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5:30 (금)
외면할 수 없는 교육 현안
외면할 수 없는 교육 현안
  • 이덕환
  • 승인 2023.01.30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정론_ 이덕환 편집인 /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편집인

교육부가 드디어 ‘교육 개혁’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대학 규제 제로화’가 목표라고 한다. 빈말이 아니다. 이미 올해 초의 교육부 직제 개편을 통해서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러웠던 ‘대학기본역량평가’도 사라진다. 그동안 줄기차게 대학 운영의 ‘자율’을 요구해왔던 대학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그냥 손을 놓겠다는 것은 아니다. 대학의 설립·정원·학사·재정 운영에 관한 모든 정책을 광역자치단체로 이양한다. 규제를 넘겨받은 지자체가 대학과 미래 산업을 연계시키는 ‘지역혁신중심의 대학지원체계’(RISE)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마다 나름대로의 특색을 살린 대학을 지방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교육부가 밀실에서 급조한 RISE 사업을 떠맡을 역량을 가진 지자체가 많지 않다. 괜한 우려가 아니다. 1991년 교육자치법 개정으로 초중등 교육을 지자체로 이양했던 참담한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초중등 교육은 교육감들의 이념 투쟁의 대상으로 포획되고 말았다. 

RISE 사업을 떠맡은 광역자치단체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할 근거가 없다. 오히려 국회와 언론의 감시를 벗어나게 될 대학 정책이 나락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대학을 이 지경으로 망쳐놓은 교육부가 파견하는 ‘교육개혁지원관’이 해결사가 될 수도 없다. 자칫 지역 맞춤형 교육개혁이 지방대 포기 선언이 될 수도 있다.

당장 교육부가 結者解之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줘야 할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지난 14년 동안 교육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던 ‘등록금 상한제’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등록금 상한제 폐지를 위해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대학의 현실을 철저하게 외면한 황당한 궤변이다.

영어 유치원 원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록금 수입으로는 대학의 정상적인 재정 운영이 불가능하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의 사정은 더욱 그렇다. 지난 14년 동안 인건비를 38%나 올릴 수 있었던 국공립대와는 사정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제는 유능한 교수의 확보는커녕 교직원조차 충원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 사립대의 현실은 참담하다. 벚꽃 피는 순서로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사회적 신뢰를 잃어버린 대학입시도 확실하게 뜯어고쳐야 한다. ‘이공계 기피’도 모자라 이제는 ‘인문계 침공’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역사 교육 바로잡기를 밀어붙이기 위한 꼼수로 도입한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과 수능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이제 수명을 다한 짝퉁 ‘수능’은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교육부가 모든 대학의 입시를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확실하게 벗어나야 한다.

교육 현장의 절박한 현안을 바로잡기 위한 교육개혁이 절실하다. 국민의 정부에서도 포기했던 교육전문대학원은 무력화된 교사 양성 체계를 바로잡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 현장은 또 한 번의 ‘억지’와 ‘독선’을 견뎌낼 정도로 건강하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덕환 편집인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