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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충원 악순환의 지속…‘소규모 대학’ 자생력 키우는 일본
미충원 악순환의 지속…‘소규모 대학’ 자생력 키우는 일본
  • 황인성
  • 승인 2023.06.28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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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대학⑧ 수도권 집중과 지역대학 위기

대학의 미충원과 관련해 다룰 세 번째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대학 위기’다. 지역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도 문제지만 대학생의 수도권 집중과 선호도 위기의 또 다른 시발점이다. 

지난 19일 신입생 충원율과 전임교원 확보율이 낮은 11개 대학이 2024학년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됐다. 다음날 공교롭게도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지원한 108개 대학 중 예비지정한 19개 대학(15건)이 발표됐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부실한 지방대를 죽이는 정책이고, 글로컬대학30은 위기에 직면한 지방대 중 일부에 5년간 1천 억원을 지원해서 글로벌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이다. 그야말로 양극단의 정책이다. 

학생의 수도권 집중화는 학령인구 감소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민과 대학생은 왜 수도권으로 몰리는가?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인구는 2천605만 3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50.5%를 차지했다.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고, 국토의 11.8%에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대부분의 역량이 집중돼 있다. 또한, 상장회사의 72%, 예금의 70%, 1000대 기업의 75.2%가 수도권에 있다. 수도권에 양질의 대학 일자리가 몰려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수도권 인구 유입을 막기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해서 2000년 이후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을 묶었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 제7조에 따라 총원 규제를 받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 이슈까지 겹치면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동결이나 감축을 해야만 했다. 

첨단분야 수도권 증원, 균형발전 허물어

그러나 올해들어 정부가 갑자기 일부 첨단분야 학과의 정원을 확대하면서 20여 년 만에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늘어나게 됐다. 최근 수도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면서 규제 완화 정책도 예고했다.

교육부는 2024학년도 일반대학 첨단분야 및 보건의료분야 정원조정 결과를 확정해 수도권 10개 대학 19개 학과에서 817명이 증원됐고, 비수도권에서도 12개 대학 31개 학과의 정원이 1천12명 늘어난다. 수도권의 이상 비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비수도권과 지방 경제를 살려 균형발전을 추구해야한다는 방침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 일반대학 및 전문대학 323개교의 지역별·설립별 현황을 보면, 전체 대학 중 수도권 소재 대학은 114개교(35.3%), 비수도권 소재 대학은 209개교(64.7%)이다. 4년제 일반대학은 수도권에 72개교(37.7%), 비수도권에 119개교(62.3%)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2020)에 따르면, 전국 84개 한계대학 중 62개(74%)가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2023년 대학입학전형 수시모집에서 경쟁률이 6대 1 미만인 대학 88곳 중에서 85.2%인 75개 대학이 비수도권 대학이다.

올해 정시 최종 경쟁률을 공개한 208개 대학 중 14개 대학 26개 학과에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원자가 사라진 학과는 지난 2020학년도 3개, 2021학년도 5개, 2022학년도 23개, 2023학년도에는 26개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해당 14개 대학교는 모두 지방대다. 26개 학과 중 16개는 인문계, 10개는 자연계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 수는 39만 8천271명이다. 이는 2024학년도 대학(4년제 대학·전문대 포함) 모집인원인 51만 884명보다 11만 2천613명이 부족하다. 

지역 격차의 악순환, 수도권 집중 가중

앞으로도 지역대학의 위기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고용정보원(2022)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지자체 중 113개 지역이 소멸위험지역이다. 이중 45개 지역은 소멸고위험지역에 속한다. 최근 20여년간 급격한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해당하는 지역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소멸위기 속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질적 격차 심화에 따른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지역 인구감소와 청년층 수도권 유입, 그리고 지역 격차의 연쇄적 악순환은 비수도권 지역의 일자리 감소와 의료·교통·보육 등 정주여건 악화로 이어져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극복하려는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가 특히 지방의 소규모 대학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의 소규모 대학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각종 지원정책과 경영개선 노력을 통해 학령인구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일본의 대학 구조개혁은 수도권(도쿄권) 집중화 현상의 지속적 심화, 학령인구(18세)의 급격한 감소 예상과 함께 지방 중소규모 사립대 중심의 입학정원 미충족으로 인한 경영 위기 심화 등을 배경으로 한다. 사립대 위기가 학생의 학습권 저해와 교직원·지역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예상해 사전에 대비하는 선제적 정책이다. 

일본은 사립대 소규모화·경상비 지원

일본의 고등교육 현황과 정부 정책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19년 기준으로 입학정원이 500명 이하인(재학생 2천명) 4년제 소규모 일반대학은 총 425개교로 전체 대학(767개교)의 55.4%를 차지한다. 대부분 의료·보건·복지·종교·교양 등 소규모 특성화대학이다. 소규모 대학은 사립대가 대부분이며, 주로 지방에 있다. 재학생 1천명 이하 대학이 252개교로 약 60%를 차지한다. 

사립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재정지원 제도인 사학조성제도는 1970년에 사립대에 대한 경상비 보조금 제도가 도입돼 사립대 인건비를 포함한 교육연구 관련 경상비에 대한 보조가 이뤄지고 있다. 1975년에 ‘사립학교진흥조성법’이 제정돼 1976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사학진흥조성금’은 ‘사립학교진흥조성법’에 근거해 문부과학성으로부터 위임받은 일본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을 통해 각 대학으로 보조금이 지원된다. 사립대에 대한 경상비 보조금은 ①사립대의 교육연구조건 유지향상, ②학생의 학업 경제적 부담 완화, ③사립대 등의 경영 건전성 향상 기여를 위해 지급하고 있다.

일본 사립대 지원정책의 시사점은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을 소규모화하고, 통폐합을 유도하면서 대학 스스로의 개혁을 통한 지속가능성 유지와 규모 축소·퇴출을 위한 통로 마련과 경영지원 방안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학년도 기준으로 지방대 214곳 중 44곳(20.6%)은 신입생 충원율이 80%에 못 미친다. 신입생 충원율이 80% 미만이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다시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를 극복하고 지역대학이 지역사회 발전의 허브가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대학의 중요성과 존재감은 여전하다. 지역소멸위기 속에서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학생 충원에 따른 등록금 의존율을 줄이고, 일본처럼 경상비 일부를 정부가 지역대학에 지원하기 위한 재정확보와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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