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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해역과 전쟁
동북아해역과 전쟁
  • 최승우
  • 승인 2023.01.3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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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덕 외 11인 지음 | 소명출판 | 380쪽

냉전과 열전의 시대 ‘동북아해역’에 주목하다

『동북아해역과 전쟁-피난, 삐라, 해전』은 한국전쟁을 비롯한 동북아의 전쟁들이 냉전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분절과 갈등을 마주하게 되는 동북아해역에 주목했다. 20세기 후반은 ‘냉전과 열전’의 시대였다. 열전이라 함은 전쟁을 비롯한 갖가지 충돌을 모두 아우르는 표현이다. 냉전과 열전은 지역에 따라, 국가에 따라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양상으로 시작되고 진행되었다. 또한 냉전의 상당 부분이 열전의 형태로 표출되었고, 냉전과 열전은 서로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성과 동시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은 냉전과 열전을 해역의 관점에서 재검토한다. 총 12편을 담고 나누어 동북아의 전쟁과 해양인식에 대한 전사를 제1부에서, 각 국가들이 처했던 전쟁과 그 영향을 제2부에서, 전쟁 이후 냉전으로 전환되면서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한 고찰과 의미를 제3부에서 논의한다.

제1부 ‘근대 동아시아의 전쟁’에서는 아편전쟁을 근대 동아시아의 첫 전쟁으로 소개하며 이 전쟁 이후 출판된 『해국도지』를 분석한 글과 동아시아에서 근대적인 영해 개념을 인식한 시기는 과연 언제부터인지, 특히 ‘해권’이라는 말에 착목하여 영해주권과 해양권익이라는 개념의 수용과 관련 논의들에 대해 분석한 글을 실었다. 또한 일본의 패망을 해양질서의 형성과 연결시켜 그 과정이 국가라기보다 지역 혹은 해역이라는 관점에서 정립된다고 주장하는 글과 한국전쟁을 통해 동북아해역에 유엔군이라는 세력이 등장하고, 이곳이 세계의 해역에 포섭된다고 하는 글을 포함한다.

제2부 ‘전쟁 속의 동북아해역’에서는 전쟁에서 국민 혹은 지역민들이 어떠한 경험을 하는지 살펴본다. 일본군이 러시아에 대한 간섭전쟁을 일으킨 시기에 시베리아에 거주하고 있던 일본인 성매매직업 여성이었던 가라유키상의 집단 죽음에 대해 분석한 글과 오키나와 주민들이 전쟁 속에서 어떠한 차별과 갈등을 겪었는지 언어정책을 매개로 해석한 글 그리고 냉전시기 일본의 출입국 관리제도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동북아해역에서 이동과 이주, 밀항, 외국인등록령, 외국인 이민과 국적법 적용 과정을 풀어낸 글, 부산으로 피난 온 사람들의 가족 찾기 공간이 되었던 점바치 골목을 영도대교와 함께 전쟁과 이산의 상징적 장소로 설명한 글을 실었다. 또한 중국과 대만 양안관계의 첨병인 금문도를 대상으로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상황을 통해 이들이 당하는 신체적, 정신적 군사화에 대해 분석한 글도 포함한다.

제3부 ‘동북아해역과 냉전’에서는 동북아해역을 둘러싼 각 국가들이 냉전시기를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보여준다. 한국인의 밀항자 석방 청원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밀항자가 냉전과 어떻게 교차되어 왔는지 살펴본 글과 대만과 중국의 냉전에 따른 갈등을 대만해협을 주제로 풀어낸 글 그리고 중국이 냉전시기 국제사회와 어떻게 교류했는지를 상해의 국제선원클럽을 통해 분석한 글을 모았다.

전쟁은 해역을 통해 시작되었고, 냉전도 해역을 통해 시작되었다. 동북아해역의 각 국가들은 전쟁의 시대가 지나고 냉전의 시대로 전환되었지만, 냉전의 시대는 전쟁시기보다 더 뜨거운 열전의 시대를 맞이해야 했다. 육지에서는 교류의 문이 닫혔지만, 해역에서는 교류와 열전이 동시에 발생했다. 그런 점에서 근대 동아시아의 전쟁을 동북아해역을 중심으로 살필 때 종래의 육지와 국가 중심의 시각과는 다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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