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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시대에 문화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유튜브 시대에 문화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 최승우
  • 승인 2023.01.31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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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호 지음 | 푸른사상 | 264쪽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오늘날,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콘텐츠를 공유,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상용되는 SNS는 사람들 사이에서 강력한 소통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는 가장 중요한 미디어로 부상했다.

사소한 일상이든 중요한 것이든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을 간편하게 촬영하고, 그 기록은 이런저런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재활용되며 저장하고 공유된다. 이로써 인류의 기억 자원은 엄청나게 방대해졌으며, 이 기억 자료들은 유통 및 활용되어 다양한 기억의 재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기억의 재구성, 그 주된 무대가 바로 유튜브이다.

여러 문화적 경험이 이루어지는 곳이자 인류의 방대한 기억 아카이브가 된 유튜브라는 공간에 주목한 저자는 이 책에서 ‘기억의 놀이터가 된 유튜브에서 일상의 문화적 실천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도록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아울러 대중음악 사례를 중심으로 디지털 시대 온라인 공간에서의 문화기억의 구체적 양상을 살펴보고자 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기억’에 관한 기존의 논의를 먼저 다루었다. 알박스의 집단기억론과 그로부터 전개된 아스만의 문화기억론이 이론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 나아가 변화한 기억 환경에서 유튜브의 기억 탐구를 위해서 아스만 문화기억론의 응용과 확장을 시도하였고, 유튜브의 기억 메커니즘을 밝히고자 했다.

다음으로 유튜브의 동영상, SNS 플랫폼으로서의 성격, 그리고 미디어적 위상을 고찰함으로써 문화기억 장치로서의 조건을 살폈고, 대표적인 음악콘텐츠 유형을 도출하여 콘텐츠 생산과 소비를 통해 나타난 문화적 경험의 양상을 고찰했다.

한국 최초의 음원인 안종식의 〈단가〉에서부터 조용필, 서태지와 아이들, BTS의 뮤직비디오, 양준일, 비, 아델에 이르기까지 유튜브를 통해 더욱 강력해지는 문화콘텐츠의 양상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트렌드를 넘어 ‘유튜브 시대’라는 변화한 환경 속에서 일상의 문화적 실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기억이 재구성되는지 면밀하게 통찰함으로써, 유튜브가 어떻게 문화기억의 구성에 관여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기억은 알박스의 집단기억 개념을 확대 계승한 얀 아스만과 알라이다 아스만이 제시한 개념이다. 알박스의 집단기억이 기억을 공유하는 단일 집단과 그들의 정체성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면 문화기억은 ‘문화적 실천’을 통한 재현에 의해 기억이 보존, 전승, 강화되며 그에 따른 사회, 문화적인 의미를 획득해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또 문화기억은 사회 내 소통되는 다양한 기억 형태들을 포괄하는 보다 유연한 개념으로 설정되고 과거 사실에 대한 인간기억의 외재화, 물화된 차원으로 폭넓게 정의된다. (16쪽)

대중음악 콘텐츠를 유튜브상의 다양한 문화콘텐츠 장르 중 하나의 표본집단적 성격으로 상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설정은 곧 대중음악 콘텐츠라는 표본집단에서 나타나는 문화기억의 양상이 유튜브상의 제 영역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경험과 그에 의한 문화기억의 양상을 가늠하게 해줄 수 있기에, 이는 곧 디지털 시대 온라인 공간에서 문화기억의 일면을 대표해줄 수 있으리라는 전제를 안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사용자들의 적극적 문화 실천의 장이자 기억의 저장고로서 오늘날 유튜브의 성격과 미디어로서의 위상을 전제로, 디지털 시대 온라인 공간에서의 집단기억의 양상을 살피기 위해 유튜브 대중음악 콘텐츠와 이를 통해 구성되는 문화기억의 양상에 주목하고자 한다. (20쪽)

여기서는 유튜브가 어떻게 디지털 시대의 문화기억 공간으로 기능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먼저 정보의 매개체로서 오늘날 유튜브가 가진 미디어적 특성과 위상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구성된 기억이 집단화하고 유통되는 생리를 파악하기 위한 기본적인 기술적 환경이라 할 수 있는 유튜브의 플랫폼 구성과 각종 기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이는 인터페이스 구성과 메시지 표상 양식, 그리고 소셜미디어적 특성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가능하다.

또 이 글에서 문화기억 구성원리를 밝히기 위해 대중음악이라는 영역으로 한정 지어 집중하는 만큼 음악 플랫폼으로서의 유튜브는 어떻게 향유되고 있는지, 그리고 기존의 주류 음악전문 플랫폼과의 관계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84~85쪽)

본 글에서는 문화기억의 공간으로서 유튜브의 속성을 ‘기억의 아카이브’와‘ 기억의 산실’로서 이해하고자 한다. 기억의 아카이브로서의 유튜브는 문화기억이 보존, 전승, 강화되는 곳이고, 기억의 산실로서의 유튜브는 문화기억이 새롭게 재구성되는 곳으로서의 성격을 말한다.

다만 이 두 성격의 설정이 유튜브를 양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기억 공간으로서 유튜브의 복합적, 이중적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속성을 위한 전제로서 문화적 실천 공간과 이로 인한 사회적 담론 형성 공간으로서의 유튜브의 특징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특징은 모두 유튜브 향유자의 프로슈머적 성격에서 출발하며 곧 이들이 콘텐츠 생산과 소비 모두의 측면에서 오늘날 문화기억의 구성 양상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줌을 의미한다. (126~127쪽)

양준일은 더 이상 90년대 초 당시 일부 대중의 기억 속에 잠깐 남았다 사그라진 그 가수가 아니다. 서태지나 듀스보다 먼저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이라는 장르를 이 땅에 들려주었고, 당대의 가수들과 차별화되는 미소년 같은 얼굴에 가늘고 긴 체형, 화려한 색감과 중성적인 스타일 그리고 자유분방한 퍼포먼스는 지금의 아이돌 문화에 익숙한 대중에게 오히려 친숙하게 받아들여짐으로써 이제 양준일은 ‘시대를 앞섰던’ 아티스트로 재평가받는다.

따라서 현재의 관점에서 한국 사회의 양준일에 대한 기존의 기억은 잘못된 것으로 부정되고 새로운 기억이 자리하게 된다. 90년대가 그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은 그가 시대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가 그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억은 언제나 의지적으로 구성되며 따라서 언제나 현재가 옳다. 사회는 지금의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것만을 기억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제 양준일은 망각의 대상에서 기억해야 할 대상으로 바뀌었다. 유튜브의 저장기억으로 파편화되어 있던 그와 그의 음악에 대한 기억은 오늘의 가치 기준에 부합한 것으로 재인식되어 새로운 문화기억으로 활성화되었다. (194~195쪽)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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