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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팩트-네트워크 도시로 지방소멸 대응”…거주인구에서 관계인구로
“콤팩트-네트워크 도시로 지방소멸 대응”…거주인구에서 관계인구로
  • 김재호
  • 승인 2023.07.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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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대응하는 인문사회 메가프로젝트

순천대 70주년 기념관에서 나흘간 펼쳐진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공동 학술대회는 ‘지방소멸과 저출산·고령화’를 중심으로 인문사회 메가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살펴봤다. 총 14개 세션에서 54개 연구소가 발표하며 2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방소멸 위기는 심각하다. 감사원의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2021) 보고서를 보면, 2117년 우리나라는 8개를 제외한 221개 시·군·구가 소멸 고위험 단계로 분류됐다. 지난 2021년 10월, 행정안전부는 89개 지자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삼수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일본 요코하마국립대학 도시계획 박사)은 「축소도시」 발표에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2020년 기준,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수를 비교해보면 50.2%(26,038,307명) 대 49.8%(25,790,716명)이다. 서울·경기·인천 세 곳이 강원도, 대전·세종·충청,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전북, 제주특별자치도를 다 합한 인구보다 많은 셈이다. 장래인구와 인구성장률 예측을 보면, 2020년 현재 5천184만 명에서 향후 10년간은 연평균 6만 명 내외로 줄어든다. 2030년에는 5천12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2070년에는 3천766만명(1979년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10일부터 나흘간 순천대에서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사진=인사협

 

축소도시 프로젝트로 제도 정비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연구위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첫째, 인구구조의 변화 측면에선 인구감소, 축소도시, 1인가구 증가, 고령화사회 그리고 저성장이라는 뉴노멀에 대응한 도시계획적 대응이 필요하다. 둘째, 공간구조의 재편이라는 측면에선 인구감소와 양극화 등 불균형한 도시공간구조를 콤팩트-네트워크 도시구조로 개편이 필요하다. 이 연구위원은 “인구의 지속적 감소, 저출산·고령화, 도시 인프라 유지의 어려움이 있기에 새로운 도시관리에 대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바로 ‘축소도시’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급격한 인구감소와 탈산업화를 경험한 동독의 도시가 축소도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2003∼2005년 독일 정부 지원에 의한 축소도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도시축소 논의가 활발해졌다. 미국 버클리대도 축소도시 국제 연구 네트워크(SCiRN)를 결성해 전 세계 도시의 사례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위원은 “도시쇠퇴·축소의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지방 중소도시의 보편적인 문제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이는 도시의 회복탄력성 측면에서 대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일본은 이미 2018년 입지적정화계획을 수립했고,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근린주거 안정화 프로그램, 주·지방정부 차원에서 빈집 관련 법안과 조례를 제정해 대응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의 사례를 분석하며 “기존의 거주인구에서 확장된 관계인구의 개념 정립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형 콤팩트-네트워크 생활권계획으로서 “지방 중소도시에 생활 사회간접자본의 효율적 공급과 계획적 입지 관리를 위해 ‘모으고, 연결하고, 필요시 공급하기’ 전략”을 새로운 도시계획으로 제안했다.

 

수도권 과밀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미지=이삼수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의 「축소도시」 발표 자료.

 

남녀 불평등과 수직적 문화도 원인

가부장적 문화와 남녀 불평등의 문제도 ‘지방소멸과 저출산·고령화’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엄연석 한림대 교수(태동고전연구소장)는 「저출산‧고령화 연구현황과 정책방향 설정」을 발표했다. 엄 교수는 기준 문헌분석을 통해 “저출산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고령화의 문제는 전통적인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의식, 경제적 산출, 그리고 남녀 불평등의 문제, 사회경제적 제도상의 문제, 중앙과 지방 정부의 정책적 역할 등 매우 다양한 방향의 원인과 정책 방안 등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엄 교수는 다음을 제안했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남녀 불평등으로 대표되는 불평등과 불공정, 차별과 혐오 등과 같은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문화의식을 개선해야 한다.” 

한편,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방안으로서 지역특화형 산학연협력도 눈에 띈다. 안기돈 충남대 교수(과학기술지식연구소장)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뉴제너레이션 지역특화형 산학연협력 모형 개발 및 확산에 관한 연구」에서 “첨단기술 개발에서 한국 기업과 대학의 글로벌 산학연협력 성과는 상대적으로 매우 저조하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보쉬는 MIT·스탠퍼드대·버클리대·하버드대·독일 뮌헨공대·헬름홀츠 연구소 등과 협력하고 있다. 인텔은 전 세계 30개 대학과 협업 중이다. 안 교수는 “지역수요에 맞춰, 대전산업단지 대개조사업, 장대도시첨단산업단지 상생형일자리사업, MC사업 등의 대전시 추진 주요사업에서의 산학연협력모형에 대한 액션플랜 수립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인문사회 박사과정생들의 연구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지=픽사베이

 

국내 인문사회 박사생 “독학하며 고립감 느낀다”
김인수 대구교대 교수 ‘학문후속세대 실태조사’

국내 인문사회 박사과정 대학원생은 독학하며 고립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인수 대구교대 교수(사회과교육과)는 「인문사회분야 학문후속세대의 연구력 강화를 위한 실태조사 및 과제: 박사과정생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이론과 방법론을 공부하는 데 주로 어디서 도움을 받고 있나?”라는 질문에 독학이라는 답변이 34%로 가장 많았다. 대학원 수업은 33%, 연구 모임은 24%로 뒤를 이었다. 

김 교수는 지난해 6월 20일부터 7월 25일까지 100명을 대상으로 99문항의 온라인 사전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29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울러, 박사과정생의 지식생산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거나 대안적 모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지도교수, 국내외 박사학위 취득자, 해외연수 경험자 등을 통해 보완조사를 실시했다. 

온라인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결과는 한마디로 ‘아이러니의 발견’이었다. “박사과정을 진학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31%는 “학문적인 성취를 이루고 싶었다”고 답했다. “대학원에서 연구를 이어가는 것 이외의 일을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20%, “박사과정까지 해야 취업에 유리하다”는 12%, “학교라는 큰 테두리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는 7%였다. 국내 인문사회 박사과정에 진학한 학생들의 약 40%가 별생각 없이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라는 답변이 25%로 가장 많았다. “고립된 상태에서 연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22%로 뒤를 이었다. 경제적 어려움과 고립감이 국내 인문사회 박사과정에서 가장 힘든 요소인 것이다. “학비를 제외하고, 전업 대학원생으로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 최소 월 얼마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67%가 100∼200만 원이라고 답했다. 

국내 인문사회 학문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형 박사양성 모델의 부재를 메워온 것은 대학원 내의 선후배 공동체였다. 하지만 개인화된 문화, 학과 규모의 축소, 외국인 대학원생과 비전업 대학원생의 증가, 코로나19 팬데믹 등과 맞물려 공동체가 와해된 것이다. 더욱이, 국내 인문사회 박사과정이 석사과정과 동일한 수준의 수업을 듣는 ‘석사대학원’이라는 지적, 해외 박사를 가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유학생 양성소’라는 비판이 현실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대안으로 대학원생들이 학과별로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 마련, 한국 사회의 경험·관점·방법을 문제의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한국형 박사양성 모델을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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