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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4] 쇠물돼지‧슈욱‧물가치…이름도 많고 미소도 머금은 상괭이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4] 쇠물돼지‧슈욱‧물가치…이름도 많고 미소도 머금은 상괭이
  • 권오길
  • 승인 2023.01.30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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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괭이
상괭이는 특정 어류를 잡으려고 친 그물에 다른 물고기가 잡히는 '혼획'으로 인해 그 개체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KBS의 ‘6시 내 고향’ 프로에 상괭이가 나왔다!? 상괭이는 한마디로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인데, 미소를 짓듯 웃는 모습을 하는지라 ‘웃는 고래’, ‘미소 고래’라는 별칭이 붙었다. 수생 포유류 고래목 쇠돌고랫과의 동물인데, '쇠물돼지'라고도 하며, 주로 바다나 하구(河口, 강어귀)에서 서식하고, 강 상류에도 출몰한다. 머리가 뭉툭하고, 등지느러미가 없으며, 작은 눈, 아기 같은 얼굴형, 웃는 형태의 입 모양 등 상당히 귀여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상괭이는 예로부터 흔하게 발견되던 종이다 보니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고, <자산어보>에는 상광어(尙光魚)로, <동의보감>에는 물가치로, <난호어목지>에서는 이들이 호흡할 때 내뿜는 소리를 명칭화하여 ‘슈욱’이라 적고 있다. 지금의 상괭이라는 이름은 <자산어보>의 ‘상광어’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데, 수면으로 드러난 몸이 물빛에 반사되어 반들반들 광택이 나기에 붙여진 것이라 한다. 또 <자산어보>에는 '해돈어(海豚魚)'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고, 동양의 인어(人魚) 모델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시 말해서 ‘상괭이’는 “물빛에 광택 난다”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상괭이는 불법 어업과 혼획(混獲, bycatch)으로 멸종될 위기에 몰렸다. 상괭이는 고래목 이빨고래아목 쇠돌고랫과에 속하는 6종(상괭이, 쇠돌고래, 바키타, 안경돌고래, 버마이스터돌고래, 까치돌고래)의 돌고래 중 하나다. 분류학상으로 보면 돌고래지만, 고래(whale)나 돌고래(dolphin)와는 별도로 포포이스(porpoise), 또는 등지느러미가 없기에 핀레스 포포이스(finless porpoise)로 불린다. 상괭이는 보통(평균) 몸길이 2.27m, 몸무게 71.8kg이며,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 또 15~22쌍의 이빨을 가지며, 몸빛은 보통 어두운 회색이다.

상괭이(Neophocaena asiaeorientalis)는 앞으로 튀어나온 둥근 주둥이가 없고, 둥근 앞머리 부분이 입과 직각을 이루고 있어 일반적인 돌고래와는 겉모습이 다르다. 머리가 움푹하며, 가슴지느러미가 달걀 모양이고, 등지느러미가 없는 대신 높이 약 1cm의 융기(隆起, uplift)가 꼬리까지 이어져 있는 점도 돌고래와의 다른 점이다. 크기도 상괭이는 1.5~2.3m 정도까지 자라지만, 보통 돌고래는 10m 넘게 자란다. 몸은 옅은 회색빛을 띠고, 흰돌고래(Delphinapterus leucas)와 닮았지만 흰돌고래보다 훨씬 작다.

상괭이는 보통 수심이 얕은 연안에 살며, 주된 서식지는 우리나라 서해를 비롯하여 남서태평양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해역의 연안과 중국의 양쯔강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바다뿐 아니라 아시아 대륙의 많은 하천에도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과 2015년 4월경에 한강의 시민공원(반포지구와 양화지구) 근처에서 상괭이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고, 중국의 양쯔강(Yangtze river)과 같은 큰 강의 경우 바다에서 1,600km 떨어진 상류에서도 상괭이가 목격되었다고 한다. 강돈(江豚, river piglet)이라 불리는 양쯔강 상괭이는 매우 수줍어서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물 위로 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어미와 새끼가 붙어 다니고, 무리를 짓는 수도 있는데, 보통 3~6마리가 떼지어 살지만 25여 마리의 무리도 발견되었다. 필자가 삼십여 년 전에 중국 우환(武漢, Wuhan)에 갔을 적에, 그곳에 있는 중국과학원 수생 생물연구소(中国科学院水生生物研究所, Chinese Academy of Science's Institute of Hydrobiology)에서 양쯔강 상괭이를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온 세계에서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를 상괭이의 최대 서식지로 보고 있다. 상괭이는 어렸을 적에는 새우류를 먹다가 커서는 주꾸미, 꼴뚜기, 다양한 어류를 먹는다. 그런데 고래·물개·물범과 같은 바다 포유류는, 애초에는 바다에서 살던 것이 육지로 적응(適應)하였고, 이렇게 육지에 살다가 약 5,500만 년 전에 다시 바다로 재적응(再適應)하면서 해양 최대포식자로 진화했다.

그런데 우리 바다에서 상괭이에게 가장 큰 위협은, 다른 고래와 마찬가지로, 혼획(특정 어류를 잡으려고 친 그물에 우연히 다른 종이 걸려 어획되는 것)에 있다 한다. 이렇게 혼획된 상괭이의 상당량이 밍크고래로 위장되어 불법으로 판매되고 있다.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근해의 상괭이 개체 수는 2005년 3만 6,000여 마리에서 2011년 1만 3,000여 마리로, 64%가량 급격히 감소했으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상광어(常光漁)’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정도로 우리 바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이 돌고래는 최근 마릿수가 줄고 있어, 해양수산부는 2016년 상괭이를 해양 보호 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상괭이는 식용으로 간혹 이용되며, 피하지방(皮下脂肪) 부위나 간을 가마솥에 넣고 가열해 기름을 추출하였으니, 이를 섬마을 사람들은 불을 밝히는 초롱불 기름으로 썼고, 얼마 전만 해도 어린아이의 부스럼, 짓무름의 치료제로 썼으며, 소가 털이 빠지는 병의 치료제로도 쓰였다고 한다. 밍크 돌고래고기 따위가 고래고기 대용으로 많이 이용되긴 하지만 상괭이는 별로 맛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흑산도 등지에서는 잡히면 거의 돼지사료로 썼다고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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