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9:55 (토)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와 지방대 살리기는 서로 충돌”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와 지방대 살리기는 서로 충돌”
  • 강일구
  • 승인 2023.04.10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교육학회,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 긴급 진단
교육정책, ‘공약→국정과제→집행’으로 안정적 추진 어려워
한국교육학회는 지난 1일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을 진단하기 위한 긴급포럼을 열었다. 사진=한국교육학회

“윤석열 정부는 위험 부담을 안고 일부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효율화 기조와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 간 충돌이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정책 간 충돌 양상도 나타난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

“대통령이 당선되면 정권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를 도출하고, 교육부 장관은 이를 그대로 집행하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 그리고 안정성이 깨지고 정치적 편향으로 시대 부합성마저도 충족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국교육학회는 지난 1일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을 긴급 진단하는 포럼을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혁신전공)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을 문재인 정부의 계승과 단절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했고,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교육학과)는 윤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과 절차의 특징을 진단했다.

김성천 교수는 윤석열 교육부의 조직개편(고등교육실 폐지, 민주시민교육과 폐지)과 혁신학교 정책 폐지, 교육부 공무원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 철회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봤다. 또한, 산업계 요구에 따른 수도권 정원규제 완화와 교육부가 주도했던 대학평가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인증평가로 전환한 조치에 대해선 나름의 새로운 경로를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저출산 문제 대응을 위한 돌봄의 질 제고와 교원양성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와 똑같은 문제인식에서 기존 정책을 계승·확대발전시키려는 양상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안 보이고 이주호만 보인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위험 부담을 안고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책 간 충돌 양상도 나타났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와 지방대 살리기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감대를 얻지 못한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문제도 짚었다.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사퇴 계기가 된 유보통합과 교대 학생·교수의 반대 여론에 직면하고 있는 교육전문대학원 문제는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며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가교육위원회는 안 보이고 이주호 장관만 보인다고 했다. 

김성천 교수는 발제 마지막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던지고 싶은 질문이라면서 “청와대와 교육부 장관에 의해 실행되는 교육개혁이 아닌 풀뿌리 시민·단체·학교·지역에서 함께 논의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교육 과업은 무엇일까”라고 묻기도 했다.

박남기 교수는 현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과 절차의 특징을 진단하며 김 교수와 마찬가지로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먼저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교육정책을 급조하고, 대통령이 당선되면 정권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를 도출하고, 교육부 장관이 집행하는 일련의 과정으로는 교육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없다고 짚었다. 문재인 정권에서 윤석열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교육정책이 평등 기조에서 자유 기조로 급선회해 교육계가 다시 진통을 앓게 생겼다고 말했다.

교육정책의 바람직한 추진을 위해선 선거공약이 국정과제로 채택되고 교육부에 의해 바로 추진되는 게 아니라 국가교육위원회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심의·의결한 후에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아직 보완이 필요한 조직이지만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고, 법적으로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담당하고 있다”라며 “국가교육위원회를 거쳐야 정책 추진과정에서 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교육부를 향해서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합의할 수 없는 정책이라면 무리하게 추진해선 안된다고 제안했다.

“라이즈, 획기적이지만 중앙정부 방식 답습하면 실패할 것”

포럼의 토론자로 참여한 주휘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고등교육 부문에서는 개혁의 주제로 거버넌스, 재정 확보, 예산분배, 자율성, 규제 등이 정부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했지만 일관된 주제가 나왔어도 개혁에 대한 기대는 낮아지고, 혁신 과정에서 대학의 피로는 증폭됐다고 평가했다. 그 원인으로는 각론이 빠져있고, 이 이전 정책과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주 연구위원은 “선거공약, 국정과제를 거쳐 정책 시행까지 촉박한 시간에 맞춰 진행하면서 민주적 소통과 타협을 통한 세부(안)까지 준비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교육정책은 정치적 환경을 감안해 이미 합의되고 준비된 대안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 연구위원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라이즈(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에 대해서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고등교육 권한의 지방 이양은 새로운 경로를 창조하는 것이며 지금까지의 고등교육 논의 중 획기적”이라면서도 “중앙정부의 대처 역량과 대안의 실현 가능성이 높지 못하거나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방식을 답습한다면 또 하나의 정책실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교육학과)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 추진은 ‘과단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교육정책 의제는 선거기간 때 유권자를 의식해 과단성 있게 제시되지만, 추진과정에서 ‘시간의 벽’을 넘지 못한 사례가 숱하게 많았다”라고 했다. 또한, 교육현장의 가장 큰 문제를 국민이 ‘지지하는 정책’과 ‘필요한 정책’ 간의 간극을 조율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수정 단국대 교수(교직교육과)는 교육개혁의 성공을 위한 원칙과 전략으로 정책 결정에 있어 문제해결 중심의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교육정책의 현실성·적합성·수용성 등을 모두 충족시킬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책연구와 교육정책 간의 비연계성도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