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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무버’를 키우는 대학
‘퍼스트 무버’를 키우는 대학
  • 문애리
  • 승인 2023.07.17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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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문애리 논설위원 /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사장·덕성여대 약대 교수

 

문애리 논설위원

“이 아이는 무슨 공부를 해도 결코 성공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한 아이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적힌 글이다. 그는 암기만 반복하는 틀에 박힌 학교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선생님들은 그 아이를 학업 부진아로 평가해 버린 것이다. 호기심을 갖고 무엇이든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가는 그에게 틀에 박힌 지식을 암기하고 평가받는 학교 교육이 도무지 맞지 않았던 결과다.

학업 성적이 뒤처짐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어머니는 그를 혼내지 않았다. 오히려 주입식 공부에 가려진 아이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북돋우고 격려해 주었다.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야기다. 남다른 교육관을 가진 어머니 덕에 세계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훌륭한 과학자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공부하는 중에도 책에 나와 있는 과학자들의 이론이 완전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항상 품었다고 한다. 

교육 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교육 제도에서는 교과서가 바이블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정해진 답을 잘 암기하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는다. 교과서에 적힌 내용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자주 하는 아이는 수업을 방해하거나 불손한 아이가 돼버린다.

물론 일정 정도의 주입식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구구단을 암기해야 사칙연산이 가능하듯, 어떤 학문이든 기본적인 토대 위에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기 위주의 지식 주입에 치중하다 보면 자칫 가장 중요한 역량인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퇴화시킬 수 있다.  

세상의 기술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패스트 팔로워로서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여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우리나라는 이제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지속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 그러려면 기존의 틀과는 다른 생각, 다른 사람이 안 하던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자동차가 이동 수단이라는 사고의 틀 안에서는 더 튼튼하고 더 빠른 자동차를 만드는 데 그치지만, 자동차를 움직이는 사무실로 확장하면 달리는 컴퓨터 혹은 인공지능 비서를 만들 수 있다.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을 통하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두뇌가 필요한 것이다. 

얼마 전 열린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는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과학자들이 한 데 모여 과학기술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 대학의 인재들에게도 전지구적·인류적 관점으로 시야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우주·기후·질병 등 현대 과학기술이 풀어야 할 문제들은 나라·인종·출신·전공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정학’ 시대의 대학은 말랑한 머리로 다양한 사고를 통하여 선을 넘는 시도를 장려해야 한다. 일례로 기존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시도하고 실험해 보는 스탠퍼드대학의 ‘디스쿨(D-school)’을 참고해볼 수 있겠다. 초중고교에서 기초 지식과 호기심을 키우고, 대학에서는 그 호기심을 시도하고 실현해 보는 연구 공간으로 거듭나면 어떨까.

대학은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가르치는 ‘퍼스트 무버 양성소’로 변모해야 한다.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 머리를 사실로 가득 채우는 교육 말고, 생각하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새삼 귀하게 느껴진다. 

문애리 논설위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사장·덕성여대 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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