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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에서 벗어나기
악에서 벗어나기
  • 최승우
  • 승인 2023.02.14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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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베커 지음 | 강우성 옮김 | 필로소픽 | 336쪽

“악에 대한 영웅적 승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충동으로부터 악이 발원한다”
인간 세계의 악의 근원에 대한 퓰리처상 수상작가의 핵심을 꿰뚫는 통찰

1974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인 『죽음의 부정』의 후속편에서, 문화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죽음을 초월한 불멸에 대한 추구, 완전한 세계에 대한 열망 속에서 만들어지는 삶의 의미나 영웅주의 같은 자기초월의 문화적 상징 장치들이 인간악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문화는 영웅적 죽음 부정의 양식이며, 각 사회는 악과 죽음에 대한 승리를 약속하는 영웅 시스템이다.

불멸을 가져다줄 영웅의 모습은 제사장과 왕, 정치지도자를 거쳐 국가와 자본,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형태를 바꿔가며 가지를 뻗어나간다.

죽음에 대항한 승리의 가능성에 관한 ‘거짓말’인 문화적 기제로서의 영웅 시스템을 만든 대가는 폭정과 전쟁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타자의 생명을 희생으로 삼아 결국 인간 자신뿐 아니라 자연과 지구에도 크나큰 해악을 불러온다.

문화인류학의 관점에서 오토 랑크/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을 비판적으로 종합한 이 책은 저자는 산더미 같은 인간 목숨을 대가로 치르는 영웅주의 기제들의 파괴성을 극복하고 악에서 헤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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