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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나민애 교수, '나만 아는 풀꽃 향기' 화제
나태주 시인·나민애 교수, '나만 아는 풀꽃 향기' 화제
  • 김재호
  • 승인 2023.04.27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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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_『나만 아는 풀꽃 향기』 | 나태주·나민애 지음 | &(앤드)

너를 안으면 풀꽃 냄새가 난다

나태주 시인과 나민애 문학평론가
아버지와 딸이 주고받은 소박하지만 찬란한 순간들

 

살아가다가 정말로 힘든 날이 있거든, 숨이 막힐 것 같은 날이 있거든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아 다오. 어두운 밤하늘 빛나는 별빛 속에 너를 위해 손을 모으는 아빠의 마음과 기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다오. (본문 중에서)

아버지, 가난이 반갑지는 않았지만 원망스럽지도 않았어요. 그건 ‘우리’의 것이었으니까요. 아버지가 나 대신 가난을 다 막아 줬으니까요. (본문 중에서)

소박하고 수수한 언어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풀꽃 시인, 나태주. 우리에게 익숙한 ‘시인 나태주’가 아닌 ‘아버지 나태주’로서 딸에게 전하는 담백하면서도 정갈한 문장과 딸 나민애 문학평론가(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의 애정 어린 답신을 한 권의 에세이로 묶었다.

『나만 아는 풀꽃 향기』는 아버지 나태주 시인과 딸 나민애 문학평론가가 함께 써 내려간 서신 에세이다. 아버지가 딸에게, 딸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서로 엮어 묶은 이 책은 오늘도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 권의 위로가 될 것이다.

 

◆ 책 속으로

종이, 책, 장갑, 필기도구, 사진 그리고 편지. 그런 것들이 나한테 남은 궁기란다. 그래서 그런 걸 거야. 지금까지 내가 한 장도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진이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육필 편지란다.
- 7p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감나무 안집에서 사는 동안 우리 가족 네 사람은 지극히 가난하고 힘겹게 살았지만 그런대로 가장 의미 있는 삶의 한때를 살았지 싶다.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집에서 너희 두 아이가 자랐다는 점이야.
- 116p

가족 여행을 못 가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알려 주고 싶다. 1979년 6월 26일 내 생일날, 아버지와 내가 만나 지금껏 같이 하고 있는 게 바로 여행이라고. 그러니까 나는 지금 이 여행으로 충분하다고. 나는, 아버지와 함께한 이번 여행이 너무나 좋았다고.
- 191p

네가 결혼식을 올리던 날 아빠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많이 울었지 뭐냐. 그냥 눈물만 훔친 게 아니라 아주 많이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표 나게 울었던 것 같아. 아빠가 그래. 좀 모자란 구석이 있는 사람이야. 
- 198p

그러니 민애야,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너 자신을 위해서 살고 너의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서 살고 또 네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위해서 살아라.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더 좋은 인생, 더욱 너그럽고 편안하고 따스하고 아름답고 환한 인생의 들판이 너에게 허락될 거야.
- 226p

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달픈 것. 고난의 날들이 번갈아 오기도 하는 것. 그러기에 서로의 위로가 필요하다. 도움이 필요하다. 아무리 힘든 날이라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내 곁에 누군가가 함께 가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그 힘겨움과 고달픔은 가벼워질 것이다.
- 249p

부디 보람 있고 또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살기 바란다. 학교 공부도 벅찬데 아빠에게 따로 편지 쓸 필요는 없다. 아무래도 이렇게 편지라도 쓰지 않으면 아빠의 마음을 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이 편지 썼을 뿐이야. 아무래도 아빠는 나약하고 심약한 서정시인인 모양이다.
- 261p

참 소중한 아버지께. 언젠가 울고 있던 제게, 아버지는 말씀하셨죠. 비는 언젠가 그친다고. 어떤 일이든 견디면 지나간다고. 그 말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감사하는 요즘입니다. 아버지야말로 그 많은 것들을 견디고 살아오셨잖아요. 그래서 제게는 견디라는 말에 대한 믿음이 더 커졌는지도 모릅니다.
- 312p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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