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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국제 공동연구 확대를 위한 세 가지
과학기술 국제 공동연구 확대를 위한 세 가지
  • 송병찬
  • 승인 2023.07.20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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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송병찬 한국연구재단 연구위원

 

송병찬 한국연구재단 연구위원

이달 초 발표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과학기술 분야 전략으로는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나눠먹기식 관행을 혁파해 R&D 지원 체계를 혁신하고, 둘째, 국제 공동연구를 대폭 확대해 글로벌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 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의 대통령 지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올해 초 발표된 과기정통부의 2023년도 연구개발사업 종합시행계획에서 지난 정부의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지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전략성’을 겸비한 기초연구 예산을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어, 위 두 가지 전략은 예견된 부분이 있다. 

특히, 전지구적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가 구체화, 일상화되고 있고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과학기술 난제 해결을 위해 국제 공동연구를 확대하는 것은 연 30조 원 규모로 성장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전략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지원 필요성과 추진 방향부터 심도있게 검토해 내실있게 추진되지 않으면 큰 예산이 낭비될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 우수성과 창출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

첫째, 국제 공동연구의 지원 필요성에 대해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보통은 언론에 보도되는 우수 연구성과가 대부분 2명 이상 연구자의 공동연구 성과인 점, 노벨과학상 수상이 기대되는 국내 석학이 국제 공동연구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 또는 일본의 문샷(Moonshot) 프로그램과 같이 주요 과학기술 선진국의 연구개발 과제가 대형화, 융합화되는 경향 등을 통해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국제 공동연구 지원의 객관적인 논거가 될만한 자료는 많지 않다. 창의성이 필요한 일에 있어서 개인보다는 함께 일할 때 문제해결이 촉진된다는 해외 연구(Joachim Ramm, 2013), 한국인 저자가 포함된 피인용 상위 1% 논문 수에 있어서 국제 공동연구 성과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한국연구재단, 2021), 물리학 분야의 국가 간 비교에 있어서 국제협력 연구의 비율이 높은 미국, 영국, 독일 등이 한국, 일본, 중국에 비해 우수 논문이 많이 창출되었다는 연구 결과(한국연구재단, 2022) 정도가 있다.

다시 말해, 당위적인 차원에서의 국제 협력이 아니라 과학기술 우수 성과를 창출․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서도 국제 공동연구는 필요하다. 

국제 공동연구 활성화를 위해 국제 공동워크숍 개최 경비 지원과 같은 기반구축 사업이 뒷받침 될 필요가 있다. 사진=픽사베이 

연구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추진해야 

둘째, 연구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작년에 한국연구재단에서 ‘국제 공동연구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실시한 연구자 세미나에서 나온 내용은 참고할만하다. 포스텍 소속의 연구자는 개인연구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해야 하는’ 연구 위주라면, 집단․공동연구를 통해서는 ‘할 수 없었지만 하고 싶었던’ 연구가 가능하다고 그 차이를 설명했다.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네이처>지에 연달아 두 편의 논문을 게재한 울산과기원의 연구자는 국제 공동연구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남녀가 만나 결혼에 이르는 과정에 빗대 설명했다. 논문을 읽다가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관찰하게 되고 해외 학회 참석을 통해 첫 만남을 가진다. 그 친분으로 초청 연설이나 연구모임을 조직하면서 사귀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학회 창립, 학생 파견 등으로 대등한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며, 이후 공동 연구 및 우수성과 창출을 통해 결실을 맺는다는 것이다. 

이때, 기존의 글로벌연구실(GRL)사업과 같이 적은 연구비라도 한번 지원된 후에 성과에 따라서 후속 연구가 가능한 지원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되었으며, 나아가 단순히 연구비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관계 형성과 국내 연구자들의 입지나 인식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국제 공동워크숍 개최 경비 지원과 같은 기반구축 사업이 뒷받침 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연구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한국연구재단, 2023)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되었다. 연구자들이 생각하는 집단․공동연구가 연구에 기여하는 부분은 연구네트워크 형성, 연구방법의 다변화, 최신 연구동향 파악, 선진기술의 습득 등의 순이었다. 공동연구에 적정한 연구기간은 7년, 10년보다 5년, 적정한 연구비 규모도 50억 원, 100억 원 이상 보다 연 15억 원 정도가 가장 적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연구개발의 특성상 무조건 규모를 키운다고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면밀한 사업 설계가 요구된다.  

제도적 기반 위에 지속적 추진 필요

셋째, 제도적 기반 위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부의 집단․공동과제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성과가 창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공동연구가 되지 않고 있다’, ‘과제에 선정된 후에는 개인과제처럼 수행된다’는 비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성공적으로 집단․공동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연구자 차원에서는 공동연구에 적합한 주제 선정, 연구자 간의 수평적인 의사소통, 지속적인 연구 의지나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세부 과제 선정 등이다. 

제도적으로는 학제간 대학원 협동과정 개설과 공동 지도교수제 도입, 연구시설장비의 집적화, 박사 후 연구원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이었다. 전문기관의 선정평가 시 고려사항으로는 연구책임자의 탁월성보다 연구진 구성의 적정성, 연구주제의 창의성 등이 높게 나타났고, 연구진 외에 필요한 전문 인력으로는 숙력된 시설장비 테크니션, 산업체 경력 연구자, 지식재산 전문가, 빅데이터 통계 전문가, 인공지능 컴퓨팅 전문가 순이었지만 분야별로 차이가 있었다. 

K-R&D 펀딩 플랫폼을 기대한다

이외에, 정부는 가능한 별도의 예산을 확보함으로써 좋은 성과가 기대되는 기존 연구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지속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하거나 참여하는 해외 연구자가 연구비를 원활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나 전산 시스템 등의 제반 사항도 미리 점검․준비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제 공동연구 지원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폭 넓은 연구자 의견 수렴과 섬세한 프로그램 설계가 이루어져, 국내 연구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고 해외 연구자들도 관심을 갖고 몰려들 수 있는 K-R&D 펀딩 플랫폼을 기대한다. 

송병찬 한국연구재단 연구위원
현재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국책사업평가1팀에 있다. 연세대에서 과학기술정책학 박사학위 과정에 있으며, 한국연구재단에 2006년 입사 이후 BK21, 산학협력, 원천연구, 기초연구, 성과관리 등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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