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코 세리자와 지음 | 이지안 옮김 | 마르코폴로 | 344쪽
세리자와 아사코의 연작 소설은 무너지는 기억으로 시작된다. 82세의 아유미는 더 이상 자녀의 이름이나 동네 거리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닻을 내리지 못한 기억들(이를테면 일본에서 캘리포니아로의 이민, 미국인과의 결혼 같은 기억의 중첩) 사이를 표류한다.
이 책은 미국, 일본, 한국의 관계를 정의하는 많은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몇 가지 중요한 문제(위안부, 생체 실험 등)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항상 가족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한 섹션(‘파빌리온’)에는 두 형제가 보르헤스의 단편 ‘갈래길의 정원’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것이 책의 구조와 의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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