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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체제 파국 막자”… 7개 교수단체 ‘전국교수연대회의’ 출범
“고등교육체제 파국 막자”… 7개 교수단체 ‘전국교수연대회의’ 출범
  • 신다인
  • 승인 2023.02.0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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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교수단체 대표가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각 교수단체 대표가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교수단체 7곳이 참여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이하 교수연대)’가 1일 출범했다. 교수연대는 출범식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학정책을 비판하며 “윤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출범식에는 각 교수단체별 대표와 교수 등 11명이 참석했다. 교수연대는 출범선언문에서 “위기에 놓인 대학에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것은 지방의 소멸과 기초학문 기반의 붕괴를 가속화함은 물론, 살아남은 대학의 경쟁력 강화도 담보하지 못하는 실패가 예정된 정책이다”라며 “올바른 고등교육정책의 재정립, 특히 지역균형발전과 대학균형발전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역정부들의 공공적 정책 수립과 실천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30일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설립 후 운영 중인 대학에 대해 4대 요건(교사(校舍), 교지, 교원, 수익용기본재산)을 완화해 적용하고, 일부 학과의 새로운 캠퍼스로의 이전이 용이하도록 개선하며, 자발적인 통‧폐합 촉진을 위해 통폐합 시 일률적인 정원 감축의무를 삭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교수연대는 “개정안의 요지는 대학의 기본적인 4대 요건의 기준을 낮추는 것이며, 특히 설립기준과 운영기준을 구분하여 후자의 운영기준을 대폭 완화 혹은 철폐한 것”이라며 “이는 대학 운영자의 입맛에만 맞게 부담과 비용을 줄이면서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결국 개정안은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트리고 대학 생태계를 파괴하며 대학의 경쟁력을 돌이킬 수 없이 후퇴시킬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교수연대는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회의,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이 참여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아래는 출범 선언문 전문

[출범선언문]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 출범선언문

오늘 우리는 현 정부의 대학 정책이 초래할 암울한 대한민국의 미래에 참담함을 느끼며 이 자리에 섰다. 위기에 놓인 대학에 시장 원리와 무한 경쟁이라는 낡고 단순한 논리를 앞세워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것은 지방의 소멸과 기초학문 기반의 붕괴를 가속화함은 물론, 살아남은 대학의 경쟁력 강화도 담보하지 못하는 실패가 예정된 정책이다. 지역 사회 속에서 시민과 함께하며 대한민국을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만드는데 일조해 온 대학을 선진국 수준의 지원 한 번 없이 정원확보율과 취업률 같은 단순한 기준으로 정리하겠다는 발상은 천박하고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이번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당장 철회하고 국가와 지역 차원의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제4차 산업혁명으로 현재의 대학 체제에 개혁이 필요한 것은 대학에 몸담고 있는 우리가 그 누구보다도 공감하고 있다. 대학별 정원과 학과는 조정되어야 하고 교육과 연구 기관으로서의 경쟁력도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국의 대학과 학과를 한 줄로 세워 학생들이 몰리는 수도권과 대도시의 인기학과만 남기는 방식은 행정 편의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 대학이 인재 공급과 연구 역량 강화, 민주 시민 양성을 통해 국가의 균형 발전에 기여해 온 지역 공동체의 경제, 문화, 사회의 중심이라는 점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 개탄스럽다.

씨앗은 30년 전 대학설립준칙주의라는 이름으로 대학의 수만 폭발적으로 늘렸을 때 이미 뿌려졌다. 미래를 책임질 고등교육을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대학에 맡겨버리고 30년간 국가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결과, 우리 대학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수준의 연구·교육 환경은 물론, 모두가 서울과 의과대학으로만 달려가는 비이성적 서열화와 양극화에 신음하고 있다. 부실 사학은 늘어가고 심지어 국립대학 사이에도 일인당 교육비 격차가 세 배에 달하고 있다. 이 와중에 교육부는 대학정책국을 폐지하고 철지난 규제 완화와 신자유주의적 시장 만능주의를 기치로 대학설립운영요건을 대폭 완화해 대학 법인의 극단적 영리 추구의 길을 열어주려 하고 있다.

현 정부의 대학정책이 가져올 결과는 너무나도 명백하다. 수도권 대형 대학들은 첨단 응용·실용 학과 등 시류에 따른 인기와 외형적 수익성이 높은 분야 위주로 재편되어 인문학,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과 소수학문은 고사되고 학문 생태계는 교란될 것이다. 반면 지역과 소규모 대학들은 지방정부가 정략적으로 배분하는 최소한의 재정 지원에 매달려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은 수행하지 못한 채 영리활동에만 골몰하게 될 것이고, 많은 사학재단들이 규제완화의 뒤에서 학교 재산을 사유화하거나 매각해 대학구성원의 교권, 학습권은 물론 지역 주민의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 대학이 처해있는 위기의 엄중함을 알리고 현 정부의 정책이 가져올 고등교육체제의 파국을 막기 위해, 불의한 정권의 퇴진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거리로 나선지 수년 만에 다시 전국의 교수들이 여기 모였다.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아래와 같이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한다.

  • 하나.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현 상황에서 일방적인 규제완화는 수도권 집중과 대학 서열화, 그리고 학문 생태계의 붕괴를 가속화하며 비리사학의 퇴로만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 하나. 대학 구조조정에 지역균등발전의 원칙이 지켜져야만 한다. 2천5백만 비수도권 시민을 무시하고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일리 없다. 대학 정원 조정과 첨단학과 설립에 있어 지역 공동체의 근간인 지역 대학과의 상생을 고려해야 한다.
  • 하나. 국가차원의 고등교육정책 청사진 마련을 위한 고등교육위원회를 설립하라. 시장논리와 규제완화에만 사로잡힌 교육부나 유명무실한 국가교육위원회에 고등교육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 하나. 선진국 수준의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하라. 현재 한시적으로 증액된 대학지원재정도 선진국 기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며, 그나마도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는 식의 눈속임이다. 재정 지원으로 고등교육기관의 공공성을 확보함과 아울러 지방으로 이관된 고등교육 재정을 지자체와 지역 사학들이 전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하나. 고등교육정책은 고등교육기관의 구성원들은 물론 시민과 함께 민주적 공론화를 거쳐 만들어져야 한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이 정략과 시대착오적 사고에 사로잡힌 몇몇 정치가와 정책담당자들의 손에 좌지우지되어 일방적으로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현 정부의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반대하며, 올바른 고등교육정책의 재정립, 특히 지역균형발전과 대학균형발전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역정부들의 공공적 정책 수립과 실천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모든 대학들이 균형 있고 미래지향적인, 공공적이고 상생적인 ‘연합체제’를 이루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연구·교육의 중심이자 지역 경제 및 사회 발전의 선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만이 우리 대한민국이 민주적이고 풍요로운 지식문화 기반 위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길임을 선언한다.

2023년  2월  1일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 국 교 수 연 대 회 의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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