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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중심·대학-지역 상생 이끄는 ‘플래그십 대학’으로”
“학생 중심·대학-지역 상생 이끄는 ‘플래그십 대학’으로”
  • 김봉억
  • 승인 2023.06.06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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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양오봉 전북대 총장

학과 중심에서 전공(트랙) 중심으로 학사구조 개편
학과·단과대학 벽 허물어 학생 전공선택권 확대

 

학제 협력·집단연구 활성화 ‘글로벌 탑100’실현
한국음악은 세계 1위…판소리 융합 등 새 장르 창출

 

전북 14개 시군 경쟁력 키우는 ‘지역발전연구원’설립
기초 지자체 지역 특화산업·지역소멸 방지 대책 제공

양오봉 총장은 전주고와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에너지-AI융합대학원 인력양성사업단장, 에너지신사업 혁신공유대학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전북 지역혁신협의회 위원, 전북특별자치도 국민지원위원장,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국무국무총리 산하 새만금위원회 토지개발분과위원장 등 정부 정책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140편의 국내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고, 38건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는 등 에너지 분야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력도 보유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장관상과 모로코 에너지자원환경부 장관 표창, 국제태양광컨퍼런스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매다'라는 뜻으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달 27일 취임 100일을 맞은 양오봉 전북대 총장(61세)은 100일의 성과를 이렇게 표현했다. 

100일 동안 18개 단과대학 순회 간담회를 비롯해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만났고, 지자체와 국내 최고 연구소·기관·기업·해외 대학에 이르기까지 협약만 14건이나 체결했다. 

전북대는 학과 중심에서 전공(트랙) 중심의 학사구조로 개편한다. 학생들이 전공을 더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양 총장은 “학생들이 오고 싶고, 다니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학생이 전공을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학의 체질을 확 바꾸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교육뿐 아니라, 학제 간 협력과 집단연구를 활성화해 세계 100위권 학문 분야 육성도 꾀한다. ‘글로벌 탑 100’은 양 총장의 핵심 비전이다. 

양 총장은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견인하는 지역의 가장 큰 연구소가 되겠다고 했다. 대학과 지역의 상생을 이끄는 ‘플래그십 대학’을 통해 글로컬대학으로 담대하게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실행을 위해 ‘JBNU 지역발전연구원’을 설립한다. 전라북도 14개 시군에 지역마다의 특화산업을 육성하는 지역발전연구소를 둘 계획이다. 이미 3월에 남원발전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고, 익산발전연구소도 설립 논의가 한창이다. 

글로컬대학30 신청 마감 열흘을 앞둔 지난달 22일 전북대 총장실에서 양 총장을 만났다. 

△ 취임 100일이 지났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쏜살같이, 시간이 흘렀다. 엄중한 시기인 만큼 내 식구들과의 소통을 먼저 챙겼다. 18개 단과대학을 돌며 교수님들을 만나고, 직원 선생님들, 학생들과도 틈만 나면 간담회를 가졌다. 딱딱하고 틀에 박힌 만남의 자리가 아니라 길 위에서, 도서관에서, 맥줏집에서 학생들을 만났다. 대학 구성원 모두와 정책과 비전에 관한 생각을 나눴다.

솔직히 처음엔 조금 막막했는데, 함께 위기를 극복해 보겠다는 저의 열정이 전해져서 구성원들의 마음을 많이 연 것 같다. 역시 직접 만나야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을 체감한다. 한 달이 일 년이 되고, 마침내 총장직을 마치는 순간까지 손 붙잡고 어깨동무하고 가겠다.”

△ 대학가의 화두는 단연 ‘글로컬대학 30’ 사업이다. 전북대는 어떻게 준비했나. 
“다른 대학도 모두 마찬가지지만 우리 역시 총력을 기울였다. 학생들에게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대학과 지역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혁신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직원과 학생, 지역민에 이르기까지 대학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이 사업을 준비해 나가면서 지자체나 국내 최고의 연구소, 기관, 기업, 해외대학에 이르기까지 협약 기관만 해도 43곳에 이른다. 수치로만 따지면 취임 이후 4일에 한번 꼴로 여러 기관들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다.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을 위해 전북대가 얼마나 열정적인지, 이 사업이 우리의 생존에 얼마나 절실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글로컬대학30 사업은 대학 자체적인 체질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전북대는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먼저 학생 중심의 전북대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단과대학이나 학과 간 벽을 과감히 허물어 신입생 모집 단위를 광역화해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은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배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이다. 유사 교과목 통합 그리고 지역과 사회 수요에 맞는 새로운 교과목 개설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둘째, 어느 지역에나 여러 문제로 폐교된 지방대학이 있다. 그런데 폐교된 지방대학은 지역경제를 위축시키고, 지역소멸을 더 빠르게 만든다. 각 지역에서 지역경제 침체와 지역소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폐교된 지방대학 캠퍼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전북대에서 전북 지역의 폐교 대학 캠퍼스 부지를 활용해서 지역특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역재생 모델을 처음으로 제안하고 이를 구현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된 세부적인 일들을 해당 자치단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셋째, 지역대학 간 벽을 과감히 허무는 데 전북대가 앞장서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전북대의 교육 인프라, 연구 시설 및 장비, 대학 내 편의시설을 전북 내 다른 대학의 학생들에게 전면 개방하고자 한다.

특히, 글로컬대학 사업의 예산을 다른 지역대학과 공유할 것이다. 또한 지역대학 간 연계를 지역기업까지 확장해서, 새만금 부지에 이차전지산업, K-방위산업 등 지역특화 산업 기반의 지역대학과 지역기업 상생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운영할 계획을 수립했고 실무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대상의 다양한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유학생 5천 명을 전북대에 유치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베트남 출신 유학생 유치를 위해 베트남 국제캠퍼스 구축을 추진 중이며, 아프리카와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최근 모로코 명문대학에 한국학 교육 및 연구 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국제캠퍼스, 기관 등과 연계해서 우수 외국인 유학생들을 전북대에 유치하고자 한다. 이들 유학생이 전북에 정주하도록 환경 조성 및 개선도 노력할 것이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전북대의 우수 인프라를 지역발전과 적극 접목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정책적으로 보완하거나, 함께 지원하는 다른 대학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나.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지역혁신 주체들 간 공유와 협력을 핵심으로 한다. 취임 이후 4일에 한번 꼴로 여러 기관들과 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연계 기관들은 작은 이익에 집착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대학과 지역사회가 어떻게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을지 ‘한솥밥 정신’으로 솔루션을 찾아가야 한다. 함께 지원을 준비하는 대학들도 공유와 연대를 강화해서 각 대학들이 경쟁상대가 아니라 운명공동체임을 인식하고 사업을 준비하면 좋겠다.

정책적으로는 우선 정부의 차등적 금전 지원이라는 것이 대학 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고, 안 그래도 어려운 지역의 작은 대학들에게 오히려 이 사업이 치명타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지역 간 경제기반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에 특별히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정책적 배려도 필요해 보인다.”

△ 지역과 대학의 상생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RIS사업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RIS 사업은 5년간 총 2천145억 원이 투입되는 교육계 최대 재정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전북대는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드론 등을 총 망라하는 미래수송기기 분야 신산업 육성과 융합인재 양성에 나선다.

또한 전라북도가 2025년 본격화 예정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그간 중앙정부 주도로 이뤄져 온 대학 지원이 지역 주도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지역 현실과 전략에 맞는 부분에 집중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RIS 사업과 함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학 내외 벽을 허물고 전라북도와 잘 화합하며, 공동의 국책과제를 발굴하고 지방소멸 위기를 함께 돌파해 나가겠다. 대학과 지역이 글로벌 수준으로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최근 지역사회 수요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배터리 분야 전공도 신설하기로 했다. 
“지자체·산업체 등 대학 내외 인력양성 요구를 수렴해 배터리융합공학 전공을 내년에 신설하려 한다. 전라북도, 새만금개발청, 국방과학연구소와 업무협약도 가졌다.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2차전지와 방위산업 관련 기업투자가 이어지면서 관련 인재수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전라북도도 이 분야를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때문에 전북대가 지역사회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가 있다.

새만금에도 (주)LG화학 등 국내 굴지 기업 인프라가 축적되는 만큼 배터리융합공학 전공 개설이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인 2차전지 산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기업 유치 핵심인 인력확보를 이뤄 대학과 지역의 미래를 완성해 나가려고 한다.” 

△ 지역과 상생하는 총장이 되겠다고 했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지역과 지역대학 발전은 이미 불가분의 관계로 전북대가 지역 발전의 주축이 되는 ‘플래그십대학’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전북대에는 1,100여 명의 최고급 두뇌와 월드클래스 연구소들이 있다. 특히 의학, 약학, 수의학, 공학, 농생명 분야 연구는 세계 수준을 자랑한다. 이러한 우수 인프라를 지역발전과 적극적으로 접목하려 한다.

대학 내에 ‘JBNU 지역연구원’을 만들고, 산하에 전북 14개 시군의 특화산업을 육성하는 ‘지역발전연구소’를 둔다. 이미 3월에 ‘남원발전연구소’를 설립하기로 남원시와 협약을 했고, 익산발전연구소 설립도 구체적 논의가 한창이다. 지역 특화산업과 연관된 대형국책사업을 발굴하고, 지역소멸 방지 대책과 지역 기업의 애로기술에 대한 솔루션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제가 지역민들의 염원을 담아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 국민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봉사하게 됐다. 전북 발전 솔루션을 담은 655개 특례가 특별법 개정을 통해 원활히 이뤄지게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다.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지역과 대학이 상생하는 초석을 놓는 총장이 되겠다.”

△ 앞으로의 포부 한 말씀.
“학생이 마음 놓고 공부에 전념하고, 교수들은 즐겁게 강의하고 연구하며, 직원들은 신바람 나게 창의적으로 일하는 곳. 이런 대학을 임기 중 최대한 빨리 만드는 게 꿈이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안팎으로 더 많이, 더 멀리 뛰겠다.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고 했다. 끈기 있게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전북대의 미래가 곧 전북의 미래라는 신념으로, 지역대학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역과 상생 발전하는 길로 나아가겠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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