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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써봐야 내 것”…AI 시대, ‘옛것’의 의미 찾기
“직접 써봐야 내 것”…AI 시대, ‘옛것’의 의미 찾기
  • 임동석
  • 승인 2023.06.23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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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논어의 힘』 임동석 지음 | 차이나북스 | 304쪽

유튜브 강연과 책을 연결해 입체적 완결
눈·귀 시청각 학습만으로는 내 것 안 돼

>>> 이 책 보러가기 『논어의 힘』

동양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활용되고, 교재로 써온 고전 하나를 들라 하면 누구나 망설임 없이 『논어』를 떠올릴 것이다. 한학의 입문이요, 유학의 기초이며, 모든 고전의 첫머리요, 삶의 지혜를 고스란히 담은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흔히 “『논어』 반 편만으로도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半篇論語治天下)라고 읊어왔다. 

우리도 삼국시대 이미 일본에 전해주었고, 그 뒤로 끊임없이 출간·연구되고, 우리 고유의 언해와 주석을 달아 간단(間斷)없이 읽어온 것이 이 책이 아닌가 한다. 오늘날에도 시중에는 이 책의 온갖 변형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지금 AI 시대에 옛것은 점차 세력을 잃고, 고전의 ‘古’자는 ‘옛것’이라는 의미를 상실하여 그저 ‘낡은 것’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데 당태종(李世民)이 짓고 당대 4대 명필의 하나인 저수량(褚遂良)이 쓴 『대당삼장성교서(大唐三藏聖敎序)』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다. 그 탁본은 서예 학습의 교본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거기에 “無滅無生, 歷千劫而不古; 若隱若顯, 運百福而長今”이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즉 “멸하지도 생겨나지도 않으면서, 천 겁을 지나도 옛것이 아니며, 숨은 듯 드러난 듯하면서 온갖 복을 운행하며 지금도 항존(恆存)하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歷千劫而不古”라는 말을 나는 참 좋아한다. ‘천 겁의 시간이 흘러도 옛것이 아닌 것’, 즉 언제나 영원히 새로운 것이라는 뜻일 터인데 과연 그것이 뭘까? 원래 ‘불법(佛法)’을 뜻한 것이겠지만, 꼭 불교가 아니더라도 타 종교에서의 하나님의 말씀도 그렇지 않겠는가? 나아가 옛 성현들이 남긴 고전에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내용도 역시 그렇지 않을까? 그런 고전 속에 ‘선을 폐기하고 악행을 저지르라’는 가르침이 있어 본 적이 있을까? 그래서 이를 읽고 공부하고 가슴에 새겨, 현재의 삶을 바르고 경건하게 이어가야 한다는 것은 인류가 태어난 이후 영원한 가르침일 것이다. 

나도 일찍이 『논어집주』를 위시한 『사서집주』 전체를 완역하여 출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원전에 충실하겠다는 1차원적인 작업은 이제 그 의미가 점차 퇴색해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오늘날에 맞게 현재성과 효용성, 나아가 오늘의 현실에 맞추어 재편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고전이라도 기대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 3차원의 극도로 발달한 전자기기와 검색 사이트·인공지능·쳇봇 등은 학습의 고된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해 주고 마지막 열매의 달콤함을 즉시 입에 넣어주고 있는 현대이니만큼 사람들은 애써 고전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퇴임 후 유튜브로 강의를 시작하여 꽤 많은 양의 촬영작업을 해서 주기적으로 올렸으나, 이 역시 세상에 흔한 영상에는 근처도 가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 이에 시청각(視聽覺)에 촉(觸)과 험(驗)까지 제공하는 책으로 꾸며 함께 활용토록 하면 어떨까 하는 제의가 들어왔다. 즉 유튜브를 통해, 보고 듣고 느끼며, 이를 다시 책을 통해 직접 자신의 필체로 써보아, 모든 체험을 한곳에 모아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접해보도록 하는 책이다.

이에 논어 총 20편 499장을 5권(仁·義·禮·智·信)으로 나누고, 그중 첫책(學而·爲政·八佾·里仁) 4편 92장을 우선 출간했다. 매장 첫머리에는 QR코드와 한글 제목, 원문과 현토, 그리고 해석과 어휘 풀이, 이어서 풀이 순서, 중국어로도 읽을 수 있도록 간체자 원문에 병음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를 직접 써보도록 원고지 공간을 마련했다. 

>>> 유튜브 보러 가기

무엇보다 현실감 있는 것은 QR코드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대면 해당 장의 내 유튜브 강의가 떠서 즉시 그 자리에서 시청할 수 있다. 책이 평면에서 입체로 바뀌는 이 시대에 맞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본 것이다.

일생 『논어』 한 번 들여다보지 않고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읽고 쓰고 공부해 보는 것은 삶의 수직적 행복의 지름길일 수 있다. 그렇지만 눈과 귀로만 거쳐 간 시청각으로의 학습은 내 것이 되지 않는다. 직접 써보아야 내 것이 된다. 이를 구현해 보고자 해본 것이다.

 

 

임동석 
건국대 명예교수·중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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