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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감각의 형태
말: 감각의 형태
  • 최승우
  • 승인 2023.04.11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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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지음 | 은행나무 | 172쪽

“말을 가진다는 것은 세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자아와 타인, 세계를 감각하는 ‘말’의 기원과 본질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

챗GPT 등 인간과 대화하는 인공지능이 나타나면서 대화나 글쓰기를 비롯한 인간의 언어활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미 사진과 동영상의 발명, 유튜브의 등장 등 언어보다 직관적인 표현 수단이 나타날 때마다 말은 조금씩 쇠퇴하는 듯 보였고, 최근 몇 년 동안은 ‘명징하게 직조’하거나 ‘심심한 사과’, ‘사흘’ 등 문해력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제 말은 인공지능에 의탁하거나 다른 표현 수단으로 대체하거나 의미만 전달하면 되는 수단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그러나 인간에게 말은 정말 단순한 도구에 불과할까? 우리가 숨 쉬듯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즉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는 말은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고 어떤 가치가 있는 걸까? 배반인문학 열일곱 번째 책 『말, 감각의 형태』는 말의 기원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해 말에 관한 철학들을 검토하여,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말이 지닌 고유한 의미와 가치를 재구성하는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 철학자 루소가 『언어의 기원』에 서술한 최초의 말에 대한 추측으로부터 처음으로 인간의 말이 터져나오는 순간을 상상한다.

최초의 말에는 두려움이든 기쁨이든 인간의 감정이 담겨 있었을 것이며, 이렇게 터져나온 음성언어는 문자언어를 낳고, 문자언어는 논리와 문법을 파생시켰다.

이러한 언어는 소쉬르에 의해 표현하는 대상(기표)와 언어기호(기의)로 나뉘고, 아기가 처음 말을 배우는 순간을 분석하는 프로이트와 라캉에 의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근간을 떠받치는 하나의 기호로 분석된다.

메를로퐁티는 말을 하나의 몸짓으로 분석하며 기호를 넘어선 말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말에 관한 철학적 분석과 더불어 저자는 실어증에 걸린 사람, 말을 나눌 타자가 부재한 무인도, 예술적 표현·은유로서의 말 등 말의 본질과 의미가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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