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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인재와 교육의 본질
미래 인재와 교육의 본질
  • 문애리
  • 승인 2023.10.30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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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문애리 논설위원 /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사장·덕성여대 약대 교수

 

문애리 덕성여대 교수

지난 9월 서울에서 ‘교육의 미래 : 과학과 기술 탐구’를 주제로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이 열렸다. 학생과 선생님, 과학자와 교육 관계자 천여 명이 모여,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나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교육은 세계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지식과 교양을 함양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무엇보다 교육 본연의 목적을 되새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살고 있다. 기술 혁신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저출산에 따라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팬데믹을 겪으며 교육 분야의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사회 변화에 맞춰, 기술과 공존하며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교수법이 필요한 법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 세계 대학과 여러 교육기관에서 챗GPT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AI가 인간의 지적 능력과 글쓰기 역량을 퇴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AI 활용을 무작정 막기보다 AI를 인간의 창의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단순히 답을 묻고 얻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스스로 탐색하는 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AI를 통해 도출된 여러 정보의 질을 가려내는 통합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 미래 인재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세계 시민 의식’을 길러줘야 한다. 인류는 기후 위기, 감염병, 극심한 빈부격차 등 공동으로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미래 세대에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 범지구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얼마 전에 개최된 ‘아시아 과학자 회의’에서 반기문 제8대 유엔사무총장은 이 시대에 우리 사회가 키워내야 할 인재는 세계적인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열정과 연민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계 시민으로서의 열정 뿐 아니라 인간애도 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모든 과목을 고루 잘해야 우등생이 된다. 한철 화려함을 뽐내는 장미에게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 같기를 바라지 말고, 장미는 장미처럼, 소나무는 소나무처럼 개인의 장점과 호기심을 찾아 북돋아 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발견하여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영국 맨체스터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는 그 엄청난 성취를 어떻게 이루었냐는 물음에 “나는 성취를 목적으로 삼은 적이 없다. 그냥 호기심을 좇아 재미있게 연구를 지속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교육의 본질은 ‘성취’가 아니라 ‘배움의 과정’에 있는 것이다. 

교육은 사회가 미래 세대에게 주는 선물이다. 기술과 함께 공존하며 인류 앞에 당면한 공통 과제를 풀어내야 할 미래 세대가 열어갈 상자 안에는 과연 무엇이 담겨야 할까? 미래의 교육은 인간에 대한 배려와 애정을 심어주고,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과 회복 탄력성을 길러주는 방향이어야 한다. 교육과 과학기술은 즉각적 결과물을 구하기보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미래에 투자하는 분야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문애리 논설위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사장·덕성여대 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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