다볼 시간마저 허락해 주지 않는다. 어른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풍요로운’ 세대라고 부르지만, 어쩌면 청소년들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힘마저 겨우 붙든 채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은 허무하거나 꿈같은 소리처럼 느껴질 뿐일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자기연민』은 마음챙김 자기연민 프로그램을 청소년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데 정통한 카렌 블루스(Karen Bluth) 박사가 펴낸 책으로, 2021년에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청소년을 위한 자기연민 워크북』(2021)에 그 실용성과 깊이가 한층 더해진 책이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청소년이라면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연민의 요소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청소년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연습을 소개하며 자기연민 실천을 시작하게 도와준다. 책 후반부는 소셜 미디어에서 생기는 어려움이나 신체 이미지 문제 같은 요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흔히 맞닥뜨리는 괴로움들을 자기연민을 통해 엉켜 있던 실타래 같은 상태로부터 풀어내고,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엮어 내는 방법이 담겨 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겪는 힘겨움 속에서 우리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달리 말해 우리 자신을 비판하며 차갑게 대하는 대신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할 수 있다. 자기연민은 우리가 삶의 불완전함에 대처하고, 인간으로서의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안정적인 자원을 제공한다.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힘겨워하고 있다는 걸 떠올리며 돌봄과 연결의 감각으로 자신의 고통에 다가갈 수 있다.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고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끔찍한 날에도, 여러분 내면에는 헌신적인 친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며 여전히 자기연민에 의지할 수가 있다. 자기연민을 잘 전하는 사람은 스트레스, 불안, 우울을 더 적게 경험하고, 삶을 더 행복하게 느끼고 만족스러워하며, 도전을 마주했을 때 더 강해지고 회복탄력성 또한 뛰어나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베풀고, 동기와 책임감이 크며,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자신을 더욱 잘 돌본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숨 가쁜 변화와 내면에서 소리치는 가혹한 비판으로 괴로워하는 청소년, 또한 그들을 돌보고 돕기 위해 애쓰고 있는 부모님, 선생님, 치료자들에게 이 책이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함께 친절해지며 서로 연결되어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실마리가 되어 주길 바란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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