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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고등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 이정규
  • 승인 2023.04.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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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이정규 전 캐나다 센트럴칼리지 학장·철학박사

필자는 고등교육행정학을 전공하고 국내외 여러 대학에서 전문 지식을 가르치고 행정을 경험한 교육이론가와 실무자로서 ‘고등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숙고해왔다.

먼저 “무엇을 위해 대학에서 공부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나 목적이 있겠지만, 대학에서 공부하는 목적은 일반적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함이 아닐까? 그러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질문 역시 사람마다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겠지만, 보편적 견지에서 잘 벌고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러면 고등교육의 궁극적 목적(목표)은 무엇일까? 필자는 20년 전부터 이 문제에 깊은 고민과 관심을 가지고 대학교육의 궁극적 목적을 삶의 목적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고 이를 실용적·존재론적·목적론적 관점에서 논술하고 설명해 왔다. 물론 이 질문은 외관상으론 행복지향적인 목적론적 색채를 나타내고 있지만, 내면적으론 존재론적인 철학적 함의와 실재적인 형이하적 실용성을 포함하고 있다. 

 

이 연구문제에 대한 세 가지 관점을 토대로, 그 동안 저자가 기술하고 석명해 온 국내외 여러 저서와 논문을 참고하여 『고등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What is the ultimate goal of higher education)』을 집필하였다. 이 영문 책은 저자가 지난 4년 동안 준비하고 기술한 학술 논문 3편을 엮은 것이다. 동서양의 종교적 성현들과 위대한 현인들의 사상을 고전의 원문(헬라어, 라틴어, 한자어)을 참조해 고등교육의 궁극적인 목적(목표)을 논술하고, 상호문화적 관점에서 비교 분석하면서 고등교육이론가와 실무자에게 유용한 기초 이론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고등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회적 출세인가’라는 실용적 연구문제를 고찰하고, 제2장은 ‘고등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도덕적 인격의 완성인가’라는 존재론적 문제를 석명하였다. 제3장은‘고등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인가’라는 목적론적 문제를 논술하고 있다. 이 3편의 논문은 미국 교육부, 교육자원정보센터(Education Resources Information Center: ERIC, https://eric.ed.gov/)에 게재되어 있다. 

현재 한국 고등교육을 행복론에 초점을 맞추어 볼 때, 우리의 대학교육이 필요선인지 필요악인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단정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본질적으로 대학교육은 후자보다는 전자의 기능을 그 목적과 사명으로 하고 있다. 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학은 순기능으로서 개인의 자아 개발과 실현에 필요한 사회경제적·교육문화적 보상과 혜택을 부여하고, 국가사회적으로는 정치경제 발전과 국력 신장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증진과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후자의 입장에선 한국의 대학은 역기능으로서 지나친 교육열과 경쟁심화로 인한 △교육 과잉 △교육신임장 양산 △과도한 교육비용 부담 △교육 양극화의 악순환 △학력·학벌사회로 인한 경쟁지상주의와 파벌주의 △이기적이고 소아적(小我的) 출세주의와 이로 인한 인간성 상실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 심화 △상호 간 신뢰성 부재 △삶의 질 저하 등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고등교육은 배금주의와 출세지상주의의 날개를 달고 개인의 도덕적 인격 완성, 사회적 화합과 공생·공영보다 국가와 대학의 발전과 이익, 개인적 성공과 영달에 치우친 실용적·상업적 정책과 행정이 득세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여 현재 고등교육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최고의 투자재 혹은 자본재로서 개인의 취업과 소득 창출의 최적의 수단과 도구로써 나아가 개인의 입신출세의 통로로 인식·활용되고 있지만, 인문적·형이상학적 측면에서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예지 및 교양과 도덕을 함양하고 진리와 행복을 추구하는 숭고한 기능과 책무가 소외 혹은 기피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대학과 사회에선 공동선을 이루기 위한 상생과 행복 추구는 이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우리의 대학이 이제부터라도 근시안적인 시야를 보다 넓게 멀리 내다보면서 학문의 자유, 진리 추구와 더불어 개인의 인격 완성과 행복, 사회 복지와 공동선, 국가 번영과 세계 평화를 추구하여 필요선을 이루기 위한 순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의향은 없는지 묻고 싶다. 

대학교육은 긍정적 측면에서 볼 때, 사회경제적으로 직간접적인 효과와 보상을 가져다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직장과 직업 선택의 폭과 기회를 증진시키고, 소득 증대와 사회적 위치나 신분 상승을 도모할 수 있고, 그 외 여러 가지 간접적인 보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행복경제학적 관점에서, 일상적인 삶에서 행복은 실용적인 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본다면, 직접적으로 사회경제적인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는 대학교육이 행복과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고등교육의 순기능에 초점을 맞춘다면, 대학은 개인의 자아 개발 및 성취, 사회의 공동선과 복지 향상, 국가의 발전과 번영이라는 삼중 문을 열 수 있는 ‘마법의 열쇠’(?)이다. 따라서 대학교육은 우리의 행복과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고등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나와 우리를 행복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은 우리나라 대학인들에게도 고등교육의 궁극적 목적에 관한 가치 있는 지식과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미래 고등교육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행복추구대학’으로서 유용한 방향과 메시지를 제시해주리라 믿는다.

 

 

 

이정규
전 캐나다 센트럴칼리지 학장·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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