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2:55 (목)
기사 (37건)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㉟ 노정혜 서울대 명예교수(생명과학부)] 현대 생물학은 19세기 중반 생물의 진화 방식을 발견한 다윈과 진화의 바탕이 되는 유전자의 행동 양식을 추론한 멘델의 혁명적인 업적에 기반해 태동했다. 20세기 중반 유전자의 화학적 성분인 DNA의 구조와 복제 기작이 밝혀지면서 생명에 관한 우리의 이해는 또 한 번의 퀀텀 점프를 하게 됐다. 이제 우리는 지구상 생명체들이 보여주는 생명 현상이 단세포 미생물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놀라운 공통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얼마나 다양한 특수성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즉 통일성과 다양성의 측면을 상당 부분 이해하게 됐다.최초의 생명체는 지구상에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을 대략 46억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초의 생명체는 아마도 지구가 형성되고 2~3억 년 후, 안정된 수권(hydrosphere)이 형성된 시점인 43억 년 전부터 최초의 박테리아 화석이 발견되는 36억 년 전 사이의 기간에 출현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아미노산과 지방산·염기와 탄수화물 같은 유기물들이 만들어지고, 복제를 할 수 있는 폴리머(중합체)인 RNA와 DNA·물에 녹지 않는 소수성 지질·아미노산이 중합된 단백질 등 생명의 기본 재료들이 생겨난 후, 핵산과 효소 활성을 가진 분자들이 지질막에 둘러싸여 지금의 세포와 비슷한 원시세포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4-12 10:04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㉞ 정현석 서울대 교수(물리천문학부)] 양자역학이 고전역학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고전역학은 어떤 실험을 했을 때 초기 조건이 정확하게 같다면 실험의 결과도 정확히 같다고 말해준다. 이는 초기 조건을 정확하게 알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임의의 정확도로 결과값을 예측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에 따르면 최대한 같은 초기 조건을 만들어놓고 실험을 해도 재현된 실험은 일반적으로 이전의 실험과 다른 결과를 준다. 즉, 단순히 정보의 부족 때문에 생기는 확률이 아닌 아닌 근본적인 임의성 혹은 확률의 요소가 개입되는 것이 양자역학이 고전역학과 다른 점이다.1935년 아인슈타인은 포돌스키·로젠과 함께(세 사람의 이름 첫 자를 따서 EPR이라고 부른다) 양자역학의 완전성에 대한 그의 도전을 담은 한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오늘날 EPR의 논문을 해석할 때, 논문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두 개의 가정을 국소성과 실재론으로 본다. 국소성은 한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가정이다. 상대성 이론은 정보가 전달되는 데는 적어도 빛의 속도로 건너편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이를 고려했을 때, 아인슈타인에게 국소성은 매우 자연스러운 가정이었을 것이다. 실재론은 측정과 무관하게 물리량의 값들은 이미 결정돼 있다는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실재론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고, 우주가 물리적 실재의 요소들로 구성돼 있다고 보았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4-04 09:15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㉜ 김회권 숭실대 교수(기독교학과)] 1990년대 초 소련 해체로 40년 이상 유지되던 동서 냉전 대결 체계가 붕괴되자 문명비평가들은 공산주의-집단주의에 대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가 확정됐다고 외치며 '역사의 종언'을 선언했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가 냉전 이후 세계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세계 체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은 이런 낙관주의를 대변했다. 후쿠야마는 헤겔적 의미에서 세계가 '역사의 종말'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후쿠야마의 낙관론을 상대화하는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 충돌 가설이 등장했다. 소련과 동구권 공산주의 블록이 해체된 이후 공산주의 블록에 속한 역내 국가들 사이에서 한때는 공산주의적 억압 체제에 의해서 억제된 것처럼 보였던 민족주의적 갈등이 터졌다. 소련·유고슬라비아 해체 등으로 동유럽과 발칸반도에는 종교가 다르고 민족이 다른 나라들이 19세기형 민족국가 건국 열정에 사로잡혀 갈등하고 투쟁했다. 헌팅턴은 이런 사태를 목격한 후, 냉전 체제 대결을 대신할 문화적 정체성 갈등, 혹은 문명들의 충돌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3-22 10:24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㉛ 이찬웅 이화여대 교수(인문과학원)] 애초 제안받았던 강연의 주제는 ‘21세기 예술의 사조와 경향’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이 강연의 주제를 삼기에는 몇 가지 측면에서 어렵다고 생각됐다. 우선 첫 번째 문제는, 예술의 수없이 많은 장르를 다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미술과 음악, 무용과 영화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렵고, 또한 다룬다 해도 너무 추상적인 얘기가 돼서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 발표의 범위를 현대 미술 중에서 주목할 만한 몇몇 작품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고찰하는 것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두 번째 문제는 거리의 부재와 양식의 다양화에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이 강연 제목의 ‘21세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산술적인 표기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분기점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 이를테면, 역사학자들이 흔히 말하듯이, 2001년에 있었던 9·11 테러 사건을 기점으로 삼든지, 또는 미디어의 영향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는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을 기점으로 삼는 일 등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미술의 경우, 사정은 어떠하며, 어디를 기점으로 삼을 수 있는가? 다르게 표현하자면, 1990년대와 2000년대는 단절적으로 구분될 수 있는가?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3-14 08:57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㉚ 신형철 서울대 교수(영어영문학과)] 간토대지진(1923) 당시 한 기쿠치 간(菊池寛)은 이렇게 탄식했다. “우리들 문예가에게 있어서 제일의 타격은 문예라고 하는 것이 생사존망의 갈림길에서는 골동 서화 따위와 마찬가지로 무용의 사치품임을 똑똑히 알았다는 점이다.” 재난은 반복되고 탄식도 그렇다. 동일본 대지진(2011) 당시 다카하시 가쓰히코(高橋克彦)의 고백은 한 세기 전 선배 작가의 목소리를 닮았다. “예술이니 뭐니 말할 상황이 아니다. 그것보다 우유와 가솔린의 확보가 소중하다. 이러한 사실에, 문예에 관계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절망과 슬픔을 느낀다. 내가 해 왔던 일은 결국 무의미한 것이었을까?”이처럼 현실의 그라운드 제로는 그대로 문학의 그라운드 제로가 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면 문학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아니었던) 것이 되고 만다. 지금껏 사회적으로 받아온 대접이 근거 있는 것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문학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라운드 제로’가 ‘출발점’이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문학의 그라운드 제로는 문학이 “골동 서화”가 아니라 “우유와 가솔린”일 수도 있음을 새삼스럽게 입증하는 반론의 거점이 될 수 있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3-08 10:00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㉙ 이수영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 SNS·메타버스 등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환경은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양방향이 가능해짐에 따라서 기존의 수용자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요구한다. 기존의 매스커뮤니케이션 모델에서의 수용자는 송신자가 보내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받는 존재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 모델의 관심은 프로페셔널 생산자가 어떻게 메시지를 만들고 어떤 매체를 선택해서 그들이 소구하고자 하는 수용자들은 설득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관점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존의 매스커뮤니케이션 모델에서의 수용자는 설득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수동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매스커뮤니케이션 모델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한 송신자의 통제에 기반한 생산자 또는 송신자 중심의 모델이라고 한다면,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환경에서는 수용자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수용자 중심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웹 2.0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미디어 환경은 기존의 프로페셔널 생산자가 아닌 새로운 유형의 전문 콘텐츠 생산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SNS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생산 활동을 하는 이용자는 인플루언서로 지칭되는데, 이용자들은 이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구독하기 위해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것은 SNS 환경에서 이용자는 참여자로서의 자아와 그들의 잠재적 대상이 이용할 텍스트의 제작자로서의 또 다른 자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와 같은 전문 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생산 활동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산물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선택되고, 공유되는지가 중요하며, 따라서 구독자 수가 중요하게 된다. 이들은 기존 미디어 조직의 프로페셔널 생산자와 같이 그들의 독자에 기반한 생산, 즉 자신의 독자를 상상하고 이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독자 의식’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그들의 독자가 누구인지를 인지하고, 이에 기반해서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2-28 09:30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㉕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과)] 가상현실은 미래 문명의 신대륙이다. 오락은 물론 상거래에서 교육에 이르는 다양한 삶의 영역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가상현실로 옮겨가는 중이다. 그에 따라 인간 문명은 커다란 변형과 확장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문명의 거대 지평으로 떠오른 가상현실은 철학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가상과 실재의 관계 같은 문제가 대표적이다.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같은 개념은 이런 문제로 들어가는 좋은 입구다. 그러나 가상현실은 시뮬라크르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개념을 통해 접근해야 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가상현실과 관련된 가상 개념은 하나라기보다 둘이기 때문이다. 사실 가상현실의 원어는 virtual reality인데, 여기서 virtual은 가능 혹은 잠재를 뜻한다. 가상현실의 배후에는 가상 개념의 역사 이외에도 virtual 개념의 역사가 숨어 있다.그 역사는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시작해 20세기 후반기의 들뢰즈 철학에 이른다.이런 우스꽝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뒤나미스 개념의 역사를 꼼꼼히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역사 정리 작업은 뒤나미스를 개념화하는 몇 가지 세계 모델-생물학적·논리학적·실존적·광학적 모델을구축하는 작업과 함께 가야한다.왜냐하면 서양 사상사에서 뒤나미스나 버추얼 개념은 실재 이해 못지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1-12 10:41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㉑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과)] 인간이 생존하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의식주를 비롯한 물자와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이런 물자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인간의 활동을 노동이라 한다. 노동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 노동이 인간의 활동을 의미한다면, 복지는 그 결과로서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복지를 개인이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라고 정의 내릴 때 그러하다. 이렇게 본다면 복지 또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복지를 어떤 상태로 정의하지 않고, 그러한 상태를 만들기 위한 정부(혹은 국가)의 활동으로 본다면 그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개인이 노동하고, 국가가 복지를 제공하는 역사는 국가라는 정치 공동체의 탄생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복지라고 할 때 머릿속에 떠올리는 각종 복지 급여는 역사가 그리 길지 못하다. 자본주의의 탄생 이후, 인간의 노동력을 팔고 사는 노동 시장이 성립한 이후의 일이다. 초기 자본주의 산업 사회에서는 토지와 유리된 채 도시로 모인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서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농민이 아니라 임금 근로자가 된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디든지 가서 무슨 일이든 하고 임금을 받아야 한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3-11-24 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