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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허물기’ 밀어붙이기, 묻지마 통합에 매달린 대학가
‘벽허물기’ 밀어붙이기, 묻지마 통합에 매달린 대학가
  • 김봉억
  • 승인 2023.05.29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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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 31일 신청 마감 

두 달여 동안 숨가쁘게 달려왔다. 지난 3월 16일 교육부가 ‘글로컬대학30’ 시안을 발표한 이후, 비수도권 대학은 ‘생존 게임’에 올인했다. 준비 시간이 촉박하다는 대학의 의견이 쏟아지자 글로컬대학 예비지정과 본지정 시기가 6월과 9월말로 조정됐다. 

지난 1월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쏟아져 나온 대학개혁은 제대로 된 의견수렴 시도조차 없는 일방 통행이었다. 대학지원 패러다임이 통째로 바뀌는 정책 변화였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없다는 핑계에 대학은 숨쉴 겨를도 없이 5페이지 ‘혁신안’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글로컬대학 지원을 위한 별도 예산도 없었다. 기존 국립대 육성사업과 지방대 활성화 사업비의 인센티브를 활용해 지원하는 지침이 알려지면서 ‘이번에 선정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감이 더 커졌다. 사립대의 한 총장은 “보편적인 지원을 위한 ‘대학 특별회계’ 예산을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지원하면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글로컬대학에 탈락하면 등록금 인상에 나서는 대학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의 ‘벽허물기’는 무차별적인 대학 내 학사조직 개편은 물론, 대학 간 통합을 촉발시켰다. 국·공립대 통폐합을 부추겼고, 언론도 ‘1도 1국립대’ 정책을 다시 살려냈다. 동일 법인의 일반대와 전문대 통합과 같은 지역 사립대끼리의 ‘연합대학’을 추진하기도 했다. 

국·공립대 통합 추진은 부산대·부산교대가 공식화했고, 충남대·한밭대, 강원대·강릉원주대가 통합 논의 중이다.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는 국립대와 공립대간 통합을 추진 중이다. 최근 충북대와 한국교통대도 협약을 맺고 통합은 물론 연합대학·공유대학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한다. 

동일 학교법인내 일반대와 전문대 통합도 급물살을 탔다. 교육부는 일반대와 전문대가 통합하면 통합 대학에서 전문대의 전문학사과정도 운영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영남대·영남이공대가 통합하고, 계명대·계명문화대도 통합을 전제로 신청한다.

부산에선 동서대·경남정보대·부산디털대가 통합을 선언했다. 일반대-전문대-사이버대 통합 모델이다. 지난 24일에는 조선대와 조선간호대가 통합을 추진한다. 조선대는 이에 앞서 광주대·광주여대와 글로컬대학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학교법인 간 통합 사례도 있다. 전북에선 전주대와 전주비전대, 예수대가 학교법인 간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대학30 사업에 공동 신청하기로 했다. 신동아학원(전주대와 전주비전대)과 학교법인 예수대학교(예수대)는 지난 30일, 사업 신청 마감 하루를 앞두고 통합을 선언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일반 사립대끼리 ‘연합대학’도 추진한다. 경북지역의 경일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가 각 대학의 장점을 살린 ‘경북글로컬대학’을 발족한다. 대전지역의 배재대와 목원대도 연합대학을 추진한다. 혁신기획서는 대학별로 각각 제출하지만 공동 혁신계획을 포함하는 형태다. 

한남대와 대전대는 ‘지역산업특화형 융합대학’을 함께 설립하기로 했다. 대전시의 4대 전략산업과 연계해 우주항공, 바이오헬스, 나노반도체, 국방산업 전공을 개설하기로 했다.

오는 31일 글로컬대학30 신청을 마감한다. 교육부는 대학이 제출한 혁신기획서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고, 6월에 15개 예비대학을 선정해 발표한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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