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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살리는 선박 운항, 비법은 해양 동물에 있다
지구 살리는 선박 운항, 비법은 해양 동물에 있다
  • 김재호
  • 승인 2023.07.28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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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포스텍 교수 연구팀

국내 연구진이 수중 마찰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연비를 향상시키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 포스텍 기계공학과 이상준 교수·통합과정 김해녘 씨 연구팀은 해양 동물의 점액층의 구조와 기능에서 영감을 받아 해수와의 마찰을 줄이고, 장기간 저마찰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표면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코팅 과학 분야에서 국제 학술지인 『어플라이드 서피스 사이언스(Applied Surface Science)』에 게재됐다. 

왼쪽부터 이상준 포스텍 교수와 통합과정 김해녘 씨이다. 사진=포스텍

바다에 서식하는 많은 해양 동물의 표면은 미끌미끌한 점액질로 덮여 있다. 해양 동물들의 점액은 외부로부터 자신들의 피부를 보호하거나 바닷물과의 마찰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점액의 효율적인 분비와 저장 시스템 덕분에 해양 동물들은 거친 바다 환경에서도 특유의 점액층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자연 모사한 것이다. 

해양 동물들의 점액은 직경이 수 마이크로미터이고 입구가 좁은 구멍 형태의 점액샘에서 생산되고 분비된다. 연구팀은 이 점액샘의 구조에 착안해 이번 연구를 설계했다. 먼저 폴리스티렌을 클로로포름에 용해시킨 다음 알루미늄 기판 위에 도포시키고 주변 수증기를 용액 표면에 물방울 형태로 응축시킨 후 곧바로 물방울을 증발시켰다.

그 결과, 물방울이 증발된 자리에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물방울 모양의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다공성 표면이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캐비티에 윤활유를 채워 넣음으로써 해양 동물의 피부와 유사한 미끌미끌한 저마찰 표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의 코팅 기술로 제작된 표면은 실제 대형 선박의 운항 속도에 해당하는 초당 약 12미터 조건에서 매끈한 알루미늄 표면에 비해 마찰력을 최대 39%까지 감소시켰다. 이는 비슷한 고속 유동 조건에서 얻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저마찰 성능이다.

선박은 추진력의 약 60%를 해수와의 마찰로 잃는다. 또한, 연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6.3%,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3.4%를 차지하고 있어 선박의 마찰 저항을 저감시키는 기술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연구를 이끈 이상준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대형 선박 한 척당 최대 연간 40∼50억 원의 유류비를 절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육상 운송체나 유류 수송 파이프 등 다양한 분야의 에너지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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